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前보좌관 부인 “야적장 만들 땅”이라더니, 계획서엔 “농사”
[신도시 투기 의혹]안산 투기의혹에 앞뒤 안맞는 해명
당시 박 씨가 매입한 경기 안산시 장상동에 있는 토지. 이곳은 매입 한 달 뒤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 송은석 기자
3기 신도시인 경기 안산시 장상지구 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전 지역 보좌관 부인 박모 씨(51)가 농지 매입 당시 안산시에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인근에 사업장을 갖고 있어 야적장 용도로 매입했다”는 박 씨 측의 기존 해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 농업경영계획서 허위 작성 의혹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안산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씨는 2019년 4월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에 있는 1550m² 크기의 농지를 매입할 당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를 매입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농지취득 자격을 증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씨가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를 보면, 주 재배 예정 작물에는 ‘감자, 고구마, 고추, 상추 등 텃밭작물’이라고 적었다. 노동력 확보 방안 항목에는 ‘자기노동력’이라고 표시했다. 17일 동아일보가 해당 토지를 둘러봤을 때도 마늘 등 작물이 심겨 있었다. 인근 주민들도 “항상 농사를 짓던 땅이고 야적장으로 쓰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박 씨 측이 15일 입장문에서 “야적장 용도로 샀다”고 설명한 대목과 어긋난다. 이에 대해 전 장관의 전 보좌관 A 씨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내(박 씨)가 (농지를 사려면) 야적장으로 매입이 안 되니까 살 땐 농지로 샀고, 이후에 허가를 받아서 창고를 지으려고 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또 “아내 말로는 2019년 4월 매입한 직후 5월에 공공주택지구 지정 발표가 나는 바람에 개발행위가 제한돼 창고를 못 지었고, 어쩔 수 없이 농사를 지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씨가 매입한 농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에 있어 신규 공공주택지구 지정과 상관없이 야적장으로 활용할 수 없다. 안산시 관계자는 “그린벨트 농지는 잡종지로 지목을 바꾸거나 야적장으로 쓰기 위해 농지전용허가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허가 없이 야적장으로 활용한다면 불법 전용”이라고 말했다. 창고를 지어 농업 이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불법이다. A 씨는 이에 대해 “아내가 주도한 거래였고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 사업상 야적장 용도로 매입했다는 말만 들었다”고 답했다.
A 씨의 해명이 사실이라 해도 문제가 없진 않다. 박 씨는 농지를 매입하며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해 신고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사동천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겠다고 계획서를 작성해 농지를 매입한 뒤 실제론 야적장 용도로 활용한다면 농지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LH 수사, 특검보다 국수본이 효율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는 “18일 현재 모두 37건의 사건을 접수해 내사 또는 수사하고 있다. 이 중 16건은 3기 신도시를 포함해 LH가 사업을 벌인 지역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고발 9건과 수사 의뢰 4건, 경찰이 자체 판단해 들여다보는 사건은 24건이다.
합수본이 LH 직원 등의 부동산 투기 신고센터 운영을 시작한 15일부터 지금까지 접수된 신고는 모두 243건이다. 이 중 50여 건은 신빙성을 갖췄다고 보고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압수물 분석과 추가 압수수색, 피의자 소환 등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수본의 수사를 총괄하는 남구준 국가수사본부 본부장은 18일 오전 “LH 투기 의혹처럼 광범위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에선 전국적인 수사 지휘 체계를 갖춘 국수본이 가장 적합한 수사기관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며 “국회의 특별검사(특검) 논의와 상관없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 본부장은 “특검은 특검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역할이 있다. (이번 수사는) 국수본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남 본부장이 이러한 의견을 표명한 건 LH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경찰이 관련 수사에 대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일부에서 ‘경찰이 수사 의뢰나 고발 사건만 수사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는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안산=김태성, 이솔 / 권기범 기자
용인시, ‘반도체특구’ 투기의혹 공무원 3명 수사의뢰
[신도시 투기 의혹]
2018년 SK 투자발표후 가격 급등
“담당 사업부 거친 직원이 땅 매입”
시민단체 “LH직원 의심거래 30건”
경기 용인시는 소속 공무원 6명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사업지와 인근 토지를 매입한 것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투기 의혹이 의심되는 3명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6만 m²에 사업비 1조7903억 원을 들여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2018년 말 SK하이닉스가 이곳에 약 122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부동산 대박’에 대한 기대감으로 땅값이 30∼40% 급등했다.
용인시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공무원 6명은 △5급 2명 △6급 1명 △7급 2명 △8급 1명이다. 독성리와 죽능리에 2014∼2019년 각각 7∼6453m²의 농지 등을 취득했다. 이들 중 3명은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개발 계획이 발표된 2018년에 땅을 사들였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3명이 사업부지 경계와 인접한 땅을 매입했고, 사업부서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거나 토지 취득 경위가 분명하지 않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3명은 공무원 임용 전 토지를 취득했거나 실거주 명목 등으로 구매해 투기 의심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
용인 원삼주민통합대책위도 이날 용인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30여 명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인근 토지를 투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반경 2km 이내 토지거래 명세 600여 건을 자체 조사한 결과 투기로 의심되는 거래가 80건가량 됐고, 이 중 30여 건이 LH 직원이 한 거래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경기 고양시는 이날 소속 공무원과 고양도시관리공사 직원 4050명 중 3기 창릉 신도시 지구 내 토지를 소유한 공무원은 한 명도 없다고 발표했다. 다만 인근 지역을 매입한 5명을 확인했고, 이 중 3명에 대해서는 투기 의혹 해소 차원에서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 이들 중 1명은 부모가 땅을 빌려 경작하던 도내동 인근 농지(724m²)가 매물로 나오자 2015년 경작을 목적으로 매입했다. 또 다른 1명은 성사동 자택에서 약 850m 떨어진 개발제한구역 내 426m²의 농지를 텃밭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8년 샀다. 나머지 1명은 2016년 삼송취락지구 내 146m² 대지를 매입해 단독주택을 신축한 뒤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용인=이경진 기자
부산市 공직자, 10년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신도시 투기 의혹]
전현직 與野 선출직-고위직 전원 특별기구 구성해 엘시티 등 조사
본인-가족-친인척 비리 확인땐 징계
부산시와 여야 정치권이 부동산 비리를 조사할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최근 10년 치 부동산 거래를 조사하는 데 합의했다.
18일 부산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시청 회의실에서 이병진 시장 권한대행과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시당위원장, 하태경 국민의힘 시당위원장, 신상해 시의회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 비리 조사 특별기구 구성 합의서에 서명했다.
특별기구는 이른 시일 안에 여야 동수로 조사위원을 구성하고 △가덕도·대저동 △기장군 일광신도시 △해운대 엘시티 등 지역 투기 의혹을 조사한다.
대상은 전·현직 선출직 전원과 부산시 고위공직자 전원, 그 직계가족 및 의혹이 있는 관련 친인척이 대상이다. 전직 공직자는 본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 투기가 확인된 전·현직 공직자에 대해서는 실질적 징계나 퇴출 방안을 마련한다. 특별기구는 이른 시일 안에 구성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특별기구의 인력, 예산 등 행정 지원 업무를 맡고 다른 필요한 사항은 특별기구 합의로 결정한다.
앞서 부산시는 자체 조사단을 구성해 투기 의혹이 일었던 강서구 연구개발특구와 공공택지, 주변 일대의 최근 5년간 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대상은 시 관련 부서 761명, 강서구 574명, 도시공사 315명 등 1650명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이다. 이병진 권한대행은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한 치의 의심과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