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신의 숨은 밑천
급했다. 1년 동안 속에 품은 호기심은 어느덧 갈증으로 변신해 있었다. 해갈이 필요했다. 그래서 대면하자마자 바로 물었다. 어서 빨리 준우승 비결을 알려달라고. 콧수염 사이로 너털웃음을 짓던 장 감독은 “열심히 땀 흘린 선수들 덕분”이라며 짧은 설명으로 넘어가려 했다. 성에 찰 수 없다. 때문에 자연 집요해졌다. 그 결과 원하던 답을 얻었다.
“코치로 일하던 2004년에는 K리그 전반의 수준 파악은 물론 우리 선수들의 역량과 잠재력을 체크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개인의 지명도나 네임 밸류는 애당초 아예 고려하지도 않았어요. 기본기와 테크닉,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 등에서 국가대표 또는 일류 프로팀 플레이어와 어떤 차이가 나는지, 서로 비교해 부족한 부분은 무엇이며 혹시 더 나은 점은 없는지를 상세히 살폈습니다. 2004년은 그야말로 자료수집과 분석의 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실점을 줄이고 득점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었죠. 특히 마땅한 득점원이 없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전술 패턴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선수가 고르게 골을 넣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다분하다는 해답이 나오더라고요.
따라서 팀워크를 끌어 올리는 동시 바닥에 내려앉아 있던 자신감과 사기 회복이 관건이었습니다. 터키에서 동계훈련 상대로 강-중-약팀을 골고루 선정한 이유도 사실은 계산된 전략이었습니다. 약체를 상대해서라도 실제 이겨봐야 자신감이 살아날 수 있고, 또 대등한 전력의 팀과 맞붙어봐야 이와 비슷한 유형의 K리그 클럽과 맞설 수 있는 요령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강팀도 마찬가지에요. 강한 팀을 겪어봐야 실전에서 수세에 몰렸을 경우 어떤 경기운영이 유익한지 알 수 있으니까요.”
2005시즌 인천의 컬러는 강한 체력과 수비력, 빠른 공수전환, 옹골진 미드필드운용으로 대변된다. 특히 1년을 아울러 별다른 기복 없이 평형성을 유지한 인천 선수들의 체력과 관련, 상당수 전문가들은 동계훈련의 성과라고 평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장 감독은 거침없이 “NO"라고 반응했다. “프리시즌 실시하는 체력훈련의 수명이 1년이라는 사고는 위험합니다. 정확한 근거도 없습니다. 체력은 강약 조절이 매우 중요합니다. 때로는 거세게 조여주고, 또 때로는 유하게 풀어주는 맛이 있어야 해요. 프로의 피지컬은 동계훈련으로 끝이 아닙니다. 동계훈련 때 요구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시즌 도중 필요한 훈련 방식이 있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게 지도자의 몫입니다.”
축구는 전술이 없다? 장 감독은 국내 축구판에서 이미 지략가로 통한다. 전략이 분명하고 전술이 다채롭기 때문이다. “전기 예상 목표를 7승3무2패, 후기 6승3무3패 정도로 설정해 승점 45를 얻으면 충분히 PO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이를 시즌 오픈 전 선수들에게 각인시켰다”는 장 감독의 발언은 받아 적는 볼펜까지 떨리게 했다. 우선은 확고한 전략에 놀랐기 때문이며 다음은 예상 목표치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전략을 성공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펼친 다양한 전술이 종국에는 적절했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까닭이다.
전술의 지향점을 묻는 질문에 “축구는 전술이 없다”는 답도 이채로웠다. 엉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철학적인 듯도 하다. 역시 직접 들어보는 게 나을 것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술은 나중 문제에요. 기본이 바로 서 있지 않은 선수들은 축구하기 힘듭니다. 제가 강조하는 기본은 기본 기술입니다. 보통은 테크닉과 기본기를 혼동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테크닉은 말 그대로 기교를 부리는 것이며 기본기는 경기운영능력을 의미한다는 게 제 시각입니다.
그리고 테크닉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예가 대부분인데 반해 기본기는 후천적 노력으로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팀의 경우 2004년에는 전체적으로 기본기들이 허약했어요. 경기운영이 원활치 않았다는 뜻이죠. 그러나 2005년은 분명 달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당하게 결승무대까지 진출할 수 있었겠지요. 우리 선수들의 기본기만큼은 이제 어디 내놔도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장 감독의 전술은 이른바 ‘3등분의 원칙’에 기초한다. 경기장을 3가지 존(Zone)으로 나누어 해석하는 게 골자이다. “디펜스 존에서는 복잡한 플레이를 지양합니다. 단순하게, 신속하게, 정확하게 볼을 다뤄야 해요. 미드필드 존의 생명은 효율적인 공수 가담이라는 입장입니다. 더불어 잔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공간으로 이해합니다.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은 깔끔하고 스피디해야 합니다.
오펜스 존에 대해서는 ‘7초 이내 마무리’를 가장 중요시합니다. 어떤 선수든 오펜스 존 진입 후 슈팅을 날리기까지는 단 7초의 시간만 허락합니다. 그 이상으로는 상대 골망을 흔들기 어렵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챔프 1차전 참패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 감독은 익숙하던 3백 대신 4백을 들고 나왔다. 혹여 이같은 선택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후회는 없습니다. 다각도로 분석한 끝에 내린 결정이며 선수들도 모두 열심히 준비했으니까요. 일단 울산 공격수들의 개인 기량이 출중하기 때문에 4백 시스템을 가동, 수비벽을 탄탄히 하려던 동시에 공격 숫자를 줄여 미드필드 싸움에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었어요. 그러나 항상 전술이 뜻대로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큰 경기에서 너무 이르게 실점한 게 패인입니다. 선제골을 내준 후 전체적으로 리듬이 깨지는 게 확연했어요. 좌우 디펜스라인이 무너졌고, 중원 디펜스라인은 마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골키퍼도 불안했고요.”
실상 그날 인천은 평소 인천답지 않았다. “선수들 스스로도 1-5의 스코어에 대해 납득을 못해요. 1차전이 끝난 후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선수단 전원과 면담을 했는데, 다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으며, 도무지 납득할 수도 없는 경기였다’는 것으로 모아졌어요. 그래서 2차전 대비 훈련의 주안점은 선수들의 정신적 안정에 뒀습니다. 경기를 치르다 보면 어이없이 대패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패배를 통해 또 다른 교훈과 경험을 쌓는 것이죠.”
배움에는 끝이 없다
장 감독은 1999년 한국인 최초로 일본 ‘S급 라이센스’를 획득한 지도자로 잘 알려져 있다. ‘S급 라이센스’는 쉽게 말해 최고 지도자 자격증. 교육 체계 및 평가 과정이 까다롭기로 정평 나 있다. 베르디 가와사키, 콘사도레 삿포로에서 지휘봉을 쥔 경력이 있는 장 감독은 한국 출신 초유의 J리그 감독이라는 간판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2004시즌 고국으로 돌아와 다시 코치부터 시작했다. “인천행을 결정하는데 지위는 하등 상관없었습니다. 확실한 정체성을 가진 시민구단을 지향한다는 인천의 비전이 매력적이었으니까요. 또한 개인적으로 배움에는 끝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축구에 대한 적응은 끝났을까. “아닙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요. K리그 환경이나 독특한 문화에 뿌리내리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네요. 그러나 한국 선수들의 특징에 제 지도철학을 접목, 가시적인 성취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은 확인했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를 유소년 또는 지도자 육성에 맞추고 있는 장 감독은 그러나 현장에서 은퇴하기 전 꼭 한번 월드컵대표팀 감독을 맡는 게 꿈이다. “마음으로 그리는 청사진 한복판에는 월드컵대표팀 감독이 굳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진정 도전해 보고픈 욕심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노력하면 기회는 오지 않겠습니까.”
Profile
이름 장외룡
생년월일 1959년 4월5일
소속클럽 인천 유나이티드
통산전적 19승9무11패
K리그 감독데뷔 2005년
주요경력 국가대표 수비수, J리그 베르디 가와사키 및 콘사도레 삿포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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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장외룡감독님 너무멋있다.......
장외룡 감독님 생긴것도 푸근한 옆집 아저씨같이 생기신 , ㅋㅋ =ㅅ= 존경하는 분 /
베스트일레븐 인터뷰잔아; 방금 학교에서도 한번 본거 --ㅋ
왠지... 내년 시즌도 잘하면... 국대 되는거 아녀...
땀은 배반을 모른다,,...... 오오....이말을 가슴에 박아나야징.........
이 감독님 너무 멋있어 ㅋ
오 모자 벗은거 첨 봤다 ㅋ
우와 대단하다... 나중에 저 감독님 계속 쓰고 구단경영자 제대로 된 분 모셔오면 인천 크게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