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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국 통화로 자금을 차입 → 고금리국 통화로 환전하여 해당국에 투자 → 자금 회수 및 재환전’이라는 전통적 유형이 아니라 통화 선물 혹은 선도계약(FX futures or forwards)을 통해서도 할 수 있는데, 동 방식으로도 전통적 방식과 사실상 동일한 기대 수익률을 복제할 수 있다. 이 점을 이해하려면 경제학 교과서의 이자율 평가(interest rate parity) 이론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앞의 예로 돌아가서 일본과 미국 간의 금리차가 5%에 이른다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미국으로 모든 일본 자금이 이동해야 할 텐데 실제로는 그런 현상은 관측되지 않는다. 이는 미래 환율에 대한 기대가 투자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현시점에서 미래의 환율(즉 선물환율)이 결정되어 있는데, 동 환율은 대체로 양국의 수익률을 동일하게 만들어주는 수준이다.
‘양국간의 5%의 금리차만큼 향후 엔화는 5% 정도 절상(스왑레이트=(선물환율‒현물환율)/현물환율)된다’는 선물환율에 따른 사전적 균형에서 벗어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경우 투자자는 환변동 위험 없이 현시점에서 수익을 확정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추구하는 것을 차익거래(arbitrage)라고 한다. 시장이 효율적인 경우 이론적으로 이 같은 차익거래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위험(Covered) 이자율 평가 이론이다. 다만, 현실에서는 여러 이유로 무위험 차익거래 유인이 존재한다.
그런데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는 저금리 통화의 미래 환율이 선물환율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앞서 든 예에서 양국간 금리차만큼을 반영한 엔화의 선물환율이 152엔(스왑레이트=-5%)[3]인데, 만약 투자자가 일본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만기에 환율이 현 수준(160엔)일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엔화 선물환을 매도(=달러화 매입)하는 것만으로 약 5%(1달러당 8엔)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2024년 8월 중순 자료를 살펴보면, 저금리 통화인 엔화 선물환 매도(달러 매입)와 고금리 통화인 멕시코 페소화 선물환 매입(달러 매도)을 결합하는 3개월 캐리 투자의 경우 각 환율이 당시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약 11%(=엔 선물환 매도 약 5%+페소 선물환 매입 약 6%)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 수익은 말 그대로 기대일 뿐 실제로 환율이 크게 변동하는 경우 이익이 급격히 손실로 전환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엔화는 2024년 7월 10일~8월말 기간중 미 달러화 대비 10.6%가 절상되었는데, 멕시코 페소화는 9.6% 절하되었다. 이 기간 중 페소화에 투자한 엔 캐리 투자의 실현 수익률은 약 9%(=(10.6%-5%)+(9.6%-6%))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다<그림2>. 동 자금이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 투자한 자금이었던 경우 주가 조정[4]과 맞물리면서 급격한 청산 유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Aquilina et al., 2024).
그림 2. 주요 통화 절상‧절하율1)
일반적으로 캐리 투자는 변동성이 낮은 상황에서는 수익은 크지 않지만 일정 기간 꾸준한 수익을 올리는 투자방식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에는 손실이 급격히 유발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빗대서 캐리 투자의 패턴을 “계단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going up by the stairs and coming down in the elevator”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한다.[5]
캐리 투자의 규모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려운데, 이는 자료의 부족(Data gap) 문제이기도 하지만 캐리 트레이드의 범주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문헌을 보면 장기 초저금리로 인해 자금의 조달 통화로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어 온 엔화의 캐리 트레이드 규모에 대해 다양한 조사 자료가 제시되고 있어 엔 캐리 투자를 중심으로 그 규모를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투자 시계가 비교적 단기이고 투기적(speculative) 특성이 강한 외환 혹은 외환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자료이다. 대표 자료로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IMM)의 비상업용 엔화선물 매도포지션이 있다. 이 자료는 앞서 설명한 저금리 통화선물 매도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의 일부를 포착할 수 있게 해준다. 동 규모는 2024년 7월초 2조엔을 넘어섰다가 엔화 강세가 크게 두드러졌던 8월초에 빠르게 청산된 바 있다. 그런데 외환파생상품 거래의 경우 이 같은 장내거래보다는 통화선도(currency forward) 등 장외(OTC) 거래 규모가 훨씬 더 크다. Aquilina et al.(2024)는 외환파생상품 거래로 포착되는 투기적 엔캐리 투자규모를 약 1,600억달러로 어림한 바 있다.[6]
또 다른 투기적 엔캐리 투자 자료로는 일본 개인투자자의 외화마진계정(FX margin accounts)을 이용한 투자가 있다. 동 계정은 주요 통화에 대해 레버리지 투자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 이들의 투자 행태는 평시에는 투자 대상 통화가 절하되면 저가 매입으로 포지션을 늘려 환율을 안정시키는 기능을 하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경우 앞서 설명한 시카고상품거래소의 엔선물 투자자처럼 약세 통화를 매도하는 방향성(momentum) 투자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Zurawski and D’Arcy, 2009). 동 자료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2024년 7월말 약 1.9조엔까지 늘었다가 엔화 강세가 뚜렷해진 8월을 지나며 대부분 정리되었다.
이와 달리 엔화 차입을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좇아 투자하는 전통적 엔캐리 트레이드는 투자 시계가 상대적으로 더 길고 규모도 크다. 먼저 일본 소재 외은지점의 국외 본점에 대한 대출은 2024년 3월말 약 14조엔(약 930억달러)에 달한다. 또한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일본을 제외한 국가의 비은행부문에 대출한 엔화 자금 규모는 약 40조엔(약 2,700억달러)에 이른다. 한편 일본 거주자가 더 높은 수익을 좇아 해외에 투자한 포트폴리오(주식 및 채권) 자금도 엔캐리 트레이드에 포함하는 경우, 동 투자자금의 2001년 이후 누적 규모는 약 460조엔(약 3조달러) 규모이다.[7]
청산 가능성이 있는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
지난 8월초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크게 상승한 반면 멕시코 페소 등 일부 국가의 통화가치는 크게 떨어졌고, 많은 나라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난 바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변동성 증가의 배경 중 하나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금융시장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를 파악하려면 전체 투자액보다는 투자여건이 변할 때 비교적 짧은 기간에 청산(unwinding)될 수 있는 부분을 추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 관점에서 볼 때, 투기적 성격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단기에 모두 청산될 수 있으므로 전체 포지션이 잠재적 청산 규모이다. 실제로 이 부분은 지난 8월을 거치며 대부분 청산되어 금융시장에 추가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과 일본 거주자의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의 경우 통계적 기법을 이용하여 추세를 벗어나 더 늘어났던 부분이 향후 여건 변화에 따라 조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김의진 등(2024)이 실제 자료를 이용하여 동 방식으로 추정해본 결과 2024년 3월말 기준으로 두 유형의 투자자금(약 3.4조달러) 중 약 6.5%에 해당하는 0.2조달러가 청산 가능 자금으로 분류되었다. 최신 통계자료가 더 나온다면 8월 이후 이러한 투자자금이 어느 정도 조정되고 있는지 파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캐리 트레이드에 유의해야 하는 이유
지난 8월에 발생한 국제금융시장의 이벤트는 원인의 단초를 제공한 미국 경제의 강건성이 확인되면서 투기적 단기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에도 빠르게 진정된 바 있다. 하지만 캐리 트레이드의 범위를 보다 확대해보면, 과거 금융위기 사례와도 연계되어 있어 관련 리스크를 과소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슬란드의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위기 이전 금리차에 기반하여 과도하게 유입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지목되었다(Plantin and Shin, 2011). 캐리 자금 유입이 주택가격 상승 및 경기과열과 통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금리 인상과 추가 캐리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2008년 되돌려지면서, 환율 폭등과 은행 시스템 붕괴가 나타났다. 또한 미국의 2008~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경우에도 미국의 신용버블의 배후에 엔캐리 자금의 유입이 있었고, 위기 발발 후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미 달러화 가치 하락 및 엔화 강세 현상이 뚜렷이 관측되었다(Hattori and Shin, 2009).
이와 같이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위기를 직접 유발(trigger)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변동성이 증대되는 시점에 투자 대상 국가의 통화가치와 자산가격의 하락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고금리 취약 신흥국에 캐리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되어 환율이 크게 고평가된 상황이라면, 관련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1] 캐리 트레이드는 대부분 통화(혹은 외환) 거래를 수반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으나, 사전적(ex ante)으로 더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자산(high-carry assets)에 대해서는 매입(long) 포지션을 취하고, 낮은 수익이 예상되는 자산은 매도(short) 포지션을 취하는 전략으로 폭넓게 정의되기도 한다. 이때 자산은 주식, 채권, 상품, 신용(credit), 파생상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자세한 내용은 Koijen et al. (2018)을 참고하기 바란다.
[2] 거래 시점의 환율이 만기까지 변하지 않았을 경우 양국간 금리차가 그대로 기대수익률이 된다.
[3] 스왑레이트 = (선물환율 – 현물환율)/현물환율 = (152엔-160엔)/160엔 = -5.0%
[4]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주가는 같은 기간 20% 가까이 하락하였다. 엔화 가치 상승률을 포함하면 동 기업에 투자한 엔캐리 투자자는 약 31%의 수익률 하락을 경험했을 것이다.
[5] Plantin and Shin(2011)에서 재인용하였다.
[6] 저자가 밝히지는 않았으나 관련 통계인 BIS의 장외파생상품 통계가 2023년말 기준인 점에 비추어 동 시점을 기준으로 시산한 것으로 보인다.
[7] 이 문단에서 엔화의 달러 환산은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을 2000년 이후 누적 규모로 시산한 점을 감안하여 1달러당 150엔으로 하였다. 동 수치는 김의진 외(2024) 및 Aquilina et al.(2024)을 참조하였다.
<참고문헌>
김의진, 김지현, 김민, 문상윤, 이재영, 박상우(2024),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변화와 청산가능 규모 추정,” BOK 이슈노트 제2024-27호.
Aquilina, M., M. Lombardi, A. Schrimpf, and V. Sushko (2024), “The Market Turbulence and Carry Trade Unwind of August 2024,” BIS Bulletin No. 90.
Koijen, R.S.J., T.J. Moskowitz, L.H. Pedersen, and E.B. Vrugt (2018), “Carry,”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27.
Hattori, M., and H.S. Shin (2009), “Yen Carry Trade and the Subprime Crisis,” IMF Staff Papers Vol. 56, No.2.
Plantin, G., and H.S. Shin (2011), “Carry Trades, Monetary Policy and Speculative Dynamics,” CEPR DP Series No. 8224.
Zurawski, A., and P. D’Arcy (2009), “Japanese Retail Investors and the Carry Trade,” Reserve Bank of Australia Bulletin March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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