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습관들이기
가끔 찾아 읽어보는 어느 작가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가게를 하는 작가는 어느 날 홀로 찾아온 노신사를 알게 되었다. 그분은 치매를 앓고 있었지만 품위 있게 음식을 먹었다. 그 모습에서 작가는 잘 살아온 그분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작가와 노신사와의 인연이 아니라 '치매를 앓게 되면 그 사람의 본 모습이나 살아온 삶의 자취가 얼마나 드러나게 되는가' 이다.
퇴임 후 시간이 지날수록 혼밥 혼술이 늘어나고 있다. 누구랑 같이 식사를 하거나 차려줄 땐 그런대로 차분하게 음식을 먹는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혼밥 혼술을 하게 될 경우엔 격식은 사라져버리고 대충 먹고 마신다.
설거지 하기 귀찮아 반찬을 덜어 각각의 그릇에 담지 않고 큰 그릇에 밥과 함께 넣어 그냥 비벼 먹기도 한다. 혼술도 마찬가지다. 주종에 어울리는 술잔도 안 챙기고 안주를 예쁜 그릇에 담을 생각도 안 한다. 누가 보면 홀아비 궁상떠는 모습이랄까.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음식점에서의 혼술 혼밥도 그렇다. 퇴임 전엔 내가 음식점에서 혼밥 혼술 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지금은 스스럼없이 드나든다. 세월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생각해 보니 혼술 혼밥 할 경우 밝은 표정으로 느긋하게 또 깔끔하게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
치매 걸리지 말아야겠지만 혹시 말이다. 이 다음에 나도 모르게 치매가 온다면 이 혼술 혼밥 습관이 나오면 어쩌지 싶다. 치매 걸린 본인이야 모르겠지만 지켜보는 가족들을 부끄럽게 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愼獨이란 글을 크게 인쇄하여 붙여 놓았다. 홀로 지낼 때 삼가하자고 내가 나에게 부탁하는 거다. 정리정돈도 청소도 잘 하는데 유독 혼밥 혼술 시 품위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다. 습관 될까 두렵다. 아니 습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習이 곧 그 사람의 인생이고 삶이라고 한다. 어떤 분은 다음 생으로 연결된다고도 했다. 무서운 이야기다. 품위 있게 살아야겠다. 혼밥 혼술을 하더라도 깔끔하게 품위있게 먹어야겠다. 뿐만 아니라 누가 보지 않는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렇게나 입지 말고 갖추어 입어야겠다.
생각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이 곧 말이 되고 신념이 되고 행동이 된다고 했다. 거친 생각을 하고 마음 속에 심한 말을 품고 있다가 치매가 왔을 때 그 거칠고 심한 말과 행동이 밖으로 나올 수도 있겠다.
혹시 이 다음에 치매를 앓게 되어 내가 나를 잃어버렸을 때, 내 가족들에게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초라한 모습이나 추한 모습은 안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답은 나와 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좋은 습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카페 게시글
살아가는 이야기
상옥이 편지
240903 품위 있는 습관들이기
김영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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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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