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싶다” 할때까지 기다리세요
부모가 강제로 공부시키면 역효과 놀이로 배울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블록 쌓기, 창의력 길러주기에 좋아
전문가가 조기교육을 강조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 교원대 전평국 교수도 그중의 한 사람.
전평국 교수는 작년에 딸 전성윤(22)양을 MIT공대에 입학시킨 경험을 담아 ‘국제적 우등생은 10살 전에 키워진다(삼성출판사)’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조기교육은 어릴 때부터 선행학습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어주라는 것이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했다. 이는 부모가 자녀들이 좋은 습관을 갖도록 격려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경고다. 전씨는“아이의 지능은 대개 만6세 이전에 거의 완성되는데, 학습태도를 결정하는 것은 만10세까지”라고 말했다. 생활습관과 태도는 이후 공부습관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아이의 인생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전씨는 공부하라는 말 한마디 안 하고, 학원에 보내지 않았음에도 성윤(22)양을 MIT에 보낼 수 있었던 비결을 바른 습관에서 찾는다. 생활습관과 성적이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습관이 바르고 규칙적이라는 것은 자기 통제와 시간 활용을 잘한다는 뜻인데,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전씨는“딸을 키우면서 그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딸이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일단 손부터 씻고 간식을 먹인 후, 숙제부터 시켰다. 그런 다음 다음날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 현관 옆에 갖다 놓게 했다. 숙제와 준비물을 챙기기 전에는 절대 밖에 나가 놀 수 없도록 했다. 성윤양은 지금까지 공부를 끝마치기 전에는 절대로 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씨는“적어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바른 습관을 갖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노는 것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우기 때문이다. 전씨는“장난감 하나도 대충 골라서는 안 된다”며“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딸에게 비싼 장난감을 사주기보단 생각할 수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옆에서 함께 놀아줬다. 블록과 지도를 많이 이용했다. 매일매일 다른 모양의 블록을 쌓았고, 지도를 보면서 효율적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을 같이 찾아보곤 했다. 블록 쌓기를 통해 창의력을, 지도놀이를 통해 수학적 개념인 경우의 수를 가르쳐주기 위함이었다. 그 덕분에 성윤양은 수학 과목에 관심을 갖게 됐고, 꾸준히 공부한 끝에 MIT 기계공학과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씨는 딸이 갖고 싶다는 것이 있다거나, 배우고 싶다고 말해도 쉽게 들어주지 않았다. 쉽게 얻을수록 빨리 잊기 때문이다. 일례로 성윤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싶어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해서야 배울수 있었다. 배우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해서 그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려는 의도였다. 그 덕분에 성윤양은 대학교 아이스하키 클럽에 들어가 주전으로 활동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게 됐다.
전씨는 자녀에게 뭔가를 배우라고 먼저 말한 적이 없다. 아이가“배우고 싶어요”라는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 허락을 할 때도 조건을 달았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만큼 중간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을 받았다. 책임감을 갖게 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전씨는“부모가 강압적으로 자녀들에게 하라고 시키면, 오히려 반항하고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다”며“자녀가 배우고 싶다고 느끼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