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갑자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통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근 일 년만에 나눈 대화라 길어졌다.
그는 4년 전에 퇴직했다.
맞벌이 부부였던 까닭에 경제적으로는 큰 걱정 없이 살고 있는 친구였다.
산악회 2곳에 가입해 매주 전국의 산을 섭렵 중이라고 했다.
주중엔 시간을 보내기가 무료해 관심있는 분야의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지내고 있단다.
'자격증'을 따도 일할 생각은 1도 없는데 그냥 심심해서 가방 들고 왔다갔다 하는 정도라고 했다.
그의 아내가 그랬단다.
"낮시간에 집에서 삼식이 같은 존재만 아니면 되니 나가서 무슨 일을 하든지 자유롭게 알아서 하라"고.
"그래서 할 수 없이 가방을 들게 되었다" 면서 그는 유쾌하게 웃었다.
역시 그 친구다웠다.
최근에 산행 중 하산하는데 무릎에 몇 번 통증을 느껴 동네 병원에 갔다고 했다.
사진도 찍고 각종 검진을 했는데 큰 문제는 아니라고 했단다.
친구가 의사에게 말하기를, "매주 산에 가는데 이 나이에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지 약간 걱정된다"고 했단다.
그 말에 배시시 웃으면서 의사가 한마디 했는데, 그 대답이 걸작이었다.
"무릎이 나갈 때까지 운동을 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운동을 해야 할 나이입니다. 만약 무리한 운동으로 무릎이 나가면 '인공관절'을 심으면 되지만, '이순'이 지난 나이에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당뇨, 협심증, 고혈압, 동맥경화, 뇌경색, 고지혈 등등 각종 성인병으로 더 큰 화를 자초하게 됩니다"라고 하더란다.
"하산 시에 약간의 무릎 통증은 오히려 '보약'일 수 있으니 염려하지 마시고 더 열심히 땀을 흘리며 운동하시라"고 말하더란다.
우리는 통화 중에 크게 웃으며 격하게 공감했다.
빛의 속도로 시간이 흐르고 속절없이 나이가 들어 간다.
세월보다 빠른 게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뼈와 관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각 신체부위를 견고하게 지탱해 주는 '근육'이라고 믿는다.
특히 '하체근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장딴지, 허벅지, 엉덩이, 척추로 이어지는 신체의 중심과 균형, 그건 결국 건강하고 탄력있는 '하체근육'의 뒷받침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더욱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긴급도'는 낮아도 '중요도'는 매우 크고 중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파워풀한 '하체근육'의 형성은 절대로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시간에 엄청난 땀을 쏟아도, 상체와 다르게 하체는 별로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매일 진득하게 단련하고 지속적으로 연마하며 살자.
지루함과 귀찮음을 극복하며 편안함을 구치 않는 게 핵심이다.
전화를 끊으면서 나도 친구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우리가 언제 이 땅을 떠날 지는 모르지만 사는 날까지는 건강하고 활기차게 웃으며 살자. 젊어서는 정신이 신체를 좌우했지만 노후엔 육신이 정신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을 통째로 지배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끊었다.
친구가 찾아갔던 그 병원의 의사 말대로, 단순하게 흘려듣지 말고 한번 더 마음판에 되새겼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긴급한 일은 아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강력한 화두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테마다.
노후의 삶의 질을 좌우하게 될 가장 결정적인 변수 중 하나니까 말이다.
오늘도 유쾌하고 행복한 하루가 되길 소망한다.
승리하시길.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첫댓글 오늘도 두 다리로 힘차게 걸으며
앞으로도 오랜 시간 건강을 유지하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