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8, 3×6=18, …. 숫자 18은 우리가 어렸을 때 외우던 구구단에 자주 등장해 친숙한 수다. 또한 애창곡 18번이나, 금 액세서리 18K 등에서도 떠올릴 수 있다. 18을 통해 어떤 이야기들을 찾아볼 수 있을까?
2011년 제작된 대한민국 5대 국새는 금의 함량이 75%로 18K다.
블링블링, 18K의 비밀
황금빛 광택이 나는 금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가장 귀하게 여기고 좋아하는 귀금속이다. 기원전 3000년 경 메소포타미아인들은 금으로 만든 투구를 사용했으며, 고대 이집트의 왕릉에서도 금 제품들이 출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의 신라나 백제에서 뛰어난 금관 유물들이 많이 출토됐다.
금은 예술품이나 장식품뿐만 아니라, 화폐를 대신하기도 한다. 금의 가치가 높은 건 화학 반응성이 낮아 공기나 물에 의해 부식되지 않고 원래 상태를 유지하는 덕분이다. 그런데 금으로 된 물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18K와 같은 표기를 볼 수 있다. ‘aK’는 그 물건의 금의 함량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분수의 개념이 들어 있다. 전체 무게에서 차지 하는 금의 함량을 24를 분모로 하는 분수로 나타냈을 때, ‘ a/24’이면 이것을 ‘aK’로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a가 24에 가까울수록 순금에 가깝다.
한편, K는 금의 순도를 나타내는 캐럿(Karat)의 첫 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캐럿은 중동 지역에서 나는 식물의 한 종류인 ‘캐럽’에서 유래했다. 캐럽을 말리면 보통 어른 한 손에 24개가 잡히는데, 이를 기준으로 금이나 소금 등의 물건과 교환했다. 99.99%의 순금을 24K라고 표시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 K의 캐럿은 보석의 무게 단위로 사용되는 carat(줄여서 ct)과는 다르다.
캐럽 열매의 모습.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이는 금 제품은 18K, 24K, 14K다. 24K는 순도 99.9%(국제 기준으로는 99.99%)의 금을 나타내며, 18K는 순도 18/24=75%, 14K는 순도 14/24≒58.3%(편의상 58.5%로 통용되고 있음)를 의미한다. 이외에도 치과에서 쓰이는 금 보철은 20K~22K 정도이고, 금화는 보통 21.6K로 만들어진다. 금화의 금 함량을 계산해 보면 21.6/24 =90%인 것을 알 수 있다.
치솟는 금값은 새로운 풍속도 만들어내고 있다. 액세서리의 경우, 14K보다도 금의 함량이 더 적은 9K 제품이 나오고 있다. 9K 금 제품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9/24=37.5%이다. 금의 비중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두 번째 과잉수. 18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수를 완전수, 과잉수, 부족수로 분류했다.
18은 구구단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숫자다. 이는 18이 약수를 많이 갖고 있다는 뜻이다. 18의 약수는 1, 2, 3, 6, 9, 18이다. 이 중 18을 제외한 약수의 합을 구해 보면 1+2+3+6+9=21로 18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자신을 제외한 약수(진약수)의 합이 원래 수보다 큰 수를 ‘과잉수’라고 한다. 반대로 진약수의 합이 원래 수보다 작으면 ‘부족수’, 같으면 ‘완전수’라고 한다.
피타고라스는 수를 완전수, 과잉수, 부족수의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완전수를 가장 특별하다고 여겼다. 피타고라스에 따르면 수의 완전성은 그 수의 약수에 달려 있는데, 완전수는 진약수의 합과 그 자신이 같기 때문에 완전하다고 여겼다.
완전수 6=1+2+3 부족수 8>1+2+4
이제 18이 속한 과잉수에 대해 알아보자. 자연수 1부터 차례로 따져 보면 첫 번째 과잉수는 12다. 12의 진약수의 합은 1+2+3+4+6=16으로 12보다 크다.
과잉수 12, 18, 20, 24, 30, 36, 40, 42, 48, 54, 56, 60, 66,70, 72, 78, 80, 84, 88, 90, 96, 100, 102,…
그런데 자연수에서 과잉수는 얼마나 많을까? 정답은 ‘과잉수는 무한하다’. 그 이유는 과잉수의 정의를 천천히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어떤 과잉수 a가 있다면, a의 배수도 모두 과잉수가 된다. 18을 예를 들어 살펴보자.
18의 배수인 18×2=36의 경우, 18이 갖고 있는 진약수인 1, 2, 3, 6, 9의 2배인 2, 4, 6, 12, 18도 모두 36의 약수가 된다. 그런데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1+2+3+6+9 > 18이 성립하므로, 2+4+6+12+18=2(1+2+3+6+9) > 2×18이다. 36의 진약수 중 일부에 해당하는 2, 4, 6, 12, 18의 합은 42로 이미 36보다 크므로, 36의 모든 진약수의 합은 당연히 36보다 크다. 따라서 36 역시 과잉수가 된다.
이것을 좀 더 정리해 나타내면, 어떤 과잉수 a의 진약수가 x1, x2, …, xk이면 x1+x2+…+xk > a가 성립한다. 이때 b=ma인 a의 배수 b에 대해 b의 진약수에는 mx1, mx2, …, mxk가 포함된다.
따라서 b의 진약수가 y1, y2, …, yt라 하면, y1+y2+…+yt≥m(x1+x2++…+xk)>ma=b 이다. 따라서 과잉수 a의 배수 b는 과잉수가 된다.
둘레의 길이와 넓이가 같은 직사각형?
가로, 세로의 길이가 자연수인 직사각형이 있다. 이 직사각형의 둘레의 길이와 넓이가 같다면 가로, 세로의 길이는 얼마일까?
먼저 가로와 세로의 길이를 각각 a, b라고 하자(단, a≥b). 이때 직사각형 둘레의 길이는 2(a+b), 넓이는 ab이므로 주어진 조건에 의해 2(a+b)=ab가 성립한다. 식을 정리하면 (a-2)(b-2)=4가 된다.
a, b는 자연수이므로, a-2, b-2 역시 정수이고, 곱한 값이 4이므로 a-2, b-2는 4의 약수가 된다. 따라서 a-2=±1, ±2, ±4인데, 이 중 a, b가 모두 자연수이고, a≥b를 만족하는 경우는 a-2=2 또는 a-2=4인 경우뿐이다. 따라서 a=4 또는 a=6이다.
a=4일 때 이 직사각형은 가로, 세로가 4인 정사각형이 된다. 그때 둘레의 길이와 넓이는 모두 16으로 같다. 또한 a=6일 때, 이 사각형은 가로, 세로가 6, 3인 직사각형이 된다. 그때 둘레의 길이와 넓이는 모두 18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애창곡 18번
가부키 장면
즐겨 부르는 노래를 흔히 ‘18번’이라고 한다. 왜 18번이 애창곡을 뜻하게 된 것일까? 그 유래는 일본의 가부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부키는 일본의 전통 공연 예술 중 하나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돼 있다. 1603년부터 시작돼 약 40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대중을 대상으로 한 연극으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따라서 가부키 연기자에 대한 인기와 존경은 상상 이상이었고, 가문 대대로 직업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가부키 명가의 7대손인 이치가와 단쥬로가 집안에 내려오는 가부키 연극 중 18개의 명작을 선정했다. 이 중 18번째 작품이 가장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후 ‘18번’은 일본의 가부키를 배경으로 우리나라에 전해져 ‘즐겨 부르는 노래’를 뜻하게 됐다. ‘18번’의 유래를 알았으니, 이제 ‘애창곡’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어떨까?
18홀을 기준으로 승부를 정하는 골프
골프는 골프채로 공을 쳐서 골프 코스에 있는 구멍에 공을 넣는 운동이다. 이때 구멍 안에 가장 적은 횟수로 공을 집어넣는 사람이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골프 용어 중 ‘홀인원’은 골프공을 1번 쳐서 구멍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먼 거리에 있는 구멍에 공을 한 번만 쳐서 넣기란 매우 힘들다. 따라서 홀인원은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해 보고 싶은 일이다.
그렇다면 골프장에 숨겨져 있는 18의 비밀은 뭘까? 일반적으로 정규 골프 코스는 18홀로 구성된다. 골프 초창기에는 넓이나 지형에 따라 홀의 수가 제각기 달랐다. 그러다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에 있는 명성 높은 로열 앤드 에이션트 클럽의 18홀 코스가 기준이 되면서 18홀이 일반화 되었다는 설이 있다.
로열 앤드 에이션트 골프 클럽의 클럽하우스. 골프의 고향이라 불리는 명성을 가진 곳이다.<출처: (cc) Gordon McKinlay>
정규 골프 코스는 18개의 홀로 구성되어 있다.
18홀의 각 홀에는 몇 번만에 공을 넣는지 기준이 되는 ‘파’가 정해져 있다. 골프의 파는 파3, 파4, 파5 세 종류다. 파3은 3번 만에 공을 구멍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고, 파4는 4번, 파5는 5번 쳐서 공을 넣으면 기준 정수가 된다. 골프 코스는 파3홀이 4개, 파4홀이 10개, 파5홀이 4개로 총 18개의 홀로 돼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홀의 개수 당 규정 타수대로 3×4+4×10+5×4=72타를 치면 이븐파라고 한다. 72타보다 적게 칠수록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그리고 72타보다 적게 친 경우를 언더파, 72타보다 많이 친 경우를 오버파라고 한다. 프로 골프의 경우 하루에 18홀 코스를 4일 동안 경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총 기준 타수는 72×4=288타가 된다. 따라서 어떤 선수가 4일동안 268타만에 경기를 끝내 이긴 경우 20언더파로 우승했다고 말한다. 프로 골프에서는 이렇게 288타를 기준으로 얼마나 가감되었는지를 통해 점수를 산정한다(물론 골프 코스의 구성이 다르면 타수의 기준은 달라진다).
18칸의 판을 빈틈없이 채우려면?
이번에는 18을 이용한 퍼즐을 풀어 보자. 다음과 같은 4×4 크기의 판과 2×1 크기의 도미노 8개가 있다. 도미노를 이용해 판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을까? 일단 칸의 개수를 비교해 보면, 4×4 크기의 판이나 2×1 크기의 도미노 8개 모두 16개의 정사각형 블록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한다. 실제로 다음과 같이 2×1 크기의 도미노 8개를 이용해 4×4 크기의 판에 가로, 세로로 차곡차곡 채울 수 있다.
4×4 크기의 판은 2×1 크기의 도미노 8개로 쉽게 채울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4×4 크기의 판에서 네 개의 모서리 중 대각선으로 서로 바라보고 있는 양 모서리에 정사각형 블록을 1개씩 더해 보자.
이제 판은 총 18개의 블록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 변형된 판도 2×1 크기의 도미노 9개로 빈틈없이 채울 수 있을까? 처음 시도하면 잘 안 될 것이다. 도미노를 가로, 세로로 요리조리 돌려가며 몇 번 더 도전해 보자.
이 변형된 판도 2×1 크기의 도미노 9개로 빈틈없이 채울 수 있을까?
사실 이것은 여러 번 시도해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변형된 판이나 도미노의 정사각형 블록의 개수는 모두 18개이지만, 처음부터 절대 빈틈없이 채울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 보지도 않고 알 수 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먼저 처음 주어진 판에서는 검은 블록과 흰 블록의 개수가 모두 8개로 같다. 하지만 변형된 판은 흰 블록만 2개가 늘어났으므로 검은 블록이 8개, 흰 블록이 10개다. 그런데 도미노 한 개는 검은 블록과 흰 블록 각각 1개씩으로 이루어지므로, 변형된 판을 9개의 도미노로 채우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만약 9개의 도미노로 판을 채우려면, 그 판의 검은 블록 개수와 흰 블록 개수는 모두 9개로 같아야 한다.
수학을 찾는 즐거움
18이 두 번째 과잉수라는 사실에서부터 총 18칸으로 이루어진 판을 도미노로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지 문제까지 숫자 18을 통해 수학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일본 가부키에서 유래된 ‘18번’에서부터 골프의 기준 홀인 18홀 과, 금의 순도 중 하나인 18K까지 숫자 18은 수학 말고도 생활 곳곳에 많이 도사리고 있다.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숫자의 의미를 찾는 일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제 숫자 18을 마주칠 때마다 수학을 찾는 즐거움을 경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