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임순형
지난주 이야기는 “한국인의 심리 코드(2)”이었습니다. 제가 “인간심리”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회사 일이든 개인 일이든 “결국은 사람의 마음”이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이면우 교수의 W이론도 마음이 동하면 불가능과 못하는 일이 없다는 것으로 “마음” “심리”가 중요하다 했습니다. 결국 연인이나 비즈니스 상대등 상대방의 마음을 어떻게 훔칠 것인가? 이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늘은 골치아픈 이야기를 드려볼까 합니다.
요즈음 원전비리로 마피아라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어감 자체가 음습하고 정의롭지 않으며 실제로 언론에서는 원전종사자들을 범죄집단시 하는 뉘앙스를 풍기며 사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금융권 비리가 생길 때마다 등장하는 말이 “모피아”인데, 재무부(MOF: Ministry of Finance, 현 기획재정부)와 마피아(Mafia)의 합성신조어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군의 장성들이 은퇴 후 국방부 관리로 임명되고 임기가 끝나면 방위산업체의 간부로 영입되어 국가의 정책결정에 있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우려했는데 그러한 현상과 우려를 동시에 담고 있는 것이 원자력마피아, 모피아이다.
정치는 사내에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吏曹, 戶曹, 禮曹, 兵曹, 刑曹, 工曹가 있었고 회사 내에서도 이에 해당하는 본사 처실이 있고 司憲府에 해당하는 감사실이 있다. 지방에는 觀察使와 首領이 도와 현을 관리하고 있으니 우리의 사업소, 지사와 기능이 비슷하다.
본사 처, 실에서 업무하는 것이 정석대로 가지 않고 부패한 마피아들에 의해 정치판으로 흐르는 경우에는 복마전, 난장판이라는 말로 표현을 하고 어수선한 것이 보기 싫어 업무에만 전념하겠다며 잠시 사업소로 낙향하는 직원들도 있다.
공권력이 부패하고 정치가 국민들을 보호하지 못할 때 홍길동, 로빈훗이 생긴다. 국민들을 수탈한 탐관오리를 징벌하고 그네들의 재산을 빼앗아 빈민에게 나눠주는 의적이 그들이다. 홍길동과 로빈훗이 실존하지 않았다면 타락한 현실을 꼬집어 마음속에 의적을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실존하는 최근의 의적단은 마피아였다.
초기 마피아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들로 이루어진 자경단이지 범죄 집단이 아니었다. 마피아는 중세 후기 시칠리아를 정복했던 사라센, 노르만, 스페인들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조직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시칠리아가 무법상태 였을때 강도로부터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결성된 소규모 사병조직 마피에(mafie)에서 비롯되었는데, 세가 커지자 거꾸로 지주들의 등을 치는 강도 집단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복수할 권리가 주어지는 그들만의 특별한 정의를 시칠리아 주민들이 받아들인 데서 마피아가 크기 시작했고 주민들은 마피아의 정의를 따랐지 식민정부와 규범을 따르지 않았다.
마피아에 대해 자세히 아시려면 영화를 보는 것이 좋은데 개인적으로는 Once Upon A Time In America라는 영화를 좋아하나 그래도 마피아 영화의 진수는 God Father이다. 대부의 무대가 아니었지만 세계 3대 미항중의 하나인 나폴리는 멀리서 보기에는 좋았지만 가까이서 본 나폴리는 미항이 아니었다. 중산층이었던 이탈리아인이 떠나고 불법이민자, 중국계 마피아들이 밀수를 하는 곳으로 빈민촌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허름한 낮은 아파트 사이에 걸린 남루한 의복들, 길거리의 쓰레기들, 관광객이 함부로 다니지 못하는 슬럼가로 변해 있었는데 이는 마피아의 폐해이다.
우리 회사에서도 마피아는 존재한다. 우리 회사의 마피아는 주로 지역색, 파벌과 보직의 전문성으로 인한 세습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모든 직원들이 다방면의 업무에 능통하면 이런 현상이 생기지 않겠으나 현실은 전문가들을 요구하니 어쩔수 없는 현상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도 기술개발실의 마피아이며 현재는 보스이다. 직원시절 기술기획에 발을 담아 차장, 부장시절은 물론 지금도 기술개발실에 있고 어느덧 마피아의 보스가 되었다.
조지 카터가 대통령이 된 후 조지아 사단이 몰려온다는 뉴스위크의 표지를 봤는데 이는 조지아주지사 출신인 카터가 업무를 같이 했던 조지아주 공무원들을 대거 발탁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폐해가 심해질 때 직언을 하지 못하고 巧言令色(교언영색)을 할 때는 뉴스위크의 표지에 조지아사단이 아닌 조지아마피아라고 표현이 될 것이다.
교언영색의 반대말은 誠心誠意(성심성의), 剛毅木訥(강의목눌:의지가 굳고 용기가 있으며 꾸밈이 없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강의목눌은 어려우니 성심성의가 좋을 듯하다. 모든 조직에 속한 이들이 성심성의, 강의목눌을 한다면 좋은 마피아가 되지 않을까 한다. 또한 본사는 정치도 해야 하므로 좋은 의미의 朝三暮四(조삼모사)도 해야 한다. 조삼모사는 송나라때 저공이 원숭이들의 먹이가 부족하여 생각해낸 방책으로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비유하거나 남을 농락하여 사기나 협잡에 빠뜨리는 행위를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재화를 배분하는 방법에 따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면 조삼모사도 고도의 정치기술이 아니겠는가.
예전 사업소에서 잠시 정비기술팀장을 했을 때 돌발작업으로 많은 시간외근무가 발생되어 노사협의회가 개최되었다. 노동조합에서는 당연히 수당지급을 요구했으나 소장님은 분기예산을 초과할 수 없다며 반대하셔서 소장님과 언쟁을 벌어졌다. “이것은 조삼모사와 같은 것이다. 미분을 하면 분기예산이지만 적분을 하면 반기예산, 연간예산인데 무슨 문제가 있나. 조합이 연간 예산범위 내에서 집행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합리적인 요구인데 조기집행에 반대한다면 소장님은 어떤 해결책을 갖고 계신가?” 勞使협의가 아닌 使使鬪爭으로 변해 버려 조합의 위원들은 진기한 싸움을 구경만 했고 결국에는 제가 내놓은 조삼모사(안)이 채택되었다. 이런 일들을 보면 나는 협잡꾼의 기질이 있는 마피아임에 틀림이 없다.
2014.03.03 기술개발실 임순형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