푸른 오월(五月) - 노천명
(1911~1957년, 황해도 장연)
청자(靑磁) 빛 하늘이
육(六)모정(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女人)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正午)
계절(季節)의 여왕(女王)
오월(五月)의 푸른 여신(女神) 앞에
내가 웬일루 무색하구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鄕愁)들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기인 담을 끼고 외따른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냄새가 물쿤
향수(香水) 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래순이 벋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혼닢나물 적갈나물 참나물을 찾던 -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五月)의 창공(蒼空)이여
나의 태양(太陽)이여
사진 : 모모수계
첫댓글 노천명 그녀의 5월의 마음을 새겨봅니다..참으로 아름다운 글이죠..+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