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락은 좋은 말을 구해오라는 명을 받았다.
백락이 길을 나서던 중 소금 장수의 마차와 마주쳤다.
소금 마차를 끌던 말은 비쩍 마르고 볼품없이 생겨
언뜻 보기에는 아무데도 쓸데없어 보이는 말이었는데,
백락은 절로 측은지심이 들어
입고 있던 베옷을 벗어 말의 잔등을 덮어 주었다.
천하의 명인이었던 백락은
단번에 그 말이 천리마의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직감했다.
불세출의 천리마로 태어나
왕을 태우고 세상을 호령했어야 할 말이
보잘것없는 먹이를 먹고 비쩍 마른 채
소금 수레를 끌고 있었던것이었다.
말은 자신을 알아주는 데 감격해 길고 우렁차게 울었다.
소금 장수에게서 말을 사 온 백락이
초나라 왕에게 그 말을 보이자 초나라 왕은 대뜸 화를 내었다.
좋은 말을 구해오라 했더니
웬 비루먹은 말 한마리를 끌고 덜렁덜렁 왔으니 화가 날 수밖에.
하지만 말에 대해서는 이길 자가 없다는 백락이 강권하는지라
초나라 왕도 못 이긴 체 며칠간 기다려 보기로 한다.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고사성어로 백락이 한 번 뒤돌아본다는 뜻이다.
곧 비쩍 말랐던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위풍당당한 천리마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에 초나라 왕이 몹시 기뻐하며
바로 말 위에 올라타 채찍을 한 번 휘두르니
말은 그 길로 천 리를 질주했다 한다.
백락상마(伯樂相馬)라는 고사성어로
백락이 말을 관찰한다는 뜻이다.
千里馬常有 白樂不常有(천리마상유 백락불상유)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은 늘 있지 않다.’
당대(唐代)는 물론이고 역대 중국의 대표적
문장가이자 유학자인 한유(韓愈)의 말이다.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명마(名馬)는 어느 시대에나 있지만,
그 명마를 알아보는 백락(주나라 사람으로 명마를 보는 눈이 누구보다 뛰어났던 인물)은 좀처럼 없다는 뜻이다.
인재의 발굴과 육성을 사명으로 하는 교육자들이 신조로 삼아도 좋을 아포리즘이다.
몇 년 전 워싱턴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조슈아 벨이
거리의 악사로 변장을 해서 연주를 한 적이 있었다.
그날 벨이 연주한 악기는 무려 32억 원짜리 바이올린이었고
45분 동안 열심히 연주를 했다.
전문가들은 비록 장소가 지하철역이기는 하지만
많은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날 벨이 연주하는 장소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음에도
사람들은 그의 연주에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그날 벌어들인 돈은 고작 32달러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겨우 3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었다.
이 사례를 보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그 능력을 발휘하는 장소가 유명 콘서트홀이 아닌
거리, 지하철역 등 격에 맞지 않는 장소이거나
그 재능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그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묻힌다는 사실이다.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늘 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 주변에 훌륭한 인재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단지 우리에게는 이러한 인물을 알아볼 수 있는
시스템과 안목이 부족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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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락의 본명은 손양(孫陽)이며 주나라 사람이다.
원래 백락은 전설에 나오는 천마(天馬)를 주관하는 별자리인데
손양이 말에 대한 지식이 워낙 탁월하여 그렇게 불린 것이다.
난세일수록 아부만 하는 신하가 아닌 영웅호걸과
지혜로운 신하를 알아보는 명군(名君)의 혜안(慧眼)이 필요하다.
ㅡ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