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해를 돌아 모천으로 들어와 생을 마친 연어 명품으로 거듭난다.
연어!
생의 시작과 마지막을 한 곳에서 하는 모천 회귀형 어종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양양 남대천이 원류로 지금부터 서서히 연어들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연어는 고향으로 돌아오면 산란을 위해 혼인색을 나타내며, 수컷들은 산란을 도와 산란을 할 집을 만들기 위해 주둥이가 변화된다.
컷이 산란을 하면 수컷은 곧장 정액을 방사하여 수정을 한다.
그러고는 연어들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요즘은 양양내수면연구소에서 더 많은 연어들의 보존을 위해 노력을 한 결과로 매년 회귀하는 연어의 수가 급증하며, 연어들이 우리의 영토 곳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려는 작업으로 치어들을 금강산이나 섬진강 등 전국 주요 하천에서 방류하고 있다. 연어는 식생활에서 비교적 높은 상춤가치를 지닌 가공식품으로 만들어질 수있는 고급어종이지만 캐나다나 일본 등에 비하면 이용도가 현저히 낮고 여전히 수입에 많은 양을 의존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가정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연어훈제나 스테이크용 연어살이 국내산은 전무한 상태다.
그런 연어를 살코기가 아닌 가죽으로 가공을 하여 두바이의 명품시장에 어류가죽으로 당당하게 입성을 한 기업이 있다. 오래지 않은 지극히 짧은 역사를 지닌 ‘엔바이오테크’에서 투니아(Tunia Skin)로 상표를 등록하고 특허를 받은 참치와 연어(SIR)을 선보이고 있다.한마리의 연어에서 두 장의 가죽이 생산되는데 이 가공된 원피 한 장의 가격이 우리돈 14,000원 대의 고가 상품이다. 원피 한장으로 명함 지갑 1개를 만들 수있다 하더라도 고부가가치 상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인류가 가장 먼저 사용한 옷감이 가죽일 것이다.
동물을 사용하고 얻은 가죽을 원형 그대로 몸에 걸치고 추위를 피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가죽이 사냥이 금지되면서 점차 목축을 해 얻은 소와 양, 돼지 등의 가축에서 얻게 되어 의륜 신발 등에 이용되었다. 소와 양을 제외하면 고급가죽은 사슴이나 악어, 물소 등 장식적 요소가 강한 지갑, 가방, 신발 등에 이용되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동물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은 극히 적다. 바다의 어류에서 가죽을 얻는 방법은 기술적인 문제로 최근에서야 시도되고, 결과로 얻은 참치(다랑어)나 연어의 가죽은 물고기의 비늘이나 표피가 지닌 독특한 질감이 호사가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연어의 가죽은 양가죽보다 질길까?
아니면 더 약할까?
회나 훈제, 구이로 식탁에 오르는 연어나 참치의 껍질로 가죽을 만든다는 일에 의아한 생각을 지닐 사람이 많을 것이다. 돼지가죽으로 만든 옷을 보면 모공이나 가죽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쉽게 찢기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참치나 연어의 껍질은 가공 기술에 따라 탄력이나 질감 등 다양한 면에서 악어가죽만큼 우수한 제품으로 탄생된다.
백화점에서 100만원대에 판매되는 여성용 핸드백과 20만원 이상의 고가에 판매되는 지갑이다. 이건 국내 백화점의 이야기일 뿐이다.
두바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패션 선진국에 가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뤼비똥이나 샤넬, 지방시만 명품이라 생각하면 오판이다. 이미 그들의 제품들은 이름값만으로 명품으로 인정받지만, 상품의 질로는 한국보다 더 나중에 본격적으로 명품시장을 뛰어든 동남아 국가들이나 중국도 그들 명품에 전혀 손색없는 고품질의 상품을 만들어 낸다.
영어의 ‘S’로 연어를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그런데 한마리의 연어가 아닌 두마리의 연어가 동시에 보인다. 실질적으로 연어를 통하여 최고의 명품브랜드로 나갈 생각을 한 투니아의 입장에서 이 알파벳 ‘S’는 그 이상의 의미들이 담겨있지 않을까. 연어의 ‘SIR’과 가죽의 ‘Skin’ 이상의 메시지를 이 ‘S’자에 담고 싶은 건 아닐까. 가령 ‘매우 뛰어난’이나 ‘대단히 우수한’ 등의 의미를 가진 ‘Super’를 동시에 담았으리라. 또한 머리를 마주한 두마리의 연어가 살아 꿈틀거리는 형태를 보여준다.
기업을 양양에서 운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가 인적 인프라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생산과 가공, 디자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사람들이 꼭 필요하다. 그런 인력을 확보하는 일은 기업으로써는 막대한 투자를 감수해야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고급 기술을 습득한 인력을 확보하려면 결과적으로 대도시에 거주하는 것 만큼의 문화적인 혜택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사회기반시설이 갖추어져 있어야 가능한 일이 된다.
문화와 학교, 기타 생활에 대한 지적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바탕이 부족한 척박한 환경에서 기업이 기업의 높은 가치를 창출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당장 공무원들의 마인드 자체가 도시에서 일을 하는 공무원들과 다르다.
먼저 ‘투니아 스킨(Tunia Skin)’이라는 기업이 창업을 한 포천을 떠나 양양으로 이전을 계획한 동기는 분명하고 단순하면서도 고차원적인 포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연어가 가장 많이 돌아오는 강이 유일하게 양양의 남대천이다. 이 연어를 이용하여 식용으로 사용할 고기가 아닌 가죽을 만들어 고기의 수십배에 해당하는 고부가가치가 있는 가죽제품을 만드는 일은 양양이라는 인구 3만도 채 되지않는 작은 고장을 밀라노나 뉴욕, 파리에 버금가는 패션의 본고장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사업이고 키워드가 될 수있다.
실상 투니아가 척박한 환경인 양양을 알고 있으면서도 양양으로 이전을 하려는 바탕엔 연어의 본고장을 활용하여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고, 연어가죽의 운송 경로를 줄여 손실을 막으려는 게 중요한 이유가 된다.
연어로 가죽을 생산하는 기술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엔 없다. 유일하게 칠레에서 월 3만장 정도 생산을 해왔는데 투니아가 짧은 시간에 그들을 앞지르면서도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력을 갖추고 국제특허까지 마친 상태로, 월 35만장~40만장의 생산기술을 자랑하는 것이다.
가죽으로 지갑이나 핸드백 등의 가방을 만드는 일과 구두를 만드는 작업은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한다. 봉제도 봉제지만 제품을 만들기 위해 원피에서 필요한 부속들을 하나씩 일일이 칼로 마름질하는 작업이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점차로 그런 인력들을 양양에서 교육을 시켜 발굴한다고 해도 당장 그들을 가르칠 인력과 회사에서 생산을 담당할 인력은 양양으로 유입을 해야 한다.
바로 그 점을 양양군이 발벋고 나서서 도와줘야 할 문제인 것이다. 나 또한 ‘ROHAS’란 벤처를 이전 할 생각으로 양양군에 의사를 타진 해 보았는데 별로 적극적인 기업유치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실망한 경험이 있다. 도리어 강릉시와 속초시는 당장 투니아를 자신들의 고장으로 유치하려고 유치단을 꾸려 직접 회사를 방문하여 다양한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곳은 연어가 돌아오는 모천이 아니란 점이 바로 걸림돌이다.
가방 하나에도 몇 백만원대의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명품에 투니아는 ‘Tunia’가 아닌 양양을 상표로 사용하고 싶어한다.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겠다고 하는데도 그 가치를 모르는 공무원들이 요지부동이라니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재료를 수출하는 일은 아주 기초적인 방법이며 큰 이익을 보장받기 어렵다.
완성된 상품을 수출하는 일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는 일인 동시에 많은 외국의 수출입 관계자들과 디자이너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일이다. 동물 가죽이 아닌 참치와 연어가죽은 명품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소유본능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매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박물관 건립이나 축제 등 전시효과만 노린 일에 나서는 공무원이나 단체장들이 되지 말고, 진정한 미래의 자원을 개발할 줄 아는 기업들을 끌어 당장의 가시적 효과가 아닌 미래의 삶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줄 아는 마인드를 갖춘 공무원들이 되길 바란다.
이야기가 어찌하다 보니 공무원과 지자체들의 복지부동적인 자세와, 전시효과를 노린 박물관이나 축제 등에 맞추어진 비평이 되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우수한 우리의 상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을 몰라보는 눈을 지닌 공무원이나 자치단체의 장들은 이젠 퇴출되어야 한다.
20일 남짓 남은 양양연어축제에서 투니스의 명품들을 직접 만나보길 권한다.
출처 :寒士의 문화마을 원문보기▶ 글쓴이 : 寒士정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