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541) – 풍도 풍도바람꽃(1)
풍도바람꽃
일테면
숙명같은 거 말이야
사실 봄에는 진하게 바람이 불어,
그 바람에 꽃은 피어,
왜냐면 흔들려야 하니까,
난 그걸 바람꽃이라 불러
분명한 어떤 무엇
근데 보이지는 않는,
내가 믿는 이 삶이 착한 삶일까?
내가 살고 싶은 이 삶이 행복한 삶일까?
긴 긴 시절,
먼 먼 세월,
찬란한 슬픔으로 붙박인 삶의 생채기
봄이면 더 시리고 겨워
때론 눈물과 한숨과 근심과 신음과 비명과 몸부림으로
아님 기쁨과 미소와 환희와 나눔과 정담과 더불음으로
혹은 이도저도 아닌 허무만으로
(…)
―― 림삼, 「바람꽃」
▶ 일 시 : 2026년 3월 15일(일), 오전에는 비 뿌리다 흐리고, 오후에 갬
▶ 교통 편 : 반더룽산악회
▶ 구간별 시간
07 : 00 – 양재역 12번 출구 100m 전방 마을버스 정류장
08 : 35 – 삼길포항
09 : 20 – 풍도 향발
10 : 20 – 풍도 선착장 도착, 산행시작
10 : 35 – 인조의 은행나무, 풍도바람꽃 등 탐화( ~ 13 : 52)
14 : 25 – 삼길포항 향발
15 : 15 – 삼길포항 도착, 자유시간( ~ 16 : 46)
18 : 20 - 양재역
AI에게 풍도를 물어보면 다음과 같이 답한다.
“풍도(楓島)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풍도동에 위치한 서해의 작은 섬으로, 봄철 희귀 야생화 군락지로 매우 유명합
니다. 조선시대에는 단풍나무가 많아 ‘풍도(楓島)’라 불렸으나, 현재는 해산물이 풍부하다는 뜻의 ‘풍도(豊島)’라는
한자를 혼용하기도 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풍도에 야생화를 보러간다. 야생화를 보려면 날씨가 좋아야 한다. 무엇보다 비나 눈이 내리지
않아야 한다. 야생화도 비나 눈이 내리면 외출하지 않고 칩거한다. 일기예보로는 오늘 날씨가 주중 내내 흐리다고
하다가, 출발 당일 새벽에야 오전 10시까지 비가 내린다고 한다. 불안하다. 우장 갖춘다.
차마고도 산행대장님 말씀, 비는 곧 그칠 것이고 비가 내리면 노루귀나 복수초는 꽃잎을 오므리겠지만, 풍도바람꽃
은 꽃잎을 오므리지 않고 빗방울이 맺혀 있을 것이므로, 빗방울을 털지 말고(일부러 분무기로 물을 뿌려가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대로 사진을 찍으시라고 당부한다.
버스는 양재역에서 삼길포항까지 1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도중에 휴게소를 들르지 않고 간다. 차창 밖 풍경은 오리
무중이다. 풍도를 개인적으로 가기는 쉽지 않다. 인천항 연안부두를 출발한 정기여객선이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을 경유하지만(대부도에서 풍도까지 16분 걸린다고 한다), 해상날씨에 매우 민감하여 바람이 불거나 안개가 짙으면
결항한다. 더구나 1일 1회만 운항함으로 풍도에서 1박하여야 한다. 작년의 경우 5월 2일부터 10월 12일까지는 금 ~
일요일, 공휴일에 한해 1일 2회로 증편되기도 했다.
삼길포항에서는 풍도를 오가는 정기여객선이나 유람선이 없고, 여행사가 사람들을 모집하여 배를 전세내야 한다.
운이 좋으면 개인적으로 삼길포항에 갔다가 풍도 가는 여행사에 묻어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삼길포항에서 뜻밖에 영희언니를 만났다. 어제 몸이 불편하여 오지산행을 함께 가지 못했고, 좀 나아져서 오늘 풍도
를 가게 되었다고 한다. 나로서는 반가운 일행이 생겨 한층 즐겁게 풍도를 여행하게 되었다.
삼길포항이나 풍도 날씨가 을씨년스럽다. 비는 가늘게 뿌린다. 굳이 비옷을 입을 필요까지는 없다.
풍도 가는 창원호는 100명이 넘게 탄다. 또 다른 여행사가 가는 뉴스타호도 그러하다. 물때 때문인가, 갈 때는 1시
간, 올 때는 50분 정도 걸린다. 풍도에 도착하자마자 골목길 요리저리 틀어 후망산(候望山, 176m)을 오른다. 인조
의 은행나무가 탐화기점이다. 비는 그쳤다. 꿩의바람꽃과 노루귀는 잎을 오므리고 있다. 꿩의바람꽃은 그 모습이
찌뿌둥하지만 노루귀는 귀엽기만 하다. 납작 엎드려 눈 맞춤하기 시작한다.
복수초는 활달하다. 훤하다. 금잔화라는 또 다른 이름에 걸맞게 황금 술잔이다. 풍도는 야생화가 관리가 잘 된다.
금줄을 두른 출입통제 구간은 누구라도 선뜻 그곳을 틀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중에 거기를
들어갔다가는 험한 꼴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굳이 통제구역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이 등로 주변 너른 초지
에 이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풍도바람꽃과 노루귀, 복수초가 수두룩하다.
이렇듯 풍성한 바람꽃 세상이 여기 말고 또 있던가? 내가 알기로는 딱 한 군데 있다. 연인산의 변산바람꽃이다. 거기
는 철이 아직 이르다. 3월말이나 4월초가 적기다.
사방이 조용하다. 모두들 꽃을 들여다보느라 여념이 없다. 꽃이 밟히지 않도록 서로 조심조심 발을 옮긴다. 간혹
들리는 건 입안 침이 밭은 감탄이다.
노루귀와 복수초 군락지를 지나면 풍도바람꽃 일색인 군락지가 나온다. 모두 활짝 피었다. 꽃들이 서로 자기를 보아
달라고 아우성하여 차마 외면할 수가 없으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수 미터 내외를 맴돈다. 대체 어쩌자고 이렇
듯 만발하였을까? 한 송이 한 송이가 같은 듯 다르고 저마다 미의 극치를 자랑한다. 쌍대가 인기다. 꽃대 하나에
두 송이가 피었다. 한 개체뿐이라서 수대로 인계하며 들여다본다.
오르막 쉼터 주변도 드넓은 산상화원이다. 일보삼배로 오른다. 쉼터 지나면 잠시 소강상태다. 후망산 정상은 아무런
조망 없는 숲속이다. 후망산 지나고 내리막이다. 임도 갈림길에서 오른쪽 계단을 내린다. 이 주변은 풍도대극과
노루귀의 세상이다. 몇몇 사람들만이 머물러 그들을 들여다본다.
북배로 내리다말고 뒤돈다. 북배와 해변은 작년에 갔다. 해변을 도는 것보다 야생화를 또 보는 게 낫다. 임도에서
점심밥 먹는다. 14시 10분까지 선착장으로 오라고 했다. 최대한 그 시간 가까이 산상화원에 머물다가 노루귀꽃이
피는 모습을 보아야겠다. 북적이던 화원이 한산해졌다. 이 꽃 저 꽃 다시 들여다보며 느릿느릿 걸음한다.
이곳은 노루귀가 다발로 모여 있다. 꼭 누군가 심어놓은 것 같다. 그들이 피어 있는 모습이란, 예쁘게 차려 입은
어린이 합창단이 목청 높여 노래하는 것 같다. 꿩의바람꽃은 이제 막 기침하는 중이다.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다.
내년 이맘때 오리다.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본다.
림삼 시인의 「바람꽃」 후단이다.
잠깨면 만나지는 첫 기분 갖고서도
어차피 봄의 스토리는 시작될 테고
인연의 자명종
바람 섞여 아우성치면
그제사 느적이는 몸짓으로
길 나서는 봄바람
그 헤매는 삶이 꽃을 피우다, 어이없게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지만
바람 실려 아주 가는 꽃은
흔들릴 새도 없음이니
해서,
그냥 가면서 피는 거지
그저 피면서 가는 거지
이를테면
버릇처럼 오래된 사랑 같은 거 말이지
첫댓글 마치 풍도에 가서 바람꽃을 보는 듯한 감동입니다.
저렇게 예쁜지는 몰랐네요.
저도 내년을 기약해 봅니다.
풍도바람꽃은 개체 수가 워낙 많고
탐방객들이 저마다 각별히 주의하여 무척 다행입니다.^^
한복 치마저고리 치마
정말 이쁩니다
프로는 사진이 더 에쁘고
저 같은 아마는 실물이 더 예쁩니다.
예쁜 녀석들을 봅니다. 추억이 깃든 풍도의 소식도 궁금하군요. 요즈음도 민박집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 풍도에서 먹어보았던 나물들도 기억나는데...
민박집에 몇 군데 있던데, 민박하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 들더군요.
풍도는 축복 받은 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