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드디어 움직였습니다. 18일 밤 3개 부양조치를 한꺼번에 쏟아 냈습니다. 역시 화끈합니다. '체질 개선이 먼저'라며 움직이지 않았던 중국이지만 일단 '살리자'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상 그들은 '메머드급 부양책'을 내놓았습니다.
한 중국 친구는 이를 '철권조합(鐵拳組合.쇠주먹 조합)'이라고 하더군요.
칼럼에서 누누이 강조했듯 중국증시의 특징 중 하나는 시장의 힘보다는 정책의 힘이 강하다는 겁니다. 정부정책에 따라 주가가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정책시(政策市)'라는 말이 나옵니다.(여기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9515859 를 참고하세요.) 이번 '쇠주먹'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8일 시장이 폐장된 이후 인터넷을 통해 발표된 내용을 훑어보지요.
우선 거래세에 손을 댔습니다. 기존에는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 0.1%의 거래세를 내야 했습니다만 19일부터는 파는 사람에게만 부과됩니다. 한 방향만 내는 것이지요. 절반으로 깍아준 셈입니다.
거래세는 중국 증시부양의 고전 수법입니다. 작년 5월 주가가 폭등하자 증시안정을 위해 거래세를 0.1%에서 0.3%로 올리더니, 올들어 주가가 폭락하자 지난 4월 다시 원위치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번에 또다시 세금을 반으로 깍아준 겁니다.(표를 참고하세요)
거래세 하나 갖고는 증시분위기를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또 다른 조치를 내놓습니다. 바로 은행주 끌어올리기입니다.
중국에 '휘진(匯金)공사'라는 투자기관이 있습니다. 지난 2003년 12월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떼어 내 만든 국유 투자업체이지요. 이런 휘진이 18일 밤 '중국은행 공상은행 건설은행의 주가 안정을 위해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 3개 은행의 주가하락을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휘진은 이들 3개 국유 상업은행의 최대 주주입니다. 이들의 관계는 2003년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중국금융당국은 부실로 허덕이고 있는 국유 상업은행 개혁을 위해 외환보유액 중 일부를 국유 상업은행에 지원키로 합니다. 이를 위해 휘진공사를 만들었습니다. 외환보유액은 휘진을 통해 중국은행과 건설은행으로 각각 225억 달러씩 흘러갔습니다. 이듬해 공상은행에 다시 150억 달러가 투입되지요.
이들 은행은 휘진의 자금 투자로 부채비율을 크게 줄이게 됩니다. 불량자산을 자산관리공사로 밀어내기도 했지요. 이같은 조치에 힘입어 각 상업은행들은 '클린은행'으로 거듭났고, 잇따라 상장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게 국유 상업은행 개혁의 큰 줄기였습니다. 당연히 휘진은 대주주로 등장했지요. 건설은행의 경우 휘진의 지분은 59.12%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3개은행이 최근 악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리먼브러더스에 이들 은행이 크게 물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며칠 내리 하한가 수준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그 여파로 14개 상장 은행들이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금융주 폭락으로 휘청이자 중국당국은 휘진을 앞세워 주가 받치기에 나선 것입니다.
중국의 '9/18 부양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번에는 국자위(국유자산관리감독위)가 나섭니다. 국자위는 150여개에 달하는 국무원(정부)산하 초대형 국유기업의 주인. 시노펙, 차이나알루미늄, 중국철도 등 굵직굵직한 상장사들이 모두 국자위 산하에 있는 업체들입니다.
국자위는 18일 밤 '증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 산하 국유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지지한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여유가 있는 국유기업은 자사주를 사들이라는 '지령'입니다.
중앙정부 산하 국유기업들은 대부분 해당 분야 독점 업체들입니다. 규모가 크고, 또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광범위합니다. 당연히 주식시장에서도 커다란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요. 이들이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주가는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면 '쇠주먹 조합'을 맞은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일단 좋아보입니다. 중국증시 이번 조치로 상당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미국정부가 부실채권 처리를 위한 기구를 만들 것이라는 낭보까지 날라와 상하이 주가는 급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마음 조리며 '정책시'를 기다렸던 투자가들은 한 시름 놓을 수 있겠습니다.
중국인민대학의 금융증시연구소 소장인 우샤오치우(吳曉求)는 2500포인트 돌파를 예상했군요.
그러나 아직 시장의 불안요소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누차 강조했듯 비(非)유통주 문제가 적확하게 해결되지 않는한 상승세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겠습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건설경기의 불황을 낳고, 이는 금융권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도 중요합니다.
아무튼 중국 증시에서는 당분간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습니다.
그 웃음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가 문제겠지만 말입니다.
계속 지켜보도록 하지요.
우디
Woody Han
* 후기
아마 2008년 9월 19일은 중국 증시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긴 하루가 될 것입니다. 상하이종합지수 자체가 상한가였으니까요. 모든 주식이 상한가였다는 얘기가 됩니다. 아래 그래프는 이날 상하이종합지수의 시간별 추세를 보여줍니다.
9시30분 거의 상한가에 육박해 장을 시작했습니다. 오름세도 잠시, 바로 상한가 벽에 부딪치고 맙니다. 그 후는 수평선이네요. 거래량도 없습니다. 팔겠다는 사람이 없었다는 얘기겠지요.
세계 증시 역사상 이런 그래프가 또 있었을까요?
저는 19일 새벽 이 칼럼을 쓰면서 '많이 오르겠구나...'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지수 자체가 상한가를 칠 줄은 몰랐습니다. 중국증시 참으로 무섭습니다. "우리가 '차이나 펀드'라는 것을 만들어 이런 증시에 돈을 투자했었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중국증시 공부 더 철저히 해야 겠구나라는 생각뿐입니다.
2008년 9월19일 오후 4시30분에 씁니다.
첫댓글 좋은 정보 잘 보았습니다
좋은 정보 질 보고 갑니다~~~
좋은 호재도 있지만 가장 최악 저질 악재 비유통주식 문제가 해결안되었다고 하는거보니 정확하게 꽤 뚫고 있는 사람이네요 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