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전후로 딸과 함께 미국을 간다
한 번도 무엇 가져오라 부탁하지 않는 둘째언니가
12월에 출산 예정인 딸에게 엄마 노릇을 하겠다고
미역이랑 애기업는 포대기를 사오라고 한다
늘 받기만 하는 나는 다른건 몰라도 그 청만은 꼭 들어주어야 할것 같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일에 매달려 제대로 살림을 살아보지 못한 나는
어떤게 좋은 미역인지 알 수가 없었다
수십년 전에 중부시장이 건어물 김 미역 도매시장이라는걸 귀동냥으로 들어 알뿐
한번도 가 본 적은 없었다
옛날에
오장동 함흥냉면을 먹으러 갔을 때 맞은편이 중부시장이라는 걸 눈으로 알 뿐이다
주5일 꼬박 일하고
모처럼 휴일은 산에 가기가 바빠 준비를 못하다가
추석이 가까와 오니 마음이 바빠져
가까이 있는 농협하나로마트에 가서
제일비싼 산모용 미역을 사와 끓여 먹어보니
그 맛이2%가 부족한 듯하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동생과같이 중부시장에서 만나기로했다
50살이 넘은 막내 동생도 자기는 이 곳이 처음이란다
시장 입구에 들어가 장각 자연산미역을 사고
멸치랑 마른새우도 조금씩샀다
온김에 오랫만에 냉면을 먹고가자고
길을 물어물어 오장동 함흥냉면집을 찾았다
주변의 건물들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 골목 주변은 그리 낯설지 않았다
정말 오랫만에 먹는 냉면.
맛도 육수도 옛날 그대로였다
10년을 되돌아 살다온 느낌
가끔씩 이런 맛도 보면서 사는 여유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집에와서 조금 끓여 맛 본 미역국.
"그래, 이 맛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