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는 웃고 들어갔다 울고 나오고, 독어는 울고들어갔다 웃고 나온다.'
1970년 중반 고등학교에 입학해 제2외국어 선택을 앞둔 필자와 친구들에게 선생님이 했던 말이다.
불어는 처음엔 쉽지만 갈수록 어렵고, 독어는 처음엔 어렵지만 나중은 쉽다는 뜻이다.
한 학년 12개 반 중 독어반이 10개, 불어반이 2개일 정도로 독일어 반이 강세였다,
친구들은 '데어 데스 뎀 덴...'같은 복잡한 정관사 변화에 혀를 내둘렀지만, 그렇게 익힌 독어가 60~70년 산업화에 기여했다.
1990년대 이후 독일어는 영어, 일어에 밀리고 중국어 열풍에 치여 찬밥 신세가 됐다.
올 9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에서 제2외국어로 독어를 선택한 수험생은 1252명으로 전체 응시자(2만6029명)의 4.8%에
불과했다.
일본어(16.4%) 중국어(14.3%)의 3분의 1 밖에 안 된다.
서울대 사범대는 '영어교사를 희망했던 학생들이 성적 미달로 독어나 불어교육학과로 배정받아 낙담하는 것을 볼 수 없다'며
2015년부터 학과제 모집으로 바꿀 방침이다.
영국에서도 독어를 비롯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유럽 언어의 인기가 떨어지고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1998년부터 최근까지 유럽어 전공을 폐지한 영국 대학이 전체의 40%에 달한다.
이탈리아어는 22~23% 줄였다.
유럽 경제 침체에 따라 입학생 감소가 주원인이다.
그런데 유럽 언어 가운데 독일어만은 부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세계 93개국 158개 괴테 인스티튜트(독일문화원)에서 독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2010년 18만5000명이던 것이
지난해 20만7000명으로 12% 늘어났다.
독일 내 어학우너은 한 달 전에 접수하지 않으면 수강이 어려울 정도다.
스페인, 이탈리아,그리스 청년들이 경제강국 독일로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기 때문이다.
근면, 성실, 치밀의 민족성이 경제를 살리고 언어도 되살리고 있다.
중국도 독일어 교육 붐이다.
5월 말 독일에 간 리커창 총리는 메르켈 총리와 올해를 '독일어의 해'로 지정하기로 하브이했다.
'독일어 이동 교육 차량'이 전국 30여개 대학을 돌고, 베이징 쑤저우 우시 등 대도시에선 독일어 학원이 성업 중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품질 도약을 위해 독일 배우기가 열심이다.
외국어 선택은 필요의 산물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국어 쏠림'은 지나친 감이 있다.
독일 가곡과 프랑스의 샹송을 부르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도 더 크고 풍성해질 것이다. 지해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