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는 베트남 며느리가 없다 / 박구경
이런 시어머니가 있었다더라
베트남 며느리면 어떻고 연변에서 데려오면 어때
또 왔다 갈 건데
실한 일꾼 들인 셈 치면 되고 되게 부려먹으면 되지!
이런 시어머니가 있었다더라
그리하여 제 땅에선 마누라 구하기가 힘들어
빚 갚아주고 베트남에서 네 번째로 마누라를 사 들이니
죽어라 일만 시키고 일 하는 데 떠 일 하라 하고
찬 방에서 자라고 아들에게서 떼 내어 한데로 내치고
헝클어진 머리채를 다시 잡아채
찢어진 옷 모두 알몸으로 내쫒는 시어머니가 있었다더라
이런 며느리가 있었다더라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말로 마을 사람들과 웃고 인사하고
전부인의 애도 제 자식처럼 보살피고
하루 종일 일도 열심히 하고 눈치도 열심히 보고
서방이 몰래 사다 준 과자 몇 개에 눈물 자꾸 흘리던
베트남에서 팔려온 키 작은 며느리가 있었다고 하더라
그런 시어머니가 있어서 더 이상 함께 살 수가 없다며
제 나라 베트남으로 떠난 며느리가 있었다 하더라
그런 시어머니가 있었다더라
밥도 못 먹게 하고 라면만 먹어라 해놓고
라면 끓여 먹고 있으면 머리통을 때리는 시어머니
우리나라 베트남에도 라면 있어요! 하며 며느리가 울먹이면
그만 먹으라고 또 때리는 시어머니가 있었다고 하더라
이런 전쟁이 있었다더라
저희가 전쟁을 시작해 놓고 저 나라 젊은이들을 끌어다
기름진 시레이션과 각종 신무기로 무장시켜
정글로 마을로 논으로 내몰아
네 째로 왔다간 며느리의 나라를 쑥밭으로 만들고
갓난아이며 어린아이와 처녀 노인들 할 것 없이
모조리 베트공이니 사사라도록
저 나라 젊은이들을 사서 살육의 전장에 내팽개친 나라가 있다더라
그런 과거가 있었다더라
- 계간 '경남작가' 2008년 겨울호
박구경(1956 경남 산청에서 출생)
1966년 '하동포구 기행' 등 5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진료소가 있는 풍경'외 다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