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은 오랜 명소인 떡볶이 타운을 넘어 트렌디한 상점이 가득한 힙한 동네로 자리 잡았다. 빈티지 외관의 맛집과 카페, 핸드메이드 소품 가게, 개성 넘치는 주점까지. 언뜻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특한 콘셉트와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이 신당동만의 매력이다. 새로운 감성이 더해진 ‘힙당동’, 그 다채로운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코스 1. 신당동 떡볶이 여행
떡볶이의 성지 신당동떡볶이타운
개요│보글보글 지글지글. 즉석떡볶이가 떠오르는 날엔 신당동으로 가자. 1953년 마복림 할머니가 처음 떡볶이를 팔면서 시작된 신당동떡볶이타운은 1970~1980년대 DJ박스를 운영하는 가게들이 등장하며 단순한 식당을 넘어 청춘들의 핫플로 자리 잡았다. 그때의 흥겨운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신당동은 여전히 떡볶이 성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푸짐한 신당동 즉석떡볶이
대현산배수지공원까지 운행하는 모노레일
코스 설명 │신당역 8번 출구에서 3분 정도 걸어가면 ① 신당동떡볶이타운에 이른다. 즉석떡볶이는 커다란 팬에 떡, 어묵, 쫄면, 라면, 달걀, 만두 등 각종 사리를 넣어 앉은 자리에서 바로 끓여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콤달콤한 양념에 밥까지 볶아 먹으면 속이 훨씬 든든하다.
볶음밥까지 배부르게 먹어도 걱정 없는 이유, 근처에 걷기 좋은 산책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마복림할머니집을 기준으로 10여 분 걸어가면 서울 최초의 모노레일 ② 대현산배수지공원 모노레일이 나타난다. 모노레일 덕에 가파른 언덕 위에 있는 산책로 입구까지 3~4분 만에 쉽게 올라갈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요금도 무료다.
누구나 걷기 편한 남산자락숲길
무학봉에서 대현산, 응봉공원을 거쳐 남산까지 이어지는 ③ 남산자락숲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책을 즐겨보자. 전체 길이 5.52km의 숲길은 완만한 덱 길, 흙길 등으로 이뤄져 누구나 편안하게 걷기 좋다. 숲길 자체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데, 곳곳에 서울 도심이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전망대, 건강에 좋은 맨발황톳길, 아이들을 위한 유아숲체험장 등이 조성되어 재미를 더한다. 약 40분 정도 걸은 후 ④ 버티고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 코스로 계획하면 적당하다.
팁 │스마트서울맵(https://map.seoul.go.kr) 이용 시 남산자락숲길 진출입로와 대중교통 연결길, 화장실 등 편의시설 위치 확인 가능
추천 코스│① 신당동떡볶이타운 → 도보 13분 → ② 대현산배수지공원 모노레일 → 도보 6분/모노레일 4분 → ③ 남산자락숲길 입구 → 도보 45분 → ④ 버티고개역 6호선
가는 방법│[지하철] 수도권 지하철 2·6호선 신당역(8번 출구)에서 신당동떡볶이타운까지 도보 3분
코스 2. 힙당동 핫플 여행
신당동의 독특한 공간 주신당
개요│신당동은 이제 떡볶이만 먹으러 가는 동네가 아니다. 레트로한 골목 사이에 개성 있는 음식점부터 감성적인 문화 공간까지, Z세대가 좋아할 만한 공간이 가득 숨어있다. 조금만 걸어도 ‘힙당동’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책 읽기 좋은 소수책방
알곤이칼국수로 유명한 하니칼국수
코스 설명 │ ① 소수책방은 “언제나 잠시 머물다 가도 좋다”고 말하는 독립서점 겸 북카페다. 은은한 조명 아래 커피나 와인을 마시며 마음에 드는 책을 읽을 수 있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종이에 글을 쓰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도 차분하게 정리된다.
책으로 마음을 채웠다면, 이제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울 차례다. 신당동 대표 맛집 ② 하니칼국수에서 뜨끈하게 속을 덥혀보자. 대표 메뉴는 알과 곤이가 듬뿍 들어간 칼칼한 알곤이 칼국수. 특제 육수에 삶은 삼겹살 보쌈과 각종 전도 별미다.
뮤지컬과 바를 결합한 이색 공간 쇼플릭스
십이지신을 활용한 주신당 칵테일
하니칼국수 맞은편에는 뮤지컬 바 ③ 쇼플릭스가 자리한다. 가볍게 술 한 잔 마시며 전문 배우가 참여하는 뮤지컬 공연을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공연은 30분마다 진행되며 그날의 공연 내용과 순서는 입구에서 확인 가능하다.
힙당동의 밤을 장식할 마지막 핫플은 오컬트 감성이 가득한 바, ④ 주신당이다. 신당을 연상케 하는 으스스하면서도 몽환적인 인테리어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신당동의 지명 유래를 살린 색다른 바에서 12지신을 주제로 한 칵테일을 맛보자. 자신의 띠에 맞는 칵테일을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추천 코스│① 소수책방 → 도보 20분 → ② 하니칼국수 → 도보 1분 → ③ 쇼플릭스 → 도보 1분 → ④ 주신당
가는 방법│[지하철] 수도권 지하철 3·6호선 약수역(3번 출구)에서 소수책방까지 도보 6분
코스 3. 서울중앙시장 먹거리 여행
서울 3대 시장으로 손꼽히던 서울중앙시장
개요│성시경이 갑오징어와 수제 어묵을 먹고 박나래가 김장 재료를 사기 위해 찾은 이곳. 먹거리 명소로 소문난 서울중앙시장이다. 1960년대에는 양곡 거래가 주를 이루었으나 해물, 청과, 채소, 고기부터 주방용품, 가구까지 취급하는 품목이 점차 다양해졌다. 젊은 예술가들의 트렌디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창작 공간은 시장에 활기를 더한다.
서울중앙시장의 갑오징어구이
시장의 숨은 명소 신당창작아케이드
코스 설명│시장으로 향하는 길,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번져 나온다. 냄새의 진원지는 1986년 문을 열어 2대째 운영 중인 ① 풍년기름집.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로, 신선한 통깨를 직접 볶은 후 저온 압착 방식으로 착유한 참기름과 들기름이 유명하다. 다양한 기름을 직접 시음하고 비교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왁자지껄한 시장을 뒤로한 채 지하로 내려가면 또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나타난다.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인 ② 신당창작아케이드다. 1980년대 지하 쇼핑센터로 번성했던 이곳은 침체기를 거쳐 예술가들의 보금자리로 거듭났다. 2025년 현재 16기 입주 작가 35명이 활동 중이며,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고사리 요리를 선보이는 고사리익스프레스
산전의 쫄깃한 수제 어묵
이제 시장 구경의 핵심인 먹방을 즐길 차례다. 보리밥 골목에 들어서면 노포 사이로 빨간색 간판을 단 ③ 고사리익스프레스가 눈에 띈다. 이곳은 직접 만든 고사리 소스로 맛을 낸 고사리들깨비빔면, 고사리누들떡볶이, 고사리버터밥 같은 이색 비건 메뉴를 선보인다. 어떤 메뉴를 시켜도 고사리를 평생 나물로만 먹은 것이 억울할 만큼 맛있다고.
식사 후에는 맞은편 ④ 커피엣마켓에서 사탕수수 원당이 들어간 신당라테나 초콜릿 커피인 카페토리노를 마시며 달콤한 티타임을 즐겨보자.
서울중앙시장 한복판에 위치한 ⑤ 산전의 수제 어묵은 애주가에게 인기가 많다. 생선 살에 새우, 게맛살, 채소를 듬뿍 넣어 튀겨내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한다. 시원한 생맥주와 갓 나온 어묵은 부러울 것이 없는 조화다. 만약 어묵 외에 시장의 다양한 먹거리를 안주로 삼고 싶다면, 외부 음식 반입이 허용되는 주점으로 향하자. 전통주를 좋아하면 ⑥ 짐빠신당, 와인을 좋아하면 술술317을 추천한다.
추천 코스│① 풍년기름집 → 도보 5분 → ② 신당창작아케이드 → 도보 5분 → ③ 고사리익스프레스 → 도보 1분 → ④ 커피엣마켓 → 도보 2분 → ⑤ 산전 → 도보 2분 → ⑥ 짐빠신당
가는 방법│[지하철] 수도권 지하철 2·6호선 신당역(1번 출구)에서 풍년기름집까지 도보 1분
코스 4. 싸전거리 여행
싸전거리에 위치한 브릭레인버거
개요│신당동은 국내 최대 양곡 시장이 있던 곳이다. 1960년대만 해도 수백 개의 쌀가게가 모여 싸전거리를 형성했다. 지금은 과거의 명성을 찾아볼 수 없지만, 최근에 비어 있는 쌀가게와 곡물 창고를 개조한 카페나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서울의 쌀 창고로 불리던 이곳 싸전거리에서 신당동의 어제와 오늘을 들여다보자.
쌀 창고를 개조한 베이커리 카페 심세정
카페와 전시 공간을 결합한 뮤지엄멋
코스 설명│약 70년 된 쌀 창고를 카페로 개조한 ① 아포테케리는 힙당동의 시작과 함께한 곳이다. 목재 골조가 드러난 천장과 양철판을 활용한 인테리어, 곡물을 첨가한 커피 메뉴가 이곳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바로 옆에도 쌀 창고를 개조한 베이커리 카페 심세정이 있으니 취향에 따라 골라 방문하면 된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신당동의 따끈따끈한 신상 공간 ② 뮤지엄멋도 주목할만하다. 전시 공간과 카페를 결합한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1층에서는 커피를, 2층과 3층에서는 전시를 즐길 수 있다.
고풍스러운 소품이 가득한 세실앤세드릭
고풍스러운 소품이 가득한 세실앤세드릭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이야기를 담은 ③ 싸전거리 조형물도 인근에 있다. 정확히는 브릭레인버거 앞이다. 조형물에는 정주영 회장이 싸전거리 쌀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다 가게를 이어받아 번창시키면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성공담이 담겼다. 삶에 본보기가 될 만한 문장을 읽다 보면 성공의 기운을 듬뿍 받는 기분이다.
싸전거리에는 이름난 편집숍도 여럿 있다. 겉보기에 외국 식료품 가게처럼 생긴 ④ 핍스마트 는 의류, 소품, 과자, 주방용품을, 또 다른 인기 소품숍인 ⑤ 세실앤세드릭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빈티지 소품을 엄선해 판매한다. 쇼핑을 마친 후에는 ⑥ 브릭레인버거 의 수제버거로 배를 채우자. 잘 구운 소고기 패티와 신선한 토마토, 부드러운 치즈가 하루의 피로를 녹여줄 것이다.
추천 코스│① 아포테케리, 심세정 → 도보 1분 → ② 뮤지엄멋 → 도보 2분 → ③ 싸전거리 조형물 → 도보 1분 → ④ 핍스마트 → 도보 1분 → ⑤ 세실앤세드릭 → 도보 1분 → ⑥ 브릭레인버거
가는 방법│[지하철] 수도권 지하철 2·6호선 신당역(1번 출구)에서 아포테케리까지 도보 2분
코스 5. 신당동 역사 성지 여행
신당동에서 만나는 역사 명소 광희문
개요│신당동은 요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힙한 곳일 뿐만 아니라, 오래된 건축물을 따라 역사의 현장을 걸을 수 있는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선 시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삶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신당동의 매력을 한층 깊이 느낄 수 있다.
1960년대에 산부인과로 지어진 건축물
순교자를 기리는 공간
코스 설명│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오른편에 곡선미가 돋보이는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1950년대 프랑스 유학 당시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문하에서 건축을 배웠던 대한민국 1세대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① (구) 서산부인과 건물이다. 현재는 일반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지만, 특유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여전히 한국 근현대 건축사에서 주목할 만한 건축물로 꼽힌다.
구 서산부인과 건물 맞은편에는 조선 시대 사소문 중 하나인 ② 광희문이 자리한다. 광희문은 1396년 건립 당시, 한양 도성 안에서 사망한 시신을 내보내던 문이라 시구문이라고도 불렸는데, 옛 산부인과 건물과 마주해 삶의 시작과 끝을 생각하게 한다. 천주교 박해로 희생된 순교자들을 기리는 ③ 광희문성지 순교자현양관 이 광희문과 마주한 채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재조명한다.
유일하게 남은 충남대장간
광희문 인근에는 한때 160개가 넘는 대장간이 모여 있었다. 조선 시대에는 군사 시설에 납품할 무기를 만들었고, 근대에는 무당들의 무속용품을 만들면 번성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그 많던 대장간은 전부 사라졌지만, ④ 충남대장간이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근처에서 조선 시대에 아픈 백성을 치료하던 의료 기관 ⑤ 동활인서가 있던 터도 찾아볼 수 있다. 신당동에는 당시 약재로 쓰이던 대추나무가 많았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은 노포 앞에 단 한 그루만이 남아 있다. 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함께 세월을 버텨낸 이 가게는 이름도 ⑥ 대추나무포차라고 지었다.
추천 코스│① (구) 서산부인과 → 도보 5분 → ② 광희문 → 도보 1분 → ③ 광희문성지 순교자현양관 → 도보 2분 → ④ 충남대장간 → 도보 3분 → ⑤ 동활인서 터 → 도보 1분 → ⑥ 대차나무포차 2호점
가는 방법│[지하철] 수도권 지하철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3번 출구)에서 (구) 서산부인과(현 아리움 사옥)까지 도보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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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김수진 여행작가
- 사진 : 트래블리더 14기 송수빈, 다님 7기 박유정, 서울중구청, 네이버블로그 디또(bathpl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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