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해를 맞이하고 벌써 열흘이 지났습니다. 스님은 두북 수련원에서 농사일 뒷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시간을 내어서 강원도 일대를 답사해 보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경기가 회복되어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언론에서 관광지마다 숙박업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래서 점검을 해보기 위해 엊그제는 남해안 쪽을 답사해 보았고, 오늘은 동해안 쪽을 답사해 보았습니다.
새벽 4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먼저 설악산 입구에 있는 내설악과 외설악 관광지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정말로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절반 이상이 폐업한 상태였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굉장히 어렵게 사는 것 같네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너무 무분별하게 난개발을 한 측면과, 국민들이 국내 여행보다 해외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 교통 편의성 향상으로 인한 일일 관광 증가, 텐트를 이용한 캠핑 문화의 확대, 그리고 젊은이들 수가 줄어든 측면들이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해 마을을 들러 여러 건물과 청소년수련원을 둘러보고, 동해안을 따라 강릉, 동해, 삼척을 둘러본 후 울진군에 있는 백암온천 관광지를 둘러본 다음 저녁 8시가 넘어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온종일 900km를 넘게 달렸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주간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한 후, 오후에는 두북공동체 행자들과 두부 만들기를 함께 하고, 저녁에는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금요 즉문즉설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상류층이 되려고 온갖 방법으로 돈을 법니다. 잘살고 있는 걸까요?
“저는 3년 뒤면 나이 50이 됩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첫째 딸과 1살 차이 나는 아들이 있고, 그다음 막내가 4살입니다. 애가 셋이다 보니 아이들 부양을 명분으로 좀 욕심을 부리면서 이 방법 저 방법, 불법적이지는 않지만, 온갖 방법들을 동원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상류층으로 가려고 굉장히 노력해 왔는데, 지금 돌아보니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마음 한쪽에서는 그냥 주어지는 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자꾸 올라오고 있어서 고민이 됩니다. 정답은 없겠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돈을 버는 것은 자신의 권리입니다. 그러나 남의 돈을 뺏는다든지 훔친다든지 속인다든지 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는 있습니다. 이런 규제는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공동 번영을 하고 더 자유롭기 위해서 마치 교통법규처럼 몇 가지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도록 하는 것입니다. 차를 타고 다녀보면 차선이든 신호등이든 많은 부분에서 그냥 아무렇게나 다니는 게 더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러나 모든 차가 아무렇게나 다니는 인도에 가서 한 번 생활해 보세요. 무질서해서 도저히 운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규칙을 만드는 것입니다.
규칙은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하려고 만든 것이지 누군가를 억압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에요. 규칙을 다른 사람은 다 지키는데 몇 사람이 안 지키면 일시적으로는 이익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납니다. 첫째, 본인이 규칙을 안 지키면 일시적으로는 이익이 나지만 장기적으로는 규칙을 어겼을 때 따르는 벌칙이 어느 순간에는 더 큰 손실로 돌아오게 됩니다. 둘째, 규칙을 안 지켰을 때 이익이 생기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흉내를 내서 규칙이 어그러져 버리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져서 그 속에 사는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규칙이 인간을 억압하기 위한 악법인 경우라면 개선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규칙을 어기는 것은 짧게 보면 이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손실이에요. 규칙이 지켜지는 사회라면 거기에 벌칙이 따라와서 손실이 생기고, 규칙을 다 안 지켜서 규칙이 허물어져 버리면 이 안에 사는 모든 사람이 손실을 보게 됩니다. 이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해도 되니까 질문자가 돈을 벌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든, 범법 행위만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서 처벌을 받는 행위 외에 법으로 금지는 안 되어 있지만, 인간 삶의 예의, 윤리, 도덕의 측면에서 권장하지 않는 행위가 있습니다. 이런 행위는 처벌은 안 받지만, 비난이 따르게 돼요. 그래서 범법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하고, 비난받을 행위도 가능하면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범위 안에서는 자기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내어서 어떻게 돈을 벌든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런데 돈을 벌다 보면 사회에서 금지하고 있는 범법 행위를 하거나, 범법 행위는 아니지만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게 될 수가 있죠. 그럴 때는 자녀들에게 과외비를 좀 더 주는 게 자녀들한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 아니면 범법 행위를 해서 주위로부터 비난받는 사람이 되어서 자녀들한테 더 나쁜 영향을 주게 될지, 이런 부분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질문자 얘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을 키워야 하니까 돈이 필요했고, 그러려면 범법 행위가 아닌 수준에서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열심히 돈을 벌어왔다는 것인데, 그게 과연 자녀들한테 도움이 될까요? 한집에 살기 때문에 아이들도 다 압니다. 아무리 숨겨도 그런 마음가짐을 아이들이 그대로 배우게 돼요.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아이들에게 좋은 집을 사준 것을 두고 자녀를 잘 키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녀들이 질문자를 보고 배워서 부도덕한 행동을 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질문자는 결국 '내가 아이들을 망쳤구나' 하고 후회를 하게 될 겁니다. 자녀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질문자는 배신을 당했다며 '내가 그렇게 힘들게 너희들을 키웠는데 너희들이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 이렇게 말하겠지만, 그런 행동을 결국 어디서 배웠겠어요? 다 내가 하는 것을 따라 배워서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일이 막상 나한테 닥치면 굉장히 괘씸한 짓이 됩니다. 정말 자녀를 위하고 내 인생을 위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열심히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에요. 그런 생각은 짧게는 이익인 것 같지만 길게 봤을 때는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인생을 짧게 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인생을 조금 길게 봐야 해요. 오늘 저녁에는 불갈비를 먹었느냐, 생선찌개를 먹었느냐, 김밥을 먹었냐가 굉장히 차이가 나는 것 같지만 1년이 지나서 돌아보면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었느냐는 하등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순간에 집착해서 물고기가 낚싯밥을 물듯이 쥐가 쥐약을 먹듯이 이익을 취하고 나중에 후회하죠.
요즘 정치인들이 장관 후보로 임명이 되는 모습을 보세요. 처음에는 출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사청문회에서 금방 비리가 까발려지지 않습니까? 과거에는 자기가 그런 높은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되는대로 행동했는데 막상 기회가 주어지니까 옛날에 한 작은 행동 때문에 큰 손실을 보게 되잖아요. 물론 공직에 진출하지 않으면 어지간하게 잘못을 좀 저질러도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그런 기회가 왔을 때 욕심을 또 내게 되죠. '저는 시중에서 함부로 살았기 때문에 공직은 맡지 못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물러나면 되는데 인간이 안 그렇습니다. 상류 사회로 올라가려고 몸부림을 치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오면 그게 쥐약인 줄 모르고 덥석 물게 되죠. 결국, 과거의 비리가 다 까발려져서 망신을 사게 됩니다.
저는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고 조언해 주는 일을 거의 50년 동안 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변화를 계속 지켜볼 수 있었어요. 제가 상담한 사람 중에는 대통령이 된 사람도 있고, 대통령 후보를 했던 사람도 있고, 연예인으로 유명해진 사람도 있고, 어떤 사건으로 갑자기 몰락한 사람도 있고, 그래서 정신질환이 생긴 사람도 있고, 자살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젊어서 일찍 성공한 게 결코 좋지 않습니다. 특히 연예인들은 10대 말이나 20대 초반에 유명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 대부분 실수를 합니다. 마약을 하든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행동을 하든지, 안 그러면 인기를 잃었을 때 술을 먹고 자포자기를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과거에 누렸던 인기에 연연해서 변화된 현실을 못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젊어서 유명해지는 사람을 보고 여러분은 굉장히 성공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큰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젊을 때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제일 낫다고 생각해요. 물론 아무리 내가 평범하게 살고 싶어도 갑자기 이름이 알려질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항상 자신을 스스로 진정해 가면서 살아야 합니다. 땅값이 갑자기 올라서 부자가 된 강남 졸부들을 보면 대부분 부패하거나 타락하거나 사치를 하고 삽니다. 그런데 자녀가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바르게 사는 게 곧 자녀 교육이거든요. 별도의 인성 교육이란 것이 없습니다. 내가 성실하게 살아갈 때 자녀들에게 존중받는 아빠가 될 수 있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다시 가볍게 살도록 한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