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薑(Zingiberis Rhizoma)
생강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재이지만 매우 훌륭한 약재입니다. 한방에서는 三仙이라고 해서 대추 감초와 함께 상용하는 약재입니다. 어찌 보면 ‘약방의 감초’보다 더 선호하는 약재입니다. 이렇게 애용된다는 말은 독성은 없고 이익이 많은 약물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생강은 한방에서 이용할 때 ‘解表藥’으로 구분합니다. 해표란 껍질을 푼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껍질이란 인체에서 표피를 의미하므로 살갗을 풀어준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살갗을 왜 풀어주어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감기에 걸리면 (감기의 종류도 여러 가지입니다만) 몸이 으슬으슬 해지고 오싹오싹해 집니다. 이런 경우는 차거운 기운과 바람에 의해서 체표가 움츠러들게 되고 몸에 잠재해 있던 양기와 밖으로부터 들어온 사기가 전투를 일으키게 됩니다. 여기서 정기가 이기게 되면 병이 낫는 것이고 사기가 이기게 되면 감기는 심해지고 이 감기를 잡지 못하게 되면 점점 사기는 극성해지고 인체로 깊게 들어가 목숨까지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2000여 년 전의 의성 장중경이 ‘상한론’이라는 의방을 집필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상한이란 첫째, 감기 둘째, 열병 셋째 돌림병을 모두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입니다. 후대로 내려와서는 온병이라는 것을 따로 연구하는 학파가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초기의 감기에 쓰는 약물이 생강입니다. 왠만한 양약보다 훨씬 낫습니다. 감기가 초기에 올 때(특히 추위를 많이 타는 감기의 경우) 생강을 진하게 끓인 물에 검정 설탕 한 스푼만 넣어서 드셔도 땀이 나면서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강의 가장 큰 효능은 으슬으슬 몸이 추워질 때 쓰는 것이고요.
다음으로는 속이 차고 소화를 평소에 잘 못하면서 잘 게우시는 분들에게 아주 좋은 약입니다. 이런 분들은 묽게 달여서 상복을 하시면 좋으실 겁니다.
생강을 말린 것을 건강이라고 합니다. 건강을 만드는 방법은 생강의 껍질을 벗긴 후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칩니다. 데치는 이유는 껍질이 있는 생강은 내부에 효소를 포함하고 있어서 잘 마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번 데쳐주면 효소가 파괴되어 빠른 시간에 말릴 수가 있습니다. 통풍이 좀 잘되고 햇빛이 잘 드는 베란다에 놓으시면 됩니다. 이렇게 만드신 건강은 몸이 차가우신 분들에게 좋습니다. 항상 냉기를 느끼시는 분들은 이 건강을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서 대추나 꿀을 타서 드셔보세요. 이 건강은 온리약이라고 부릅니다. 속을 덥히는 약이라는 의미이지요. 살짝 볶은 것은 위강이라고 하는데 온중(속을 덥힘) 효능이 더 좋아집니다. 그러나 감기에 걸린 분들은 이 건강을 드시면 사단이 납니다. 같은 생강에서 나왔지만 건강은 해표의 기능은 없어지고 몸을 덥히기만 하므로 열이 나는 감기에 드셨다가는 큰 일이 생기고 맙니다. 명심하세요. 아주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포강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벗겨놓은 생강껍질은 버리지 마시고 잘 보관해 두셨다가 몸이 붇거나 소변이 잘 안 나갈 때 다려 드시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한의원에 가시면 한약을 따뜻하게 복용 하라고 원장님들께서 신신당부를 하십니다. 왜 그럴까요? 특별한 경우에는 차겁게 복용을 해야 하는 탕제도 물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따뜻하게 드셔야 합니다. 그 이유는 위에 갑자기 차거운 약물이 들어가면 위가 운동을 잘 못하게 되고 심한 경우는 복통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약물을 흡수하기는커녕 거부감을 느껴서 “소화가 안 됩니다” “한약을 먹으니 설사가 나옵니다” 이런 불평불만들을 많이 하시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약물은 우리가 평소에 자주 섭취하는 물질이 아니므로 몸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적응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른들이 몇 년 만에 갑자기 우유를 마시면 배탈이 나고 속이 메스껍고 설사를 하게 됩니다. 그 이유가 뭐겠습니까? 우리 장에는 어릴적 어머니의 모유 우유를 먹을 때는 소화를 도와주던 유익한 균이나 효소가 있지만 필요가 없어진 이후에는 유익한 균이 모두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한약도 약물인데 평소에 안먹다가 하루에 그것도 차겁게 거기다 아무 때나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첫날에는 양을 좀 적게 드시고 차츰 양을 늘려서 첫날은 한 봉 둘 째나 셋째 날부터 두봉이나 세봉을 드셔야지요. 그래야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약물을 거부하지 않게 됩니다. 일종의 순화 또는 적응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미나리 녹두 기름기 많은 음식 술 커피 등등등.... 먹지 말라는 것도 참으로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미나리와 녹두 등은 해독력이 매우 강하고 성질이 서늘한 것들입니다. 약을 옛날에는 ‘독’이라고 불렀습니다. 녹두나 미나리의 해독성분은 약성마저 분해시켜 버리게 되니 약을 백날 먹어봐야 효과가 없다고들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돼지고기는 왜 먹지 말라고 하실까요? 돼지는 아시다시피 亥水입니다. 성질이 차겁죠. 뱀에 물렸다면 모를까 지방도 많고 차거운 것을 약물과 같이 복용하면 어찌되겠습니까? 지방과 약물이 뱃속에서 뒤엉켜 있다면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술은 또 왜 그럴까요? 술은 酒라고 하죠? ‘酒’라는 글자에서 ‘醫’라는 글자가 나왔습니다. 酉란 옛날에 술을 담는 잔을 말하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술이 곧 약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아무나 마실 수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특히 좋은 술은 제사용이었습니다. 醇酒의 향은 조상신을 부르고 하늘과 땅에 제사드릴 때 쓰일 정도로 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 혈액순환이 빨라지게 됩니다. 적당히 마시게 되면 말입니다. 그러나 적당량을 벗어나면 기와 혈의 순환 속도는 빨라지다 못해 폭주를 하게 됩니다. ‘폭주 기관차’ 멈추기가 힘들죠? 비싼 한약을 드시고 모두 기를 낭비하게 된다면 이 또한 어리석은 일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