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일터에 나가는 건 싫다.
한마음 건강걷기도 그렇지만, 지난 일에서의 착오가
여러 사람에게 줄 혼선을 생각하니 머리가 무겁기만 하다.
TV아침 드라마를 보다가 후다닥 챙겨 운전한다.
버스 타고 갔다가 진원성을 들러 걸어 돌아오겠다고 맘 먹었던 건 포기한다.
걷기 대회에 처음 다뤄본 사무실의 카메라로 찍어본다.
영 서툴다.
교장등 교원들에게 인사하는 내 얼굴은 위선이다.
경품 추첨하는 끝무렵에 여교장이 방과후학교 예산 문제를 들먹여
난 점심 밥맛이 사라졌다.
혼자도 보고할 일감을 정리하느라 식당에 안 갔더니
여러 차례 전화가 와 결국 갔다.
술 몇잔을 들이키고 동료가 떠주는 오리탕을 고개 처박고 먹고
돌아와 숫자 놀음하며 아들과(어떤 놈이 따라올까?)
먼 이국 땅을 걷는 상상을 한다.
모두가 돌아간 사무실을 지키다 3시가 넘어 나와
황룡강을 따라 운전하여 송산유원지 반달정에 차를 세운다.
무거운 사무실의 수동 카메라로 자진을 아무렇게나 찍어보다
어등산을 오른 시각이 4시 15분
패러글라이딩 활강장의 사람들을 지나 계단으 ㄹ세며 오른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호남대에서 올라오ㅡㄴ 삼거리에는 나무 정자가 새로 섰고
태극기가 흐린 하늘에 휘날리고 그 앞ㅇ 돌탑을 쌓았다.
뒷쪽 묘지 쪽에서 소리지르는 남자가 있어 석봉 바위 끝을 따라 내려간다.
한시간이 넘었다.
돌아온다.
6시가 덜 되었느ㅡㄴ데 캄캄하다.
마지막 내려온 계단에서 헛딛자 무서워 배낭에서 랜턴을 꺼내 머리에 두른다.
참 약하다.
차를 두고 옷을 벗지 않고 밥 차리기도 싫어 다시 나간다.
광주극장에서 8시에 '도쿄'를 한다.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고, 내려서는 호남예술제 그림들을 또 본다.
광주공원 국밥집으 ㄹ가려다, 지난 여름의 콩물국수 먹던 충장옥으로 들어가
육개장과 소주 한벼응ㄹ 시킨다.
강호동이 촐싹대는 '스타킹'을 보다가
오늘 신문의 '책과 세상'을 보다가 하는 사이
뻘건 육개장이 나와 소주를 같이 마신다.
국밥도 좋지만 육장에 소주 마셔도 상관없구나.
고량주도 좋을텐데.
사람을 등지고 왼손으로 따라 오른손으로 마시고
오른손으로 따라 왼손으로 마신다.
네 편이던가 세편이던가
도쿄는 알기 어렵다.
10년간 밖으로 나가지 않던 사나이가 나간 이야기와
교수형 당한 하수도 광인이 사라진 이야기
빌붙어 산 영화감독을 애인으로 둔 여자의 이야기 등
긴 하루였다.
내가 더 산다면 이제 더 먼 세계를 훌쩍훌쩍 뛰어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