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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여종 (사)대전문화유산울림 대표 |
나는 2005년부터 대전 서구 관저동에 살고 있다. 남쪽으로 서구를 대표하는 산인 구봉산이 있고, 동쪽 멀지 않은 곳에 갑천이 흐르는 마을이다. 관저동은 옛 조선시대 관아의 아래쪽에 있다하여 관저리(館底里)라 했는데 지역 유지들이 그 의미가 좋지 않다 하여 시경에 나오는 "관관저구(關關雎鳩) 재하지주(在河之州) 요조숙녀(窈窕淑女) 군자호구(君子好逑)"에서 관(關)자와 저(雎)자를 따서 지금의 관저동(關雎洞)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아 그래서 관저동이구나. 하고 알게 되면 왠지 내가 사는 마을이 예전 같지 않다. 대전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사는 마을부터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과거 관저동의 자연마을을 다 소개할 수 없지만 현재 관저동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익숙한 지명을 통해 살펴보자. 먼저 관저동의 대표적인 지명은 느리울이다. 느리울은 골짜기가 늘어져서 붙여진 이름이다. 노곡리(老谷里)라고도 불렀다. 느리울아파트와 느리울초·중학교 등에 그 지명이 남아 있다. 노곡이라는 옛이름도 노곡보도육교, 노곡가마솥보리밥 등 식당의 이름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구봉산은 신선이 내려와 바둑을 두고 있는데 산아래 마을의 나무꾼이 그 모습을 구경하다 도끼자루 섞는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산이다. 그래서 구봉산 정상을 신선봉, 바위 이름을 신선바위라고 부른다. 관저동에는 신선과 관련한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예로는 신선마을아파트, 선암초등학교, 신선암공원 등이다. 최근에 생긴 초등학교가 있다. 이름이 선유초등학교인데,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마을 이름 선유동(仙遊洞)에서 유래하였다. 지금의 사회복지법인 성애원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한 지역이다.
또 창골어린이공원 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 창골은 현재의 예비군훈련장이 있는 곳으로 군량을 쌓아두는 곳이란 뜻으로 군량골이라고도 부른다. 마지막으로 봉우재는 옛 충남방적 정문 옆 봉우산 주변에 있었던 마을이다. 옛날 뒷산에 봉화를 올렸다고 하여 봉우재라 부르며, 마을에 커다란 암소바위가 있다고 하여 축암리(丑岩里)라 불렀다. 대자연마을 아파트 서쪽이 중심이며, 현재 큰 도로가 나고 택지가 개발되어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이렇게 마을의 옛지명을 통해 관저동을 살펴보니 옛지명은 단지 과거의 지명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현재 관저동에 사는 주민들에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과거의 기억이 마을의 지명으로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억을 공유하는 것은 건강한 공동체의 기본요소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옛날부터 그 마을에 살아야만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기억에 공감하고 마을에 전승되는 이야기들을 새로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하나하나 알아가고 함께 공유한다면 요즘 이야기하는 새로운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년에 의미 있는 소책자가 발간되었다. 이름은 ‘대전공동체 마을여행’이란 책자이다. 대전시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발간하였는데 동구에 소제동, 효동, 중구에 석교동, 중촌동, 태평동, 서구에 정림동, 관저동, 유성구에 어은동, 전민동, 대덕구에 법동 등 10곳 마을이다. 책자에는 마을을 간단히 소개하고, 연락처, 단체가 진행하는 마을 주요사업, 마을여행코스 등이 사진과 간략한 내용으로 소개되어 있어 마을에 관심 갖는 시민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거창하게 대전을 사랑하세요. 우리가 사는 도시 대전은 정말 살기 좋습니다. 행복한 도시 대전을 함께 만들어요. 다 좋은 이야기인데 조금 멀게 느껴지기도 하고 구체적인 느낌이 덜하기도 하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마을에 사는 시민들부터 먼저 마을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마을에 관심을 갖는 것이 대전에 대한 관심을 갖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