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학생들이 영어수업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시끌시끌하지만, 대학에서는 영어수업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야망이 큰 대학일수록 영어수업이 곧 세계 유수의 대학과 같은 수준이 될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듯 합니다.
그러나 저는 대학에서조차, 영어수업이 곧 진리요 선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를 간단히, 저 자신의 경험과 더불어 쓸까 합니다.
일단, 두 가지를 짚고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 아니라 직업훈련소라고 생각하는 관점에서는 어떤 과목이든, 심지어 국문과에서조차 영어로 수업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수 있겠죠(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다만 그 전공에 관해 뭔가 배우겠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음으로, 인문학도로서의 경험과 현실이니, 이공계에는 해당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이공계 학문은 전혀 몰라서 뭐라 말할수 없지만, 영어로 논문을 쓰거나 해외에서 통용되는 것이 보다 수월하다고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영어로 수업하는 것이 가능하거나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적어도 인문학, 이른바 문학/사학/철학 관련 전공을 전부 영어로 수업한다는 것은, 비단 국문과나 국사학과가 아니더라도 큰 문제입니다. 그것이 서양 학문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뭔가를 배우고 연구한다는 궁극적인 목적 자체는, (물론 개인적인 즐거움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그것을 소화하고 재생산하기 위해서입니다. 즉, 외국의 학문을 배우는 목적은 결국, 그것을 어떻게든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우리 현실에 도움이 되도록 소화해 내기 위해서 라는 것입니다. 철학이나 문학이 현실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얘기는, 얘기하자면 길지만 패스하겠습니다. 다만 여기서 소화하고 재생산한다는 것은, 꼭 당장 어떤 금전적 이익이 되어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을 우리 현실에 맞게 학생들에게 가르치거나 번역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예전에 영어로 서양철학 수업을 들어보았습니다. 중고생들이 수학 배우는 것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한국어로 배워도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영어 잘하는 미국애들에게도 철학은 쉽지 않지만, 애초에 개념 구조 자체가 달라(개념이 언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들의 철학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네, 물론 제가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더 어렵긴 했을 겁니다. 그러니 아예 생각 자체를 영어로 하는데 익숙해지면 된다고 지금 영어정책 하시는 분들이 말합니다. 원래 외국어였던 것을 한국어로 억지로 바꿔서 가르치니 더 어려운거다, 원어로 배우면 더 쉽다는 분들도 있더군요. 그럼 독일 철학은 독일어로 배워야 하고, 프랑스 철학은 불어로 배우면 될까요? 중세 철학은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배우면 쉽구요. ㅋ 왜 미국에서는 그 생각을 못하고 영어로 수업을 할까요? 왜, 생각 자체를 영어로 해야 하나요? 번역을 예로 들면, 저는 많은 인문과학/사회과학 번역본을 보았습니다. 좋은 번역도 있지만 나쁜 번역도 있습니다. 소위 "생각 자체를 영어로" 하고 있구나 싶은 번역자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번역은 아주 끔찍합니다. 본인은 원저자의 글을 이해했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번역된 문장은 도저히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제대로 전달조차 못할거라면, 외국 학문을 배워서 뭐합니까?
네, 정책 입안자들의 언행을 보면, 아예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번역이나 한국어 교육 자체가 필요하지 않게 모든 국민이 영어로 자유롭게 말하고 생각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무슨 그런 국가적 낭비가 있습니까? 엄청난 돈과 노력 없이, 어떻게 전국민이 모국어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습니까? 그 엄청난 돈과 노력을 온전히 각 학문에 투자하면 좋을 것을, 즉 이미 가지고 있는 개념틀 안에서 깊은 수준으로 내려가야 할 상황에서 그 개념틀을 때려부수고 새로운 개념틀을 만드는 데 모든 돈과 노력을 퍼붓다니요.
물론 정말로 영어로 사고하고 학문하는 것에 전혀 무리가 없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 대부분이, "우리" 학문에는 도움이 안됩니다. 우리 학문에 도움이 되는 것은 영어로 INPUT 하고 영어로 OUTPUT 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록 영어로 INPUT 을 했더라도 많은 노력과 열의를 통해 한국어로 OUTPUT 을 해내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영어를 배우는 과목이 아니라, 그 외의 과목을 영어로 하는 것은 한국어 OUTPUT 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평소 유학갔다 오신 교수님들이 영어를 섞어 쓰시거나 할때 느끼는 것이지만, 단순히 "한국어로 옮기기 어려운 개념이라서" 특정 개념을 원어 그대로 쓰는 분들이 계신 반면, 조금이라도 원 뜻에 가까워지도록 엄청난 고민을 하며 신조어를 만드는 분들도 있습니다.
외국 것 들여오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으로 풍성해져야 하는 거지, 오히려 우리가 가진 것이 축소되고 시들어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외국 것을 많이 받아들일 수록 우리말과 우리 생각이 더 중요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참, 이공계에 비해 인문학자 중에는 외국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은 (일부 이공계 분들의 생각과는 달리) 인문학자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물론 게으른 분들도 있지만;;) 이공계 학문은 "증명"을 하면 되는 것이지만, 인문학은 "설득"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문의 변방에서 중심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고, 그들이 쌓아온 것들을 따라잡아 능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물론, 성과에 명확히 순위를 매길 수 있는 이공계와는 달리, 인문학 연구는 크든 작든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 있으니 1등이 부각되지 않는 탓도 있고요. 언어적인 장벽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은 academic writing을 훈련시켜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결코 수업을 영어로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첫댓글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자는 것은 모든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영어포함 모든 과목의 학력을 동반저하시키자는 뜻밖에 안됨. 니멋대로해라~
진짜 고려시대 가요같은 건 어찌배울라고 그러니...얄라리얄라셩얄라리얄라는 BLABLABLABLA이렇게 할라구?
어제 신봉숙에서 다큐같은게 나왔는데요..한글에 대한거. 맥켄이라는 한국어교수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아름따다 가실길에 뿌리오리다" 이런 구절..영어로 맞게 살리는거 어렵다고. 사실상 못한다구요. 정말 아름다운 시이고 언어인데 영어로 살리지못한다는게 안타깝다구요. "아름따다 뿌리오리다"라는 발음적인 아름다움에다가 뜻까지 훼손시키지않는 한도내에서의 번역이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이런 아름다운 시를 영어로 밋밋하게 배우려나요? 학문적 깊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무식한 대통령에게서 나온 무지막지한 정책이라니. 정말 끔찍하달수밖에요.
어느나라가 학교에서 모국어를 몰아낼 생각을 하나.....................-_- 그들 머릿속은 당췌 이해할 수가 없어
핀란드처럼 영어로 수업하는게 국가경쟁력에 좋다는 건 일리가 있지만, 이렇게 졸속으로 진행시키면 -_- 참으로 바긔다운 일. 최소한 이제 태어나는 아이들을 기준으로 천천히 시스템을 조금씩 바꿔나가면서 적용해야지 2010년부터 시행한다니 어이상실!
22222222222222 그리고 유럽애들이 그렇게 많은 언어 가능한게 걔네들은 문자언어가 다 알파벳이라구..... 언어에 어느정도 유사성도 있고.... 진심 미치겠음
수학은 영어로 배워도 무방하겠지만 다른 과목들은 흠많무라구
백석시인이 맨날 노벨문학상에서 후보에만 오르는 이유가 한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지못해서 잖아요 정말 ... 영어를왜왜왜
식민지 시대도 아니고 어이가 없어요.나라에서 강제로 외국어로 수업을 하게하다니...뭐 이런 또라이같은 발상이
아니 자국문화가 우선이지 어떻게 외국어가 우선이 될 수 있냐고~!!!!!!!!!!!!!!!! 아 이건 진짜.. 뭐..
외국인들중에서도 한글을 좋아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작 한글쓰고있는 이놈의 윗대가리들은 한글을 없애려하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