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 Strauss (1864-1949)
Four Last Songs / 12 Orchestral Songs
Elisabeth Schwarzkopf, soprano
George Szell, Cond.
Radio Symphony Orchestra, Berlin 1-9
London Symphony Orchestra 10-16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200여개가 넘는 가곡중에 절창으로 꼽히는
4개의 마지막 노래는 소프라노인 부인 파울리네에게서 영감을 얻은 곡이라고
한다.이 곡들은 순환구조로 구상된것은 아니고 4개의 마지막 노래라는 타이틀
또한 슈트라우스가 죽은 후에 출판업자 에른스트 로트에 의해 붙여진 것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6살이었던 1870년 2월에 처음 크리스마스 캐롤을 작곡했고,
1948년 11월 23일에 마지막 곡을 썼다.78년동안 200개가 넘는 곡을 썼으며 슈베
르트와 슈만,브람스, 볼프의 계통을 더욱 발전시켜 근대적인 리트를 수립하였으며
독일 예술가곡분야에서 비중있는 작곡가이다.교묘한 조바꿈과 기능적인 화음을
바탕으로 한 근대적인 가락으로 깨끗한 서정을 노래한다. 슈트라우스는 1946년이
끝나갈 즈음 독일 후기 낭만파 시인인 아이헨도르프의 시 '저녁노을'을 읽게 된다.
이 시는 삶의 희노애락을 겪으며 방황을 끝내고 이제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두 노인에 대한 이야기이다.이는 파울리네와 자신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표현한것이라 할 수 있다.슈트라우스는 마지막 구절인 '저것이 설마 죽음
이라는 것인가요?에서 '저것'을 '이것'으로 바꾸어서 직접적인 느낌을 더 강조
하기도 했다.그리고 이 곡에 1889년 자신이 25세때 작곡한 교향시 '죽음과 변용'에서
변용의 주제를 차용한다.교향시 죽음과 변용은 시인 알렉산드 리타의 시를 텍스트로
하고 있으며병든 사나이가 지난날을 회상하며 죽음과 사투를 벌이지만 영원히 잠들고
만다는 내용이다.여기서 변용이란 필사적으로 거부하던 죽음을 받아들이는 남자의
감정을 표현한, 죽음에 의한 해방과 정화의 용솟음치는듯한 테마를 말한다.
로버트 스프링(Robert Spring) 작, <황혼
'저녁노을'은 슈트라우스가 스위스에서 살던 1948년 5월 6일에 완성되었다.
이때 친구가 슈트라우스에게 1946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헤르만 헤세의 시집을
주었는데슈트라우스는 그 중에서 3개를 선택하여 곡을 썼다.그렇게 이루어진 것이
'봄(Fruhling)' '9월(September)' '잠자리에 들 때(Beim Schlafengehen)'
'저녁노을(Im Abendrot)' 이렇게 네곡이다.
봄의 영광을 찬양하는 제 1곡 '봄(Fruhling) '에서 어린시절의 황홀한 열정을 나타내었다.
제 2곡 '9월 (September)'에서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여름이 지친 눈을 감는'것으로 표현
하였다.이어지는 솔로 호른의 아련한 소리는 슈트라우스식 향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호른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는 아버지가 유명한 호른주자인 것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21세때 작곡한 호른 협주곡 제1번은 아버지의 협연으로 초연되었다.후에 78세가
되었을 때 호른 협주곡 2번도 작곡했다. 제 3곡 '잠자리에 들 때 (Beim Schlafengehen)'는
지친 영혼이 영원의 밤으로 날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말하고 있다.높은 음색의 목관악기와
첼레스타는 별이 빛나는 창공을 그려내고,솔로 바이올린은 지친 영혼의 흐느낌을 듣는듯 하다.
이런 느낌은 54년전에 작곡된 '내일'에서의 바이올린의 소리를 떠올리게 되고예기치 않게
슬며시 끼어드는 목소리의 신비롭고 황홀한 분위기도 비슷하다. 지금 통용되는 곡의 순서는
출판된 순서이며 1950년 푸르트벵글러의 지휘로 런던필하모니가 초연을 할 때는 '잠자리에
들 때'가 첫번째로 연주되고 '봄'이 세번째로 연주되었다.마지막 애가조의 제 4곡 '저녁노을
(Im Abendrot)', 유려하고도 장중한 관현악소리는 붉은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의 장렬한 일몰을 그려내는듯 하다.회한하던 목소리도 점점 잦아 들면서 어둠속으로
사라진다.종달새가 목관악기로 지저귀고 어둠이 오케스트라를 둘러 싼다.말러의 대지의 노래를
듣는 느낌이다.마지막 고별에서 '영원히...영원히...'고하던 작별을,비감한 관현악소리로
'저녁노을'에서도 듣는다.폐부 깊숙히 파고드는 쓸쓸하고도 허허로운 소리...
어둠속으로 깊이 침잠하는 소리...
인생의 무상함에 눈물 짓는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울까...
후기 낭만주의 음악들이 절절하게 다가온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젊은날엔 이토록 고통스러운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그저 탐미적인 슈트라우스 가곡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귀를 기울였으니까...
머리로 들었으니까...
하물며 눈물 짓는 무상함이야...
생물학적으로 받아들이는 죽음과 관념적으로 받아들이는 죽음의 차이랄지...
이런 감상, 눈물이라니...
너무 아름답고 쓸쓸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