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없어도 걱정이지만 많아도 문제는 있습니다. 새벽 5시 근무시간을
훌쩍 넘겨 am 6시에 스텝들을 퇴근시키고 7시에 눈을 붙였는데 클래임이
두 개가 터져 오후 1시에서야 겨우 눈을 떴어요. 시계를 놓고 갔다는 놈은
전화가 안 오는 걸 보니 어디서 찾은 모양이고 자빠져 자느라고 마사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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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받은 손님은 잠결에 돈을 내줬더니 얌통머리 없이 숙박비도 안 내고
나가버렸어요. 방 6개가 모두 뱀 허물 벗겨 놓은 것처럼 엉망징찬입니다.
스테이크 두 개 시켜서 아침을 해결했고 에라 모르겠다 마실을 나갔습니다.
생각보다 개천의 물이 많지 않았고 오남리는 보통의 주말 거리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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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가 자는지 메시지를 씹었고, 매형은 지가 밥 먹자고 해놓고 낫띵입니다.
저는 태생적으로 약속을 안 지키는 인간을 싫어하는데 뭣 때문에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5시간을 놀다가 들어와 오래된 영화 ‘언 페이스
풀’을 보았어요. 물론 10번 정도 본 영화이고 포스팅도 두세 번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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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다이안 레인 ‘이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시간이 지났으니 오늘은
지면을 통해 제’일탈’을 고해성사하려고요.'언 페이스풀'은 에이드리언 라인
(Adrian Lyne)의 2002년 작품이니 21년 된 영화입니다. 우리 시대 (1980) 책
받침 여신은 소피마르소 피비 케이츠, 브룩쉴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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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다이안 레인 ’이 있는 줄 몰랐는데 '언 페이스풀' 때문에 알게 되었고 이
여신들이 모두 말띠(1966) 혹은 뱀띠(1965)인 걸 지금 알았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김희애-도지원-심해진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아요. 당시 고 피리 땐
소피마르소가 그냥 예뻤는데 지금은 다이안 레인을 선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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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코니는 지적이고,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인 여자입니다. 그녀가 10대부터
'언 페이스풀'이 나온 40대까지 여러 작품을 찍었지만 저는 40대의 그녀가 가장
아름답다고 봅니다. 코니는 바람 불던 날 우연히 바람이 났습니다(Unfaithful).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보다 더 진짜같은’우연‘을 연출한 감독을 리스펙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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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원피스는 위험하다‘는 말 어디서 주서 듣긴 한 것 같은데 인트로부터
카페 화장실 시퀀스까지 그녀의 관능미는 아찔했어요. 스티븐 스필버그가 환상적인
모험을, 조지 루카스가 눈을 의심할만한 상상력을 표현해내는 대가라면, '언 페이스
풀'의 ’아드리안 라인‘ 감독은 좀 더 은밀하고 섬세한 감정과 심리 관계를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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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감독 같습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30대 중반의
'코니 섬너'는 뉴욕 교외에 남편 에드워드(리차드 기어), 아들 찰리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결혼 11년 차 주부입니다. 이상적이라 할 만한 가정 안에서
코니가 신경 쓰는 것은 남편의 건강과 아들의 교육 문제, 그리고 온갖 자질구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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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정도. 평소와 다름없이 남편과 아들이 집을 나가고 집안일을 정리하던
중, 그녀는 특별한 만찬을 위해 뉴욕 시내로 쇼핑하러 외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을 온전히 쓸어버릴 만큼 강한 바람이 불던 그 날 바로 그 순간,
가장 은밀하고도 위험한 유혹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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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무료함 때문에 바람을 피운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납니다.
바람에 휘청거리던 코니는 맞은편에서 오던 한 남자와 부딪쳐 넘어지고, 치료를
자처하는 남자에게 이끌려 근처 그의 아파트로 들어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
오지만 모든 게 엮인 듯 규칙적인 라이프 사이클에서 문득 '폴'의 관능적인 몸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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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고, 어떠한 힘에 의해선지 자신도 모르는 새 '폴'의 집으로 전화를 걸게 됩니다.
그렇게 만남을 시작한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격렬해지고, 자꾸만 '폴'에게 탐닉하는
자신이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자상한 남편이 주는 일상의 평화와 듬직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의 늠름함은 아무도 깨뜨리지 못할 견고한 성과 같이 쌓여가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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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었는데 너무도 갑작스럽게 한 남자가 끼어들고 어떤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겨를도 없이 불륜으로 치 닿게 되는 것은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가정을 지켜야만
하는 코니의 잘못 때문에 남편은 상처받고, 또한 새로운 연인이 상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라도 가장 상처를 받았을 사람은 바로 코니 자신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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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아들을 더없이 사랑하면서도 또 한편 새로운 연인을 갖는다는 것, 사회
에서도, 남편에게도,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는 코니 자신은
스스로 되뇌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사고였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과거에 보았던 '언 페이스 풀'은 기독교 가치관 가운데 뉴에이지의 위험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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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하려는 관점으로 보았다면 이번에 본 언 페이스 풀은 희대의 사기극을 당한
리차드 기어의 관점에서 어떻게 분노-절망-수용의 과정을 겪는지를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리차드‘가 ’폴‘의 집에서 자신이 아내에게 선물했던 특별한 유리
구슬을 ' 발견하고 분노하던 장면이 생생합니다. 연이어 자동 응답기로 들려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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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목소리가 관객인 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폴 이제 그만
만나야겠어요. 미안해요." 저는 부부의 신뢰를 상징하는 F(faith)의 의미가 무엇
인지, Unfaithful로 인한 당사자의 분노와 절망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감히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바람을 피워 아내가 받았을 충격을 처음 생각해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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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cking kid가 아니라 당신을 죽이고 싶었어." "실수라고 말하지 말아요.
실수란 없어요. 단지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일 뿐."
리차드가 분노 가운데서도 더 큰 두려움(아내를 볼 수 없다는)을 해결하기
위해 아내를 용서하기로 한 걸 보며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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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기분을 알 것 같아요. 나도 그때 그녀에게 관용을 베풀었더라면,
그녀를 지켜줬더라면 어찌되었을까요? 60줄에 앉아 제 가치관이 조금은 유연
해진 것 같아요. 다시 리차드의 상황이 온다면 나도 리차드처럼 행동할 거예요.
이해합니다. 코니도 그럴 수 있었고, 남편도 그럴 수 있었고, 폴도 그럴 수
있었기에 누가 제일 잘못일까요? 굳이 정답은 찾아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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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개봉했을 때(2002)는 보고도 이해 못 하고 충격만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여자가 미쳤구나. 남편이 불쌍해” "불륜이 미쳤구나"는 인정하지만, 미침의 성질과
방향은 많이 다릅니다. 길이 아니었고 가지 말았어야 함을 알면서도 자신을 주체
하지 못하고, 불륜 상대남 ‘폴’과의 만남을 이어갔던 일탈은 달콤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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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가정으로 돌아가고자 한 것은 성선설일까? 이별을 고하고 모든 것이 정리
되었다고 믿었던 순간 일은 벌어져 있었습니다. 성악설이 작용했는지 걷잡을 수
없는 블랙홀 처럼. 일이 막 꼬여갔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으로보면 하나님의 간섭
으로 해석할 테지만 신은 없습니다. 당연히 선과 악의 기준도 다시 책정해야 합니다.
누구든 죄없는 자가 저들에게 돌을 던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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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안 레인'은 옷을 잘 입기로 유명합니다. 어떤 옷이든 자기 스타일대로 멋지게
소화해 내는 힘을 가진 스타입니다. 저는 옷 잘 입는 여자가 매력 있습디다. 그녀의
패션, 헤어 스타일, 메이크업, 블랙 실루엣도 환상적입니다. 대충 빗질도 안 한 반
묶음 머리가 왜 그리 우아한 거여. 한참이나 유행이 지난 갈매기 눈썹도 그녀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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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떡입니다. 완전히 풀어낸 머리가 일명 거지 존, 어깨를 닿을 듯 말 듯 한 어중간한
길이인데도, 치명적인 팜무파탈입니다. 키스할 때는 아카시아 향기가 났을 것이고
프렌치 코트를 팔랑거릴 땐 '샤넬 넘버5' 향이 남자를 무장해제 시켰을 것입니다.
그녀는 무죄입니다. 섹시한 게 죄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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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안 해(백 지영)'와 '화장을 고치고(왁스)' 이 두 곡을 마주하면 생각나는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는 제가 그림을 그리듯 노래를 즐겼는데 '잊지 말아요'와'
'애인 있어요.'를 단독 콘서트로 들려주었고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갖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나놓고 보니 제가 아닌 진짜 애인이 있었더라고요(양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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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년임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그녀가 제게 들려줬던 유행가와 맞닥트리면
여지없이 15년 전이 소환되는 걸 어떡합니까? 사랑, 징글징글합니다. 하여간 이
여인으로 3년의 사랑을 배웠고 이혼의 대가를 치렀습니다. 그녀와의 추억은 운천,
산정호수, 철원, 오락실, 송산 교도소, 노래방, 방부목, 도영, 효재, '메디슨 카운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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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언 페이스풀', 아내가 결혼했다.'등등 추억의 편린은 솔차니 많습니다.
"우연히 날 찾아와 사랑만 남기고 간 너 하루가 지나 몇 해가 흘러도 아무 소식도
없는데 세월에 변해버린 날 보면 실망할까 봐 오늘도 나는 설레는 맘으로 화장을
다시 고치곤 해. 아무것도 난 해 준게없어 받기만 했을 뿐 그래서 미안해 나같은
여자를 왜 사랑했는지 왜 떠나야 했는지 어떻게든 우린 다시 사랑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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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널 만나면
모질게 따지고 싶어
힘든 세상에
나 홀로 남겨두고
왜 연락 한번
없었느냐고
아무것도
난 해 준 게 없어
받기만 했을 뿐
그래서 미안해
나 같은 여자를
왜 사랑했는지
왜 떠나야 했는지
어떻게든
우린 다시 사랑해야 해
그땐 너무 어려서
몰랐던 사랑을
이제야 알겠어.
보잘 것 없지만
널 위해 남겨둔
내 사랑을 받아줘
어떻게든
우린 다시
사랑해~야해
2023.7.16.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