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반대' 사상 첫 총경회의..지휘부, 대기발령·감찰 조치안정훈,박인혜,정주원,성승훈 입력 2022. 07. 24. 17:45 댓글 3개
전국 서장회의 끝나자마자 주도한 류삼영 서장 대기발령 엄정 대응하겠다는 수뇌부 총경급 56명 대상 감찰 착수 경찰 내부 "황당하고 유감" 대통령실 "회의 부적절" 비 여야도 일제히 찬반 가세 대통령실이 24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에 관한 의견을 모으고자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연 경찰 간부들에 대해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찰청은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전 울산중부경찰서장·사진)을 대기 발령내고 향후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감찰 계획도 밝혔다. 소식을 접한 경찰 내부에선 "나도 대기발령하라"고 하는 등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공무원 35년을 한 과거 경험으로 봐서 부적절한 행위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대한민국에 아주 힘이 센 청이 3개 있다"면서 검찰청, 국세청, 경찰청을 들었다. 그러면서 "검찰은 법무부에 검찰국이 있고, 국세청은 기재부 세제실과 협력한다. 그런데 경찰만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경찰에 이른바 '상위조직'이 없었던 이유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때문이었는데, 현재 민정수석실이 없어진 상황에선 행안부의 통제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검수완박으로 경찰 힘이 아주 세진다. 아마도 세 개 청 중 가장 세질지도 모른다"면서 "견제라든가 그런 게 필요하지 않나"라고 의견을 밝혔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한 총경급 경찰간부들이 `경찰국 설치 반대` 현수막을 지나쳐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김 실장의 발언이 나오기 앞서 23일 경찰청은 총경급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총경에 대해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에 대기 근무를 명하고, 황덕구 울산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을 울산중부경찰서장에 보임했다. 다른 현장 참석 경찰관들도 지휘부의 해산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 위반으로 감찰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이날 회의가 열린 뒤 낸 입장문에서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모임을 강행한 점에 대해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경찰관들은 유화적이었던 경찰 지휘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강경대응에 나섰다며 윗선의 개입을 기정사실화했다. 류 총경은 "회의 전날까지만 해도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측에서 '월요일(25일)에 오찬을 하며 회의 결과에 대해 들려달라'는 제안을 받았는데 갑자기 징계조치가 내려왔다"며 "후보자의 생각이 바뀐 결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오찬 계획은 류 총경의 인사조치에 따라 취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가 열리기 전 경찰청에서 내려온 지시는 '대관 시간(오후 7시)을 지킬 것'과 '현장 성명서는 내지 말 것' 두 가지였으며 회의 개최 금지 통고는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회의가 시작되고 2시간여 뒤인 오후 4시께 경찰청에서 '회의 참석은 불법이니 해산하라'는 직무명령이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총경급 인사는 "갑작스러운 감찰 소식에 당황스럽지만 다들 의연하게 대처하자는 분위기"라며 "그와 별개로 경찰국 설치에 대한 문제점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24일 경찰 내부망에는 회의 참석 사실을 알리며 "나도 대기 발령시켜달라"고 항의하는 글 등이 올라왔다. 정치권도 이번 사안에 대해 일제히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퇴행적 경찰 장악 시도"라며 "민생 치안 현장에서 애쓰는 경찰 공무원 사기를 떨어뜨릴 대기발령 조치부터 중단하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에선 "정부는 전국경찰서장회의 참석자들이 복무규칙을 어긴 것인지 철저히 검토해 엄중 대처해야 한다"며 "용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이번 회의는 류 총경의 제안에 따라 23일 오후 2시 충남 아산에 위치한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총경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4시간가량 열렸다. [안정훈 기자 / 박인혜 기자 / 정주원 기자 / 성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