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AIR MEANS, BY MY OWN STEAM”
스테판 글로와츠는 1965년 독일의 산악지역인 가미쉬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지금도 살고 있다. 15살 나이에 스테판은 어느 산악클럽의 암벽등반 강습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는 바로그 순간 암벽등반에 매료되고 말았다. 수년간 그는 고향 인근의 산악지역을 주무대로 맹렬한 등반활동을 하였다. 고등학교를 마친 스테판은 1985년 이태리 바르도네치아에서 열린 암벽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화려한 그의 경기등반경력은 시작되었다.
그는 가장 권위 있는 등반경기대회인 아르코 록 마스터(Arco Rock Master)에서 1987년, 1988년, 1992년 통산 3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숱한 대회에서 우승 및 상위 입상을 놓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프랑켄유라, 뷔욱스 등지의 극도로 어려운 루트들을 잇달아 자유 등반해 냄으로써 그는 볼프강 귈리히, 패트릭 에드랑제, J.B 트리부와 함께 당대를 대표하는 최강의 스포츠클라이머 반열에 들게 되었다.
그는 당시 유명한 사진작가 울리 비스마이어와 함께 요세미테, 호주, 일본 등 세계 각지를 돌면서 유명한 루트들을 등반, 그 기록을 사진집 ‘Rocks around the world’ 로 펴냈고, 세로토레를 무대로 한 산악영화 ‘Cry Of Stone’ 에 출연하기도 하는 등 스타 클라이머로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1993년 인스부르크 대회를 마지막으로 스테판은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나는 이제 남하고의 경쟁보다는 내 자신의 등반을 하고 싶었다. 나의 루트를 만들고 싶었고 원정을 가고 싶었다. 나는 아주 먼 곳의 어려운 거벽을 오르고 싶었다.”
스테판은 이후 그의 뿌리이기도 한 자연암벽의 멀티피치 스포츠클라이밍 루트 등반에 몰두 한다. 1994년 2년간의 ‘작업’ 끝에 그는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멀티피치 루트 ‘Des Kaisers neue Kleider’의 첫 레드포인트 등반에 성공하였다. 5.14a가 넘는 피치가 두 개나 되는 8피치 짜리 이 루트는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암벽루트의 하나로 꼽힌다.
“나는 이 등반을 해낸 후 나의 목표를 정했다. 그것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먼 곳의 아주 어려운 난이도의 거벽을 올바른 방식으로 등반하기’ 였다”
스테판이 추구하는 ‘올바른 방식(by fair means)’이란 등반뿐 만 아니라 접근, 귀환 방법까지 등반 여정 전체를 대상으로 두는 것이 남다른 점이다. 그는 일체의 동력을 사용하는 운반수단, 즉 비행기, 헬리콥터, 모터보트를 통한 이동, 식량, 장비의 공중 보급 등을 의도적으로 배제 한다.
등반에 필요한 모든 짐은 ‘내 힘으로(by my own steam)’ 나른다는 게 그가 추구하는 원칙이다.
실제로 스테판과 그의 동료들은 캐나다의 마운트 해리스의 거벽에 5.12급 루트를 초등할 때 나와니강을 따라 2주간 도보와 카누로 왕복 1000km에 이르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했다. 이 등반에는 50개의 볼트가 소요되었는데 이 모두는 리딩하면서 핸드드릴로 설치했다고 한다.
남극 대륙의 레너드 타워의 900m 거벽을 등반하기 위해 뱃사람에게도 악명 높은 드레이크 해협을 14m짜리 요트를 타고 건너 가기도 했고, 배핀 아일랜드의 미등봉 폴라베어스파이어, 그린랜드 투필락 등반시에는 피요르드를 따라 카약을 타고 높은 파도와 강풍, 북극곰과 싸우며 벽에 접근했다.
파타고니아의 광대한 설원이 최근 3년간 그의 등반 무대가 되었다. 2003년 스테판은 뛰어난 빙벽 클라이머인 로버트 자스퍼와 함께 세로 무랄론(Cerro Muralon)의 노스필라에 ‘The Lost World’를 초등 한다. 이들은 모든 장비를 썰매에 싣고 광풍과 눈보라가 치는 40km의 파타고니아의 설원을 건너 등반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력을 소진해야 했다.
수 주 동안이나 벽은 강풍과 폭풍설에 휩싸여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설동 속에 웅크린 이들의 체력과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 했다. 마지막 순간 찾아온 20시간도 채 안 되는 좋은 날씨를 놓치지 않고 스테판과 로버트는 M8, 5.11난이도의 1100m벽을 12시간에 걸쳐 알파인스타일로 등반,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은 설동으로 돌아오기까지 밤새도록 폭풍설 속을 14시간 하강 해야 했다.
2004년 정상을 250m 남겨두고 돌아온바 있는 세로 무랄론 북벽에 스테판은 로버트 재스퍼와 함께 2005년 드디어 최고의 등반을 해냈다. 1000m의 높이, 5.13c 난이도, 27피치에 달하는 초유의 알파인 스포츠 멀티피치 루트 ‘Gone with the Wind’ 를 초등 해 낸 것이다. 이 등반 중 그는 한 개의 볼트도 쓰지 않았다. 그의 이상이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스테판은 자기 맘에 드는 암벽화를 자신이 직접 만들고 싶어서 레드칠리사를 공동 창업 하였고, 현재 와일드컨트리, 고어텍스, 레드불 등으로부터 스폰서를 받으며 왕성한 등반, 강연,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세 쌍동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스테판은 오늘 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뛰어난 등반가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