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여우마저 만만하게 보내?”
블랙엔젤의 손에는 -몸 전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수 도 있지만..-검디검은 기류가 뭉쳤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블랙홀정도로 보일 수 도 있지만 블랙홀과 이것은 전혀 달랐다. 블랙홀은
흔히 빨아들이는데 이건 자연적으로 생겨 난 것도 아니고 빨아들이기보다는 반대로 그 쪽에
서 광풍이 불었다.
“인형주제에 어디서”
블랙엔젤이 어울리지 않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인형은 그 광풍의 영향을 받
지 않는 듯 퇴마사들과 해밀턴조차도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도 꼬리털하나 날리지 않았
다. -물론 애염명왕이 돌아와 있는 승희도 마찬가지였다.-
-구미호는 옛 동이족의 신수..., 게다가 아홉 명의 한 있는 여자의 혼이 뭉쳐, 생겨난 구미호
의 힘은 악마의 영향은 받지 않는다.
승희의 마음속에 애염명왕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들은 내 수하手下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걸로 오늘은 안전하다.
‘자..잠깐만!’
승희가 마음속으로 불러보았지만 애염명왕은 어디로 간 듯 아무런 반응조차 없었다.
“제길”
블랙엔젤이 욕을 내뱉었다. 구미호는 인형이라 그런지 무표정이었지만 붉은 색 아크릴 안구
같은 눈을 빛내며 블랙엔젤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하필 이럴 때 애염명왕이..”
구미호가 꼬리들로 바닥을 힘차게 내리쳤다. 그 충격으로 블랙엔젤은 몸이 마비된 듯 움직이
지 못했고 다리가 불편한 박신부와 어린 수아 그리고 거의 얼빠진 듯 있던 승희는 울림에(?)
휩쓸려(?) 뒤로 넘어져 버렸다.
“화르륵”
블랙엔젤의 뒤편에서 두 장의 부적이 불타올랐다.
“준후야!'
승희가 외쳤다.
“제기랄'-왜 저것만 하냐고 묻지 말라...다친다..-
두 장의 부적은 블랙엔젤의 날개를 향해 날아갔다. 한 장은 불고 있는 바람에 불이 꺼져 바닥
으로 곤두박질쳤으나 다른 한 장은 떨어진 부적을 방패삼아 가다 앞의 부적이 떨어지자 재빨
리 날아가 블랙엔젤의 날개중 한 장을 불태웠다.
“꺄아아악!”-물론 블랙엔젤이 저런 비명을 지를지도 모른다.-
준후는 곧장 수인을 바꾸어 맺어 오행술 중 삼매신수의 검은 안개(?)로 하여 불을 꺼주었지
만 순식간에 타버린 날개는 아까처럼 낮지는 않는 듯 하였다. 오히려 갑자기 차가운(?)게 날
개를 덮치자 감각이 마비된 듯 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림몬’이라도 데려올걸”
블랙엔젤은 타버린 날개를 부여잡고 -거의 뜯어내듯이- 욕을 내뱉었고 박신부들은 다리가
탈골된 -박신부들은 괜찮다 는걸 알지 못했다.-준후가 저렇게 똑바로 서있는 것을 보고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럼 최후의 수다-안”
블랙엔젤이 능글맞게 말하더니만 오른쪽 검지를 치켜들더니만 부정의 문장(?)같은 걸 그렸
다. 별안간 문장에서 밝은 빛(?)이 새어나오더니만 블랙엔젤을 집어삼켰다.
“텔레포튼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언니! 저게 뭐야?”
“..뭐야?”
블랙엔젤이 사라진 별채에는 박신부들의 목소리만 울렸다. 박신부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듯 준후를 향해 은십자가를 내밀었다.
“신부님! 정말 그러기 에요?”
준후가 다소 삐친 듯-안 어울려...;ᄆ;-한 말투로 말했고 그제야 박신부-뒤늦게 긴장한 해밀
턴도- 긴장을 풀었다.
“언니”
아라가 불쑥 무련을 불렀다.
“응?”
근처 우물(?)에서 물을 떠 마시던 무련이 물을 다 삼키고 대답하였다.
“저번에 언니가 쌍검은 어느 지형에서든 맞서기 쉽다고 했죠?”
“그래, 그 지형에 맞는 보법으로 움직인다면 말이다.”
아라는 무련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빠진 듯 팔을 괴고 앉아 묵묵히 간장과 막사를 바라보
았다.
“그런데....”
아라가 말끝을 흐렸다.
“그런데 뭐?”
“전에 언니가 지금 이런 지형에선 산보법(山步法)이 좋다고 했었죠? 그런데 아까는 산보법을
썼는데 물을 밟는 듯한 느낌이 든거죠?”
“물?”
“네”
무련은 아까는 발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공격을 하기 위해 보법을 많이 사용한 아라는 뭔가
이상한 듯 하였다.
무련은 바가지(?)를 내려놓고는 완벽한 산보법을 사용해 보았다. 무련에게도 마찬가지로 물
을 밟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산보법의 느낌이 아니야.. ”
“왜 그러죠?”
아라가 물었지만 무련은 대답하지 않고 수인을 맺은 후 손으로 땅을 크게 내리쳤다.
“첨벙”
무련의 손은 땅이 아닌 커다란 물 덩이에 빠져 흠뻑 졌었다.
“아라야! 빨리 뒤로 물러서!!”
무련의 외침에 아라는 뒤로 물러났고 무련도 물러났다. 그러자 아라와 무련이 밟고 있던 땅
은 금새 큰 호수의 한 부분으로 변했고 다른 부분도 점차 호수로 변하더니 흑경과 백경의 집-
무련이 백경과 흑경이 죽은걸 알 리가 없었다.-근처의 일대를 제외한 모든 곳이 호수로 변해
버렸다.
“들어가요!”
아라가 소리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아라가 있었던 자리는 금새 호수로 변했고 그걸
본 무련은 재빨리 몸을 던져 집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호수-호수라고 보기엔 이제 다소 무
리가 있을법한-는 집안으로 덮쳐오지는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일이죠?”
“그건 나도 모르겠다만 하여튼 여기에 더 있는 건 위험해. 아라야 넌 가서 승희씨랑 연희씨
그리고 그 조그만 애를 데려와 난 별채에 가볼게”
무련은 아라가 대답할 세도 안주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어! 청홍검이랑 간장, 막사는!!”
아라는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위에는 온통 물바다에 질릴 듯한 진한 파란색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이제 거의 잠겨버릴 듯한 작은 땅에 청홍검과 간장, 막사가 위태위태하게 있었다.
“에잇”
아라는 앙칼지게(?) 소리치며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물고기를 향해 조요경으로 명령을 내렸
다.
“첨벙,첨벙”
물고기들이 첨벙첨벙 시원한 소리를 내며 청홍검과 간장, 막사를 향해 헤엄쳐갔다.
“휴”
아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검은 물고기한테 맡기고”
아라는 몇 마디 말하더니 본체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승희언니-!”
큰 목소리로 승희를 불렀다. 그러나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승희언..”
본체의 문을 활짝 열었다. 본채에 방은 여러 개 이었는데 분명 승희가 있던 방은 그 방이었
다. 그런데 승희는 방에 없었다. 없는게 당연했다. 승희는 지금 별채에 있었으니..
“이를 어째..”
아마도 아라는 승희는 밖에 나간 걸로 아는 모양인 듯 안절부절 못 하며 아랫입술을 쌔게 깨
물었다.
“그럼 혹시.. 물에..”
“응?”
조용히 기공운행을 하던 현암이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눈을 떴다.
“왜 그래요?”
준호가 물었다.
“내 바지가 왜 이렇게 축축하지?”
“호..혹시”
준호가 정말 의외라는 표정을 하더니 벽에 가서 바짝 붙었다.
“야! 그런 게 아니라고!”
현암이 변명하듯 말했다.
“네 발도 젖었잖아!”
준호는 현암의 말을 듣고 황급히 자신의 발을 확인했다. 현암의 말대로 준호의 발도 축축하
게 젖어있었다.
“현암형! 빨리 나와요!
준호가 별안간 현암의 뒤쪽을 보더니 안색을 파랗게 바꾸며 외쳤다. 현암의 뒤쪽은 그야말로
물바다. 아니 물이 바다처럼 파랗게 고여있었다.
현암은 가부좌를 틀던 다리를 풀고는 준호가 있는 마루(?)쪽을 향해 냅다 달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준호가 묻자 현암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일종의 환영(幻影)의 한 종류같은데..”
“어느쪽이요?”
“아마 땅 쪽이 환영이었을걸”
“그런데 이거 어쩌냐...”
현암이 자신의 바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준호는 발바닥. 그것도 신발만 조금 젖어 문제될게
없었는데 현암은 너무 광범위하게 젖어서 어떻게 말리느냐보다 마르기 기다리는 게 더 문제
될 듯 하였다.
준호는 수인을 맺더니 한 손가락으로 현암의 바지를 가리켰다. 그러자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
분이 뜨거운 열기에 순식간에 말라버렸다.
“그런데 말리는 건 되는데 다림질은 안돼요.”
준호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쭈글쭈글한 현암의 바지를 바라보았다. 현암의 바지는 순식간
에 젖었다가 순식간에 말라서 그런지 많이 눌려서 그런지 주름이 입고 다니기 싫을 정도로 뚜
렷하게 나타나 있었다.
“...뭐”
현암이 공력이 실리지 않은 손으로 옷을 툴툴 털었다. 비록 주름이 다 펴진 것은 아니었지만 아까보다는 나은 듯 싶었다.
“그런데 바로 이 아래까지는 물이 금방 찼는데 이 집도 곧 있으면 물이 찰 것 같은 데..”
준호가 다소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뭐, 괜찮겠지”
현암은 계속 바지를 털며 안으로 들어다. 그리고 왠지 그 마루에 앉아있는 게 불안해진 준호도 금방 따라 들어가려고 하였다.
주(湊)[저게 맞은까요..-ㅁ-?]
13) 붉은 색 아크릴 안구 - 구체관절인형의 안구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게 예쁜 안구 에요.
14) 림몬 - 러시아 대사이자 지옥 최고의 명의(名醫).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다른 악마들로부터 별로 존경을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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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계획 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블엔씨가 개그캐릭터가 되고 있어요.. 개그캐릭터가..;;;
그리고 다음 편부터 아마 제목을 바꿔버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