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의당면에 있는 시이모님댁에서 김장을 했습니다.
세종시와 공주시 사이에 있는 금싸리기 땅에서 헐값으로 자란 배추 삼백포기가 고무통으로 들어가고,
시어머님의 세 자매분들도 고단한 몸을 쉬러 안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저녁상과 술상을 치운 우리 며느리들은 주방에서 우리만을 위한 술상을 준비했지요.
기분좋게 한 잔 하고 푹 자야만 새벽에 일어나서 절인 배추를 씻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세상일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작은동서(시이모님 둘째 며느리)는 작정이라도 한 듯이 얘기가 끝이 없었습니다.
아이얘기 남편얘기 시댁얘기........
저는 그 옆에서 얼굴이 발갛게 술만 마시는 큰동서(시이모님 큰며느리)에게 말을 돌렸습니다.
"동서는 어때? 베트남으로 가버렸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편안해 보여서 좋아."
일년에 한번, 김장 할때만 보는 큰동서는 볼 때마다 예뻐졋고
이제 두루두루 편안해 진 것 같아서 가볍게 던진 말이었습니다.
"저는 언제 나갈지 몰라요."
순간 술이 확 깨고 말았습니다.
친정엄마의 빚으로 팔려오다시피 한 베트남 동서는,
스무살에 열네살이 많은 서방님과 결혼을 했습니다.
시이모님의 난산으로 뇌손상을 입은 서방님은, 결혼을 하지 못해 결국 베트남으로 가서 동서를 데리고 온 것이지요.
그런데 여러가지로 결혼생활이 힘들었던 동서는 아이를 데리고 고국으로 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다시 아이를 데리고 돌아와야만 했지요.
동서의 국적은 아직 베트남 이지만 아이의 국적은 대한민국이었던 것입니다.
이제 동서는 이중국적을 취득했다고 합니다.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습니다.
아이도 다문화가정의 혜택으로 어린이집을 무료로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편안해 보였는데.......
김장을 가득 싣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름이 뭐였지?
베트남 동서, 승은엄마가 아닌 그녀의 이름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첫댓글 엊저녁에 완득이를 봤어요. 다문화가정이 먼나라 얘기가 아니고 바로 우리의 이웃이었습니다.
완득이, 잼 있지요!^^
여러분께 강추!입니다.~~
저는 메시지가 있는 영화는 보지 않습니다.
말아톤은 자폐아 조카 때문에,
도가니는 어려서 성폭행을 당하고 인생이 망가진 지인 때문에,
완득이는 베트남 동서 때문에 ,
굳이 영화를 안 보더라도 더 잘 아니까요.
그들은 어찌보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주변인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지요.
오병미 선생님, 이 영화는 제가 본 바로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무거운 영화, 즉 보기가 힘드는 영화는 아닙니다.
이제 주위에서 흔해진 다문화 가정 아이의 성장기를 아주 가볍고 경쾌하게 리얼하고 잼있게 그린 영화입니다. 원작도 마찬가지이고요. 외려 요즘의 학교 풍토의 일부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학교 담임선생님이 어려운 환경 속에 방황하는 아이에게 소박 투박하게 멘토가 되어가며 아이를 희망의 세상으로 이끌어낸다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입니다. 이 영화의 최강점은, 본래의 선생님 똥주와 학생 완득이의 캐릭터를 영화에서 더 맛깔나게 소화하여 재창조한 김윤석과 유아인의 개성 넘치는 연기력입니다.
저도 오늘 자율휴업일인 아들 둘과 함께 봤는데 가슴 뭉클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집니다.
또탄이란 베트남 여자가 있습니다. 언니가 먼저 남편에게 시집을 왔는데.. 그 언니가 아프다는 이유로 파혼을 당하고 동생인 또탄이 대신 형부였던 남자랑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말입니다.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정말 이상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울 동서는 참 이쁘고 착해요.
그런데 울 서방님이 철이 없어서 월급을 받으면 본인이 다 써버리나봐요.
시이모님과 시이모부님이 뒷감당을 많이 하시고 계시죠.
그러게, 저도 사촌동생이 라오스에 가서 살고 있는데 그 올케 이름을 적어두구 외워두 자꾸 잊어버려요. 곧 들어온다는데 이름은 외워야겠는데, 조카들 이름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처음부터 이름 따위 관심도 없었어요.
솔직히 베트남 동서라는 것이 신기했고, 항상 불안한 맘으로 바라만 봤거든요.
가끔씩 시어머님께서 이렇다 저렇다 소식을 전해주시면 그렇구나.....했지요.
집을 나갔다더라, 다시 돌아왔다더라, 조치원으로 분가했다더라, 공장에 다닌다더라.....
정말 다문화국가, 다문화시댑니다.
<완득이>를 보고 바뀐 점이 있다면, 길거리에서나 시장에서나 동남아 사람들을 이제 다른 나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이웃처럼 보게됐다는 것입니다. 한국말들도 잘 하니, 이제 말도 걸어보려구요.^^
우리나라로 시집오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기숙학원 같은 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답니다.
기본적인 말은 할줄도 쓸줄도 알아요.
그리고 베트남에서 시집온 사람들끼리 모임도 있어서 서로 의지를 하더군요.
엊그제 김장 할 때도 친구를 데리고 와서 같이 하는데,
모국어로 신나게 웃고 떠드는 모습에 맘이 더 아팠습니다.
저는 그렇게 밝고 활기찬 모습을 처음 보거든요.
이젠 주위에서 심심찮게 접하는거 같네요. 저도 아는 샘이 바로 밑동서가 베트님이라고 하던데 ...
류영하 샘님 글에, 영화 완득이 에서 우리가 반성할 점들을 다시 찾아봅니다. 베트남 동서 , 잘 읽었습니다.
그들이 잘 정착하고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어려운 여건에서 결혼을 하셔서 자식까지 얻으셨으니 잘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친지들도 적극적으로 도우시고 하시면서 말 입니다. 다문화가족... 이젠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냥 한마디 했습니다.
"동서야, 내가 다음 김장때는 밥까지 책임질테니 걱정하지 말고 또 보자!!"
베트남 음식점을 볼 때마다 생각이 나곤 하지만,
일년에 한번 보는 동서에게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것 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