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토론토 유류할증료 최고 단계, 오늘 가격이 가장 저렴
9.11 테러보다 심각한 항공업계, 에어캐나다ㆍ웨스트젯 감축
정부 항공유 세제 혜택 카드, 연료 공급 차단에 효과 미미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위기로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폭등하면서 여행객들의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를 전망이다. 한국과 캐나다 항공업계 모두 연료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항공 운임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사상 첫 유류할증료 33단계 적용과 캐나다 노선 폭등
오는 5월 발권되는 한국 국제선 항공권의 유류할증료가 사상 최고 수준인 33단계로 책정됐다. 2016년 유류할증료 거리비례제 도입 이후 33단계에 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싱가포르 항공유(MOPS) 평균 가격이 치솟으면서 한 달 만에 할증료 단계가 18단계에서 33단계로 15단계나 수직 상승하며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인천발 밴쿠버 왕복 노선 유류할증료는 4월 55만 2,200원에서 5월 100만 2,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폭등한다. 토론토 노선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 5월 유류할증료가 112만 8,000원으로 확정되었다. 이는 4월 60만 6,000원과 비교해 한 달 만에 50만 원 넘게 오른 수치이며, 밴쿠버, 토론토 등 장거리 노선 유류세가 20만 원을 밑돌던 지난 3월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 사이 5.7배 수준으로 치솟은 셈이다.
현재 4월 기준 5월 중순 밴쿠버 출발 인천행 왕복 항공권은 유류할증료 포함 1,600달러 선을 형성하고 있다. 인천 출발 밴쿠버행 왕복 항공권의 경우 1,800달러 선에 예약이 가능하지만, 유류세 폭등 영향으로 전체적인 항공료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어 여행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류세 고공행진 장기화 우려와 소비자 대응
항공사들은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매달 16일 다음 달 적용 금액을 발표하는데, 이번 5월 할증료는 중동 사태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종전 최고치인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22단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유류할증료는 탑승일이 아닌 발권일 기준으로 부과되므로 유류세가 더 뛰기 전인 4월 내에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떨어지길 기다리던 소비자들도 고유가 장기화 우려에 조금이라도 저렴한 4월에 발권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할증료 부담으로 여행 상품 판매 자체가 중단되거나 관련 광고가 취소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항공사 경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류비는 항공기 운영비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할증료가 최고 단계인 33단계에 도달하면 유가가 더 오르더라도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을 전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급 불능에 빠진 글로벌 항공업계
캐나다를 포함한 글로벌 항공업계도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연료 공급 차단으로 인해 사상 최대의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은 현재 항공유 재고가 6주 분량에 불과해 조만간 대규모 항공편 결항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맥길 대학교의 존 그레이덱 교수는 이번 사태를 9.11 테러나 코로나19 사태보다 더 심각한 항공업계 최악의 위기로 규정했다. 과거 위기 때는 공급 자체에 문제가 없었으나, 지금은 항공기 운항의 핵심인 연료 공급이 끊기고 있기 때문이다. 웨스트젯은 이미 4월과 5월에 걸쳐 일부 노선의 운항 횟수를 줄이며 용량 감축에 나섰다. 마크 카니 총리가 항공유에 대한 연방 소비세를 일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커 실제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 상승세 지속에 전문가들 지금 예약 권고
전문가들은 항공유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론토 요크 대학교의 프레드 라자 교수는 연료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항공권 가격 상승세는 더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캐나다 국내선 요금은 지난해보다 약 14% 올랐으며 국제선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맥스 존슨 관광 컨설턴트는 미래의 가격 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지금 확인되는 가격이 가장 저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행 계획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예약을 서두르는 것이 비용을 절감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항공사들이 연료 부족을 이유로 항공편을 취소하거나 운항 노선을 조정하기 시작하면 공급 감소로 인해 가격은 더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