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그림책 03. 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
(원제 : THE TIGER WOULD BE KING)
제임스 서버 지음, 윤주희 그림, 김서정 옮김
미국 창작그림책 / 1-100세 전연령
양장 | 254*254mm | 44쪽 / 2021년 5월 6일 발행 | 값 16,000원
ISBN 979-11-90704-18-2 (77840)
*6학년 도덕 : 6.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
우리가 만드는 도덕 수업 2. 평화로운 세상을 향하여
*5학년 도덕 : 우리가 만드는 도덕 수업 2. 다 같이 행복한 우리들 세상
*3학년 도덕 : 우리가 만드는 도덕 수업 1. 서로 돕는 우리, 함께 자라는 꿈
*핵심어 : 호랑이, 사자, 전쟁, 탐욕, 갈등, 평화, 정복, 우화, 제임스 서버, 윤주희
2015년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그림책!
“달이 뜰 때쯤에 나는
동물의 왕이 될 거야.”
절대 권력에 대한 탐욕과
무의미한 전쟁을 꼬집는 고전적 우화.
정글에서 펼쳐지는 드라마틱하고 힘찬 서사가,
마크 트웨인 이후 미국 최고의 유머 작가로 꼽히는 제임스 서버의 글과
윤주희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생생한 그림 속에서 살아난다!
| 출판사 서평
전쟁과 다툼을 일으켜야만 직성이 풀리는 존재들!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언제나 다툼과 전쟁이 존재해왔다. 나보다 잘난 사람을 질투하고 시기하다가 싸움을 걸 수도 있고, 이웃 나라가 못마땅할 때는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비단 인간만 그런 것은 아니다. 동물들의 세계 역시 싸움에서 이겨야 스스로의 생존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결투를 벌이기도 하고, 다른 동물을 잡아먹기도 한다. 세상에 단 한 명만 존재하거나 단 하나의 동물만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류와 동물은 끊임없이 싸워왔고, 그러면서 누구는 이겼고 누구는 졌다.
그렇다면 왜 싸우는 걸까? 누구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 내가 더 좋은 것을 미리 선점하기 위해서, 권력을 움켜쥐기 위해서 등등 수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싸움은 대체로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고, 피해와 죽음을 불러왔다. 이기는 쪽이나 지는 쪽이나 언제나 리스크는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싸움이나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마크 트웨인 이후 미국 유머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받는 작가 제임스 서버의 단편을 토대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윤주희가 그려낸 그림책 《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 또한 싸움의 무용함을 호랑이와 정글 동물들의 싸움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왕이 되고 싶은 호랑이가 일으킨 싸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어느 날 잠에서 깬 호랑이가 자기 짝인 암호랑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동물의 왕이야.” 동물의 왕은 사자 레온이잖아, 하고 암호랑이가 말해줬지만 호랑이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호랑이는 난데없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동물들이 변화를 외치고 있다고. 암호랑이는 귀를 기울여 봤지만 어디서도 외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가만히 있다가 왜 갑자기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까? 호랑이는 어떤 마음이 동했기에 갑자기 왕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는 걸까? 사실 인간의 역사를 살펴봐도 딱히 대단한 당위나 명확한 이유가 없는 싸움이 많았다. 그냥 왕이 되고 싶고, 권력을 쥐고 싶은 이들 또한 많았다.
암호랑이는 새끼들을 돌보느라 자기 남편이 왕이 되겠다고 외쳐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눈앞에서 칭얼거리는 새끼들 돌보는 일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달이 뜰 때쯤 동물의 왕이 될 거라고 다짐했다. 자신이 왕이 된 걸 축하하는 의미로 달에 줄무늬 무늬가 뜰 거라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면서(싸움이나 전쟁은 이렇게 헛소리나 망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암호랑이는 설마설마했을 것이다. 그런데 호랑이는 사자 굴에 찾아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나와라. 나와서 동물의 왕을 맞이해라.” 수사자는 암사자가 깨워서 간신히 눈을 떴다. “왕이 당신을 보러 왔대.”라고 하니 수사자는 “무슨 왕? 내가 왕인데!”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길고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무시무시한 싸움이 해 질 녘까지 계속되었다.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자 정글에 있던 모든 동물들이 싸움에 가담했다. 누구는 호랑이 편을 들었고 누구는 사자 편을 들었다. 개미핥기부터 얼룩말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들은 난장판에 끼어들었다. 몇몇은 자기가 누구 편에 서서 싸우는지도 잘 몰랐다. 누구는 얍삽하게 양쪽 편을 다 들었다. 몇몇은 누구건 옆에 있는 동물을 물어뜯었다. 그저 싸우려고 싸웠다. 누구는 옛 질서를 위해 싸웠고 누구는 새 질서를 위해서 싸웠다.
마침내 달이 떠올랐다. 움직이는 것이 거의 없었다. 모든 동물들이 죽고 호랑이 혼자 살아남았다. 드디어 호랑이 왕조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정글의 왕이 되면 뭐 하나. 혼자 왕 해서 뭐 할까.
다 죽고 없는데 왕이 되면 뭐 하나
정글 속 동물들의 싸움을 보면 세상만사 수많은 싸움 중에서도 정치인들의 싸움을 떠올리게 한다. 어떠한 명분을 위해 싸우는지도 모르고 싸움에 뛰어든 어리석은 사람들도 떠오른다. 누구 편을 드는지 모른 채 싸우는 이, 양쪽 편을 다 드는 이, 그저 싸우기 위해 싸우는 이 등 이 책 속 동물들처럼 싸움 주위에는 그렇고 그런 이들이 존재한다. 싸움의 명분은 한낮 초라하기 그지없을 때도 많다. 한창 싸우다가 그걸 깨달아도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결국 패잔병처럼 엄청난 상처를 안은 채 싸움은 언젠가 끝이 난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싸움이 이어져 왔고, 싸움들은 시작되었다가 끝나기를 반복해왔다. 제임스 서버는 명분 없는 싸움의 허무한 결말을 위트와 페이소스를 가득 담아 그려냈다.
“마크 트웨인처럼 유머러스하고, 헨리 제임스처럼 아름답다!”
제임스 서버는 앞서 말했듯이 마크 트웨인 이후 대표적인 미국 유머 작가로 불릴 만큼 풍자와 유머가 담긴 단편들을 많이 써 온 작가이다. 몇 년 전 개봉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원작 단편인 <월터 미티의 이중생활>의 작가이기도 하다. <월터 미티의 이중생활> 이후로 미국에서는 ‘터무니없는 공상에 빠진 사람’을 ‘월터 미티’라고 부른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두 번이나 영화화되었다. 서버는 <뉴요커> 잡지에 글뿐 아니라 카툰도 게재할 만큼 그림 솜씨도 좋았다. <뉴욕타임스>는 “서버는 가면을 쓴 (제임스) 조이스다. 취한 듯 잠재의식을 표출하는 인물들을 불쑥불쑥 등장시켜 웃음을 유발한다. 광기 속에 정연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고 평가했다.
서버는 어릴 적 형제들과 ‘빌헬름 텔’ 놀이를 하다가 화살에 맞아 한쪽 눈을 실명하게 된다. 40대 후반 시력이 급격히 나빠져서 다른 눈마저 시력을 잃었다. 그림은 더 이상 그릴 수 없었지만 천부적인 기억력을 토대로 글을 계속 썼다고 한다. 1997년 이후 탁월한 미국적 유머를 구사하는 작가에게 서버 상을 수여할 만큼 제임스 서버는 미국에서 고전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를 보면 짧은 문장에 작가의 내공과 힘이 실려 있다. 생략적이면서 딱 필요한 말만 내뱉는 힘찬 서사가 느껴진다. 호랑이 한 마리가 던진 한 마디로 정글의 모든 동물들이 피 터지는 싸움에 이르게 되는데, 무엇 때문에, 어떻게, 어디서, 요란하게 싸웠는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은 애초부터 필요치 않다. 모두 죽고 다친 호랑이 한 마리가 남아 호랑이 왕조를 시작했다는 결말로 이야기는 매우 간결하게 끝을 맺는다. 독자는 이 단순한 이야기를 통해 인류의 기질과 싸움의 역사를 헤집어보게 된다.
“모든 색이 겹쳐지면서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되는 과정은 마치 마법과도 같다.”_윤주희
그림을 그린 윤주희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해 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프린트메이커이면서 디자이너이다. 전통적인 인쇄 기술을 좋아하여 특히 실크스크린 작업을 많이 한다. <뉴요커> <르몽드> 같은 세계적인 매체에 그림을 싣고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코믹스 축제인 MoCCA Art Festival 외에 다양한 광고 포스터를 작업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알부스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어 그림책을 좋아하는 국내 작가들에게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는 이탈리아 출판사에서 실크스크린 인쇄로 500부 한정 제작을 했다. 이후 미국 출판사(Enchantedlionbooks)에서 자켓, 내지 펼침 면을 포함 그림을 서너 컷 추가하고 판형도 키워서 재출간을 했다. 봄볕은 조금씩 다 다른 여러 나라 판본을 살펴본 뒤 어느 판본을 따라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윤주희 작가와 이메일을 주고받던 중, 윤작가가 가장 베스트 판본이라고 생각하는 건 미국판이라는 답을 듣고 미국판과 동일하게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이 책은 팬톤 컬러 단 두 가지 색으로만 이뤄져 있다. 흔한 검은색도 없고 4색 컬러도 없다. 오로지 초록빛 팬톤과 주홍빛 팬톤 컬러 단 두 가지 색으로 책 전체를 표현해냈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두 색으로만 이뤄졌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그림은 통일된 듯하면서도 다채롭다. 윤작가는 색을 섞기보다 따로 작업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색을 섞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흥미를 느낀다고 한다. 윤주희 작가의 힘찬 그림은 제임스 서버의 짧고 명료한 글과 너무 잘 어울린다. 고전적이고 살짝 투박해 보이는 실크스크린 기법에서 느끼지는 힘은 고전 작가 제임스 서버가 그린 ‘왕이 되고 싶은 호랑이’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그림책 리뷰를 꾸준히 써 오고 있는 ‘가온빛’ 사이트에는 ‘이 책은 국내 출간되면 무조건 구입!’이라는 그림책 목록에 《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가 올라 있다. ‘2015년 뉴욕타임즈 올해의 그림책’에 선정된 이 책이 드디어 한국 독자를 만나게 되었다.
| 작가 소개
제임스 서버James Thurber 지음
미국 유머 작가인 제임스 서버는 1894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태어났다. 오하이오 주립대학(1913-1918)을 졸업한 뒤 콜럼버스와 파리와 뉴욕에서 신문기자 생활을 했고 1927년 <뉴요커> 잡지사에 입사했다. 작가와 화가로서 그가 <뉴요커>에 실은 작품들은 미국 유머의 성격을 바꿔 놓았다. 서버는 1935년 <뉴요커>를 떠났지만 이후 20년 간 꾸준히 글과 그림을 기고했다. 1940년 어린 시절 사고의 후유증으로 시력이 급격히 나빠져 그림을 거의 그릴 수 없게 되었으며 1952년에는 완전히 손에서 놓아야 했지만, 196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글은 계속해서 썼다.
서버의 풍자와 유머는 그 당시 시대뿐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서도 발휘되었다. 그의 에세이, 소설, 우화, 희곡을 비롯한 드로잉과 카툰 등 작품은 30권이 넘는 책으로 나와 계속 출간되고 있으며 연극, 텔레비전, 영화, 뮤지컬 등의 무대에도 오르고 있다.
서버는 수많은 명예박사 학위와 도서관협회 상을 받았고 <서버 카니발>(1961)로 토니상 특별상을, 서버의 유머와 만화로 만들어진 시트콤 <나의 세상과 그곳으로의 초대>(1970)로 에미상을 수상했다. 서버 탄생 100주년인 1994년에는 그의 자화상을 담은 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 서버가 어린 시절 살았던 집 중 하나인 서버 하우스www.ThurberHouse.org는 국립 역사 문화재로 지정되어, 지금은 비영리 문화센터 겸 서버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임스 서버의 유지와 유산을 관리하는 서버 하우스에서는 1997년 이후 탁월한 미국적 유머를 구사하는 작가에게 서버 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이안 프레이저, 존 스튜어트, 앨런 츠비벨, 조 키난, 캘빈 트릴린, 트레버 노아 같은 작가들이 이 상을 수상했다. 서버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www.JamesThurber.org를 방문하시기 바란다.
윤주희JooHee Yoon 그림
한국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정기 간행물과 광고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거나 그림책을 만들고,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뉴요커, 르몽드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지면에 실렸다. 그림책 《만약에…》가 출간되었다.
김서정 옮김
동화작가, 번역가, 평론가. 《잘 나간다, 그림책》, 《캐릭터는 살아 있다》 등의 평론서가 있다. 북한산 자락에서 고양이 여섯 마리와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