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김홍희
“아, 카메라라는 기 눈만 있지 어디 체면이 있나. 아무데나 휘둘러 대이 프라이버시가 문제지.”
사진기를 들이대자 득달같이 날아드는 포장마차 사장님. 말은 그러면서 오징어튀김을 하나 얼른 손에 쥐어주며,
“아, 사진을 그래 찍어가꼬 어디 맛이 찍히나? 그렇고 그런 사진이나 찍히지.”
엉겁결에 받아 든 튀김을 입에 물고 주춤거리는데 아저씨 사진 강의 최고의 명강의다.
“떡볶이 사진을 찍을라면 맛을 찍어야지. 맛을!”
사진기 하나 달랑 메고 떠돌아다닌 20년. 별의 별 사람에, 별의 별 사진 강의를 다 들어봤지만 이렇게 뒤통수가 다 멍해져 한번에 나자빠져 보기도 처음이다.
“아이씨, 근데 이 집은 와 이리 손님이 많소?”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려고 던진 말에 이번은 떡볶이 강의다.
“비결? 장사하는 사람 90프로가 유혹에 넘어가지. 어제 조금 남은 재료를 오늘 써도 손님들은 모르겠지 하고 또 쓰지. 그런데 그게 어디 글나? 혀가 용케 알지. 그 유혹을 견디기 어렵지. 십 원, 이십 원 남기는 장사에, 팔다 남았다고 몇만 원어치 물건 버리기 쉽나? 이 유혹을 버려야 손님이 오지.”
유혹과 손님의 상관관계. 거 좋네.
“건 그렇고. 거기서 얼쩡거리지 말고 저기 뒷자리나 가서 앉으소.”
떠밀리다시피 앉은 자리에 벌건 고추장 떡볶이 한 접시, 튀김이 한 접시 배달된다.
“술은 없는교?”
“술? 여기는 술 안 팔아.”
포장마차라면 소주에 따뜻한 오뎅 국물, 꼼장어에 해삼 멍게가 제격인데, 떡볶이에 술도 안 파는 튀김 포장마차라니. 접시 둘을 다 비우고 술 파는 포장마차를 기웃거리는데, 호객하는 아주머니 왈,
“손님 많은 포장마차 사진 찍을라꼬 그 카지요? 거 옛날 이야기요. 좋은 시절 다 갔심더. 그냥 조용히 한 잔 하고 가이소.”
--김홍희 시집 {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