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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화려한 보석들에 둘러싸여 살아왔어요.. 하지만 내가 정말 필요로 했던 건 그런 게 아니었어요.. 누군가의 진실한 마음과 사랑.. 그것 뿐 이었어요.."
- 엘리자베스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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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요부. 이 남자 저 남자 품으로 부나비처럼 꿀을 찾아 떠도는 여자. 고양이처럼 푸른 눈을 가진 이 여자 앞에서는 아무도 도망칠 수가 없었다.
제임스 딘이나, 몽고메리 크리프트, 혹은 리처드 버턴이라 할지라도 그녀 앞에선 모두 사랑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너무 아름다워 신이 시기를 했다는 리즈 테일러. 여러 차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동안 더더욱 아름다움이 더해진 리즈는 사랑하는 사람과는 반드시 결혼을 하고야 마는 완벽한 여자였다.
완벽한 미모의 배우
지금까지 엘리자베스 테일러만큼 많은 남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여자는 없었다. 이혼과 결혼의 횟수만 보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반드시 그 남자를 독점했으며, 또 그남자와 결혼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야만 만족을 하는 여자였다. 사랑하여 아이를 낳았지만 경코 결혼은 하지 않는 카트리느 드뇌브와는 또 다른 면을 가진 여자였다.
엘리자베스와 공연을 하거나 함께 일한 남자들은 거의 모두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어갔다. 초승달처럼 가는 눈썹, 파란 눈동자를 가진 커다란 눈, 성적 매력이 넘치는 석고상 같은 완벽한 입술, 오똑한 코, 가는 허리, 미끈한 다리......... 그녀는 완벽한 미모를 지닌 배우였다.
리즈와 촬영을 함께 한 남자들은 그 상대가 누구건 간에 모두 그녀로 인해 애를 태웠으며, 결국은 가정을 버리고 그녀와 결혼을 하는 파멸의 길을 걸었다.
이런 그녀의 습관적인 결혼과 이혼을 두고 세간의 많은 사람들은 창녀 기질이 있다느니, 태어난 운세가 요부의 기질을 갖고 있다느니 비난의 화실을 퍼부었다. 과연 리즈 테일러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 걸일까?
결혼과 이혼, 이혼과 결혼
리즈 테일러는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리즈의 재능과 아름다움을 알고는 대스타로 키우기 위해 할리우드 근처로 이사를 왔다. 이미 그녀는 명견 래시를 등장시킨 어린이 영화 <가로>에 출연하여 대스타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 후 열세 살 때 <녹색의 천사>로 인기 스타가 되었다. 그녀는 여느 세계적인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열일곱의 나이에 그 당시 호텔왕의 아들 닉 힐튼과 첫 결혼을 하였다. 대부호의 돈과 미모의 그녀가 만난 애정 없은 결혼 생활의 시작이었다.
두 사람은 4주간 일정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과 축복을 한몸에 받고 떠난 초호화판 신혼여행에서 두 사람은 심하게 다투었다. "난 이 남자와 결혼 생활을 오래 하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벌써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결국 성격 차이로 결혼 생활 6개월을 못 넘겼다. 그 후 리즈의 불가사의한 애정행각이 버릇처럼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 번째 결혼은 리즈보다 스무 살이나 연상인 영국 배우 마이클 와디오가였다. 그녀는 닉 힐튼처럼 자신의 성격을 감싸 주지 못하는 남자보다는 나이가 지긋하게 든 사람을 남편으로 택한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 와딩은 끝내 그녀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아니 감히 리즈라는 대스타와 맞설 수 있는 스타는 아니었다.
결국 와딩은 그녀가 해외 촬영이나 지방 촬영을 떠날 때마다 옷이나 가방을 챙겨 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녀가 영화 촬영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동안 와딩은 별로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친구들을 불러 샴페인이나 터트리고 무위도식하며 세월을 보냈다. 결국 두 사람은 마이클 주니어와 크리스토퍼를 낳고 이혼을 하고 만다.
리즈는 이혼에도 별 동요 없이 <자이언트>에서 영원한 청춘 스타 제임스 딘과 열연을 펼쳤다. 세 시간 18분의 대역작을 촬영하는 동안 스물세 살의 리즈는 처녀역부터 손자가 있는 할머니역까지 열연을 평쳐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녀는 촬영이 끝나고 시사회를 보다가 제임스 딘의 자동차 사고 소식을 듣고는 절망의 소리를 질렀다고 전한다. "그럴 리가. 거짓마, 거짓말이야." 제임스 딘은 자신이 아끼던 자동차로 스피드를 내다가 그만 사고를 일으켜 즉사하고 말았다. 그녀는 제임스 딘과 몽고메리 크리프트와 같은 배우들을 좋아했다.
두 사람 모두 반항적이고 섬세하며 여자로 하여금 모성 본능을 일으키게 하는 남자들이었다. <애정이 꽃피는 나무>를 촬영할 당시 그녀는 상대역인 몽고메리 크리프트와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결혼에는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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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질투
마이클 와딩과 이혼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신문에 나자 세상의 능력 있고 용기 있는 남자들이 그녀를 혼자 있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이혼 소식이 나간 바로 그 다음날,<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제작해 위대한 제작자로 알려진 마이크 토드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리즈. 좀 만나지. 할 이야기가 있는데." 토드는 이미 리즈를 영화사 식당에서 본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은 마주하고 앉아 있었지만 이렇다 할 이야기는 나누지 않고 눈만 마주 보며 웃었다.
두 사람의 눈빛이 오가는 동안 토드는 유독 눈이 아름다운, 그래서 그 눈을 30억 원짜리 보험에 든 리즈에게 그만 빠지고 말았다. 그눈을 잊을 수 없어 불멸의 밤을 지새웠던 날이 얼마던가. 그녀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 그는 리즈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기도 했다.
그후 토드는 매일 그녀의 집으로 커다란 꽃다발을 보내고, 지방 촬영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전화를 거는 등 그녀의 환심을 사기에 바빴다. 촬영 도중 휴가를 얻게 되면 토드는 자신의 자가용 비행기를 그녀에게 보내 뉴욕으로 초대했다. 애지중지 아끼는 보물이 다른 사람의 손에 닿지 않게 해서 하기 위해서.
"난 당신과 결혼을 하고 말 거야. 당신을 사랑한다고." 영화 제작자로서의 명성과 부, 게다가 다른 남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정열의 소유자 마이크 토드는 결국 리즈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한다. 리즈는 1957년 1월 31일. 스물네 살의 젊은 나이에 두 번째 이혼을 한다. 그리고 이틀 뒤인 2월 2일 아카폴코에서 마이크 토드와 결혼을 한다.
그녀는 한번 사랑하면 고민 같은 것은 하지 않고 결혼도 순식간에 해 버리는 불 같은 성미를 지닌 화끈한 여자였다.
"마침내 바라던 남자와 결혼하게되어 행복하다." 결혼 생활은 행복했다. 자신과 걸맞는 영화 제작자와 함께 사는 것이 즐거웠다.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며 한 여인으로서 또한 영화배우로서 순탄한 길만이 그녀에게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와 토드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아름다운 리즈와 위대한 영화 제작자를 보려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리즈는 가정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라는 영화를 마지막으로 토드를 보필하며 가정에 충실했던 것이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그녀를 질투하고 있었다. 그녀가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그녀와 함께 사는 남자들에게 불행을 안겨다 주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그녀가 혼자 남아 영화를 통해 세상 사람들의 영원한 연인이 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해 토드는 최우수 쇼맨으로 선정되어 뉴욕의 시상식장으로 비행기를 타고 타고 있었다. 물론 리즈도 함께 갈 예정이었으나 심한 감기몸살 때문에 집에 혼자 누워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세 번째 남편은 비행기를 몰고 나간 후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산봉우리에 충돌하여 영원히 제 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토록 리즈와 결혼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났던 마이크 토드. 결국 그녀를 자신의 품에 넣었지만 그것은 고작 14개월에 불과했다. 미의 여신들은 한 삶이 그녀를 오랫동안 차지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너무도 아름다운 그녀였기에 신들도 시샘하는 듯했다.
리즈는 또 혼자가 되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이번에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데비 레이놀즈의 남편인 가수 에디 피셔와 놀아났다. 에디는 처음에는 리즈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그녀를 만났다. 그러나 대화를 하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랑으로 변하고 말았다. 에디 피셔와 리즈가 함께 춤을 추는 사진이 신문에 났는데도 데비 레이놀즈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리즈는 나의 친한 친구다. 그리고 내 남편과 리즈 또한 친구다. 친구와 함께 춤을 추는 것이 뭐가 이상한가?" 그녀는 남편과 친구 리즈의 관계가 우정 이상은 아닐 거라고 자만했다. 물론 데비 레이놀즈와 에디 피셔는 소문난 잉꼬 부부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결국 결혼에 이르고 말았다. 이때부터 리즈와 에디 피셔는 배신자, 추한 사람들이란 비난과 함께 인기가 떨어졌다.
에디는 남자를 홀리는 리즈의 불가사의한 미모와 상상을 초월한 그녀의 재산 때문에 리즈를 선택한 것이었다. 에디는 리즈가 벌어 놓은 돈을 쓰면서 살았다.
리즈는 세상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클레오 파트라>의 주인공을 맡아 촬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에디는 그녀의 뒤를 돌봐 주며 심부름을 하고 짐을 꾸리는 역할밖에 할 수가 없었다. 촬영을 끝내고 초죽음이 되어 돌아온 그녀를 맞이하는 것은 술취한 남편 에디와 무위도식하는 그의 친구들이었다.
"이건 뭔가 잘못된 것야. 내가 왜 이 남자를 선택했을까. 그의 위로에 내 마음이 흔들였을 뿐이야. 이 남자와는 평생 같이 살 수가 없어." 리즈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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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으로 사랑을 완성하는 여자
에디 피셔와 관계가 소원해질 즈음 이미 리즈는 할리우드의 간판 스타 리처드 버턴과 열애에 빠져 있었다. 두 사람은 집에 들어 가지 않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깊은 사랑을 나누었다. 세상은 또다시 리즈와 리처드 버턴의 애정행각에 대해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리즈가 설마, 그럴 리가 없어, 리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데..." 리처드 버턴의 아내 시빌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하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불륜 관계를 맺어온 두 사람을 비난하는 사회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리처드 버턴에게 떨어지는 비난보다는 리즈에게의 비난이 더 컸다.
'남편을 빼앗는 상습범' 또는 '가정 파괴범'이라는 비난에 두사람은 배우자에게 위자료를 지불하고는 서둘러 결혼을 했다. 두 사람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때 리즈나이 서른둘이었다.
"이것으로 사랑을 갈망하던 그녀의 오랜 애정 편력도 마침내 끝났다. 리즈의 얼굴이 저렇게 행복으로 빛나는 것을 여태 본 적이 없다. " 리즈를 오랫동안 지켜본 의상 담당은 리즈의 방황이 끝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또다시 이혼을 하게 될거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았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이혼을 하게 될 것이다." 리처드 버턴의 도움으로 그녀는 오스카 상을 두 번이나 휩쓸며 할리우드의 대스타로 자리를 잡아 갔다. 호화 저택이 곳곳에 세워 졌고, 그들은 요트에다 비행기까지 갖추고 살았다. 남 부러울 게 없는 두 사람은 사치를 부리며 돈을 물 쓰듯 하였다. 리즈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나 보석은 액수에 상관없이 반드시 자신의 손에 들어와야 만족했다. 파티에 나갈 때는 그날 입을 드레스를 사는 데 무려 100만 불을 쓰기도 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또 무슨 악마의 장난이 깃든 것일까.
"우리는 서로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질 수밖에 없다." 이 무슨 해괴한 이유란 말인가? 변명 아닌 변명으로 헤어진 두 사람은 이후 1975년 아프리카에서 만나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리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도대체 리즈는 어떤 여자야? 결혼과 이혼을 뭐 취미로 하는 줄 아나 봐." 사람들은 리즈가 또 누구와 결혼할지 궁금했다. 그리고 절대로 그녀의 결혼 생활이 오래 가지 않을 것라는 것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예측대로 리즈는 리처드 버턴과 이혼하고, 두 달만에 상원의원 존 위너와 번개처럼 결혼식을 올려 세상을 또한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존 위너 상원위원과도 이혼을 하였다. 리즈는 남자 없이는 살 수 없는 여자였으며 또한 한 남자와도 살 수 없는 여자였다.
그러나 타고난 미모와 재산 때문에 수많은 남자들이 지금도 리즈를 못 잊고 있다. 그녀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요부는 아니었다.
리처드 버턴은 그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그녀만큼 스캔들 많은 여자도 없다고 말하지만, 리즈는 사랑을 하면 반드시 결혼이라는 형태로 완성시키고자 하였다. 리즈는 순정의 여성이다."
이제 그녀가 사랑했던 몽고메리 크리프트도 죽고. 리처드 버턴도 죽었다. 그녀는 변호사와도 결혼을 했다가 이혼하고, 또 다른 사람과 결혼, 이혼... 계속 결혼과 이혼을 버릇처럼 해 왔다. 1996년에 열번째 남편으로 만나 살았던 의사와도 헤어졌다. 나이 칠순을 바라보는 그녀지만 언제까지 그녀의 결혼식을 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수면제 남용과 알코올 중독, 그리고 나이에서 오는 비만으로 예전에 비해 아름다움이 덜하지만, 아직도 그녀는 남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미모를 지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밀잡 인형관에는 리즈와 결혼했던 사나이들의 인형이 전시되어 있다.
칠순을 바라보는 리즈의 고독을 달래 줄 남자가 또 나타날지 어떨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그 인형관에는 아직도 그녀 곁에 서 일을 밀납 인형의 예비 자리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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