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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서한 수필 2】】
아버지에게 쓰는 ‘특별한 편지’[2]
― 선산 아버지께서 들려주신 사상 초유의 ‘시청 소감’
윤승원 수필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ysw2350@hanmail.net
▲ 아버지 생시 모습(그림=둘째 아들,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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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오늘 제가 출연한 방송 보셨지요? KBS1TV 《6시 내 고향》 - <추억 복원소>.
▲ KBS <6시 내 고향> - ‘추억 복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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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계신 충청남도 청양 선산은 공기 맑은 높은 지대의 청정 산골이라 지상파 방송이 수신 안테나 없이도 고화질로 잘 나오지요?
“여보. 우리 막내가 텔레비전에 나오네. 같이 봅시다.”
옆에 계신 어머니도 함께 보자고 말씀하시더군요.
▲ KBS <6시 내 고향> 윤승원 출연 - 실시간 TV 화면 일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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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선산에 잠드신 지 어언 50여 년, 제가 군대 가던 해에 아버지가 떠나셨으니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지요?
막내아들 TV에서 오랜만에 보니까 어떠셨어요? 참 많이 변했지요? 백발에 머리숱이 적어 좀 가려보려고 모자를 썼어요.
방송 내용은 전반적으로 어떻게 보셨어요? 아버지의 ‘총평’을 듣고 싶어요.
(아버지께서는 생시에 그러셨던 것처럼 큰기침을 한번 하시더니 이렇게 차근히 ‘시청 고견’을 말씀하셨다.)
“전국 각계각층 시청자가 보는 인기 프로그램인데 크게 긴장하는 것 같진 않더라. 시종일관 밝게 웃는 표정이 좋았고, 목소리도 쾌활하고 힘이 있어 좋았다.
인터뷰 장소가 바람이 심하게 부는 허허벌판 같은 경기장이더구나. 모자가 날아갈까 봐 꽤 신경을 쓰더라.
그래도 넥타이에 남색 정장 차림이 보기 좋더라. 모자를 쓴 것도 보기 좋았고, 남색 재킷에다가 흰색과 청색이 조화로운 넥타이 무늬도 잘 어울리더라. 아마도 섬세한 안목의 며느리가 챙겨 준 것 같더구나.
만담가 수준의 진행자가 ‘웃음제조의 달인’인 인기 개그맨이라 그분의 경상도 억양 장단에 맞추느라 평소 너의 차분한 충청도 본토박이 목소리가 한 옥타브 세게 올라가더라.
하긴 TV 방송 속성이라는 게 재미와 오락을 추구하는 기능이 큰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지.
조금 요란스러운 분위기처럼 보였으나 인터뷰 장소가 경기장 내 관중석이 아니고 밖에서 하다 보니, 목소리가 좀 커지는 것 같더라.
아무튼, 이번 방송이 오는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30일을 앞두고 KBS가 특별 기획한 특집 프로그램 아니냐.
8강 우승의 전통이 있는 뜻깊은 대전월드컵경기장 배경 풍경에다가 주제도 ‘월드컵’이라는 특별기획 주제로 이어가다 보니 ‘6시 내 고향’에서 기본적으로 다뤘던 시골 풍경과는 성격이 좀 색다르게 보이더라.”
아버지가 정확하게 보셨어요. 아버지는 역시 ‘축구 해설가’ 못지않게 현장 분석도 세밀하게 하시고 이번 방송의 특징을 족집게처럼 짚어 주셨어요.
그런데 ‘추억 복원’이라는 이색코너에서 저의 과거 ‘월드컵의 추억’을 복원해 준 것은 국가적으로는 어떤 역사적인 의미가 있으며, 한 경찰관의 가족사 측면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남녀노소 세대와 계층을 뛰어 넘어 온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마력이 있지. 그런 국제적인 관심의 열띤 현장에서 안전 질서 요원으로 우리 아들이 근무했다는 사실은 그 의미가 남다른 것이지.
돌이켜보면 아름다운 추억이지만 현장의 ‘안전 유지 경찰관’들은 파김치가 될 정도로 고생했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안다.
긴장되고 고생스러운 공직을 힘들게 수행하면서도 보고 느낀 생생한 체험담을 글로 매일 기록하여 인터넷에 올리고, 책으로도 펴낸 것은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런 역사적인 현장에서 생생한 견문을 글로 남긴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 집안 가족사를 넘어 국가적으로도 특별한 가치가 있지.
어떤 큰 행사를 치른 후에는 그 이면사를 기록한 뒷이야기가 더욱 소중한 가치로 평가받는 것이지.
진땀 흘리는 일선 경찰관의 숨어 있는 안전 유지 활동. 그 사명과 역할이 아니면 세계적인 경기를 어떻게 온전하게 치를 수가 있었겠니?
그런 현장에서 주어진 본분을 다하고 그것을 글로 써서 남긴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의무감과 소명의식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지.
TV 화면에서 겉으로는 웃는 모습이었지만, 남모르게 고생한 흔적을 이 아비는 너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방송국에서 ‘소포’를 보내왔다고? 선물 중에 ‘벽걸이 시계’와 ‘고급수건’도 있더구나.
▲ KBS <6시 내 고향>에서 보내온 소포 - 부모님이 좋아하실 특별한 선물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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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사꾼으로 땀을 많이 흘리니, 수건이 꼭 필요하고, 너의 어머니는 자식들 원거리 통학에 새벽밥 지으면서도 ‘시계 없는 세월’을 사셨으니, 아주 좋은 선물이다.
특히 ‘6시 내 고향’이 새겨진 벽시계를 음택(陰宅)에도 걸어 놓고, 이젠 편안하고 행복한 세상 살고 싶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격려해 주시고 평가해 주시니, 당시 현장 근무 요원으로서 ‘국민의 방송 KBS’에 출연한 것이 더욱 의미가 있고, 뿌듯한 보람을 느낍니다.
아버지, 끝으로 이 방송을 함께 보았을 초등학생 손자(아버지에겐 증손자)에게도 덕담 한 말씀해 주세요.
“그래, 우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증손자 지환아, 오늘 너의 할아버지가 출연한 방송은 우리 가정에 특별한 일로 기록할 만하다.
너의 할아버지가 공직자로서, 또한 글을 쓰는 작가로서 한 시대의 역사적인 체험담을 기록을 남겨 방송 출연까지 한 사실은 우리 가정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특기(特記)할 만한 일이다.
요즘은 디지털 시대다. 비디오테이프 재생 장치가 없을 것이다. 방송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다시 보기’를 하든지, 유튜브 영상을 녹화하여 파일로 저장해 두어라.
그래야 세월이 흘러도 또다시 KBS ‘추억 복원소’ 제작팀이 새벽부터 서울에서 불원천리(不遠千里) 달려오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아버지,
따뜻한 격려 말씀과 함께 사상 초유의 ‘선산(先山) 시청 고견(高見)’을 주셔서 정말 감동합니다. 존경합니다. 아버지! ■
2026. 5월 12일
아들 昇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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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선산의 아버지’와 나눈 상상 대화가 빚어낸
윤승원 수필의 독창적 미학
― 공직의 기억을 가족사와 시대사로 복원하다
이 작품은 단순한 방송 출연 후기가 아닙니다.
겉으로는 KBS 방송 출연을 계기로 아버지께 안부를 전하는 편지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 인간의 공직 체험이 어떻게 가족의 역사와 시대의 기록으로 승화되는가”를 보여주는 매우 독창적인 서한 수필입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이미 오래전에 선산에 잠드신 아버지를 다시 현재로 불러내어 ‘실시간 방송 시청 소감’을 듣는다는 설정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문학적 장치로서 매우 뛰어난 효과를 발휘합니다.
독자는 읽는 순간부터 묘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선산에서도 KBS가 잘 나온다”는 첫 문장부터 이미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설정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지 않은 이유는, 아버지의 말투와 시선이 너무도 생생하고 생활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대목들은 압권입니다.
“모자가 날아갈까 봐 꽤 신경을 쓰더라.”
“평소 너의 차분한 충청도 본토박이 목소리가 한 옥타브 세게 올라가더라.”
이 부분에서 독자는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동시에 뭉클함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죽은 아버지의 말”이라기보다, 생전에 자식을 세심하게 바라보던 진짜 아버지의 시선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추모’가 무겁지 않습니다.
‘그리움’이 눈물만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살아생전 아버지의 유머와 관찰력, 그리고 따뜻한 농촌 가장의 생활 감각이 그대로 살아 움직입니다.
그래서 독자는 선산의 아버지를 슬픔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지금도 가족 곁에서 함께 방송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존재처럼 느끼게 됩니다.
또한 이 작품은 “월드컵의 추억”을 단순한 개인 회상이 아니라, 국가적 기록으로 끌어올립니다.
2002년 월드컵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국민적 집단 감정이 가장 뜨겁게 폭발했던 사건 가운데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기억을 “응원”의 관점에서만 떠올립니다. 그러나 윤승원 수필가는 그 이면에 있었던 “안전 질서 유지 경찰관”의 시선을 복원합니다.
이 지점에서 작품의 가치가 더욱 깊어집니다.
세계적 행사는 경기장 안의 선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 뒤에는 이름 없이 움직인 수많은 공직자의 땀과 긴장이 존재합니다.
작품 속 아버지의 말처럼,
“진땀 흘리는 일선 경찰관의 숨어 있는 안전 유지 활동. 그 사명과 역할이 아니면 세계적인 경기를 어떻게 온전하게 치를 수가 있었겠니?”라는 대목은 단순한 가족 칭찬을 넘어, 보이지 않는 공직 노동에 대한 존중으로 읽힙니다.
특히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그 경험을 “글로 남겼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현장을 체험한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은 드뭅니다.
따라서 이 수필은 단순한 방송 출연기가 아니라,
공직 체험 기록문이며
가족 구술사이며
시대 체험의 문화 아카이브이자
한 작가의 기록 정신 선언문
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작품 후반부의 ‘벽시계’ 장면입니다.
방송국에서 보내온 작은 선물을 두고 아버지가 말합니다.
“너의 어머니는 자식들 원거리 통학에 새벽밥 지으면서도 ‘시계 없는 세월’을 사셨으니, 아주 좋은 선물이다.”
이 대목은 매우 서민적이고 생활적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큰 울림을 줍니다.
화려한 성공담보다, “시계 없이 살아온 부모 세대”의 고단한 세월이 더 오래 마음에 남기 때문입니다.
특히 “음택에도 벽시계를 걸어 놓고 싶다”는 표현은 이 작품 특유의 해학과 애틋함이 절묘하게 결합된 명장면입니다.
죽음의 세계와 현실 세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독자는 웃다가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마지막 증손자에게 남기는 당부 역시 매우 현대적입니다.
“유튜브 영상을 녹화하여 파일로 저장해 두어라.”
라는 말은 전통적인 조부의 훈계처럼 들리면서도, 디지털 기록 문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즉, 이 작품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글이 아닙니다.
“기억은 저장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사실을 은근히 일깨우는 기록 문학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이 수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닙니다.
선산의 아버지를 현재로 소환한 상상 대화 형식의 독창성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생활형 해학
공직 경험을 시대 기록으로 승화한 가치 의식
가족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정서를 복원하는 서사성
방송 출연 후기를 문학 작품으로 확장한 구성력
“기억의 보존”을 강조하는 기록 정신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은,
“아버지는 떠났어도 대화는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마지막 문장을 덮으며 이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선산의 아버지는 단지 회상의 인물이 아니라, 지금도 막내아들의 방송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모자와 넥타이까지 세심하게 챙겨보는
‘영원한 가족의 시청자’라는 것을 말입니다.
◆ 덧붙임
이번 「아버지에게 쓰는 ‘특별한 편지’」는 윤승원 수필가님의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정감 있는 구술체’와 ‘생활형 해학’이 아주 자연스럽게 살아난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큰 미덕은, 선산의 아버지를 지나치게 신격화하거나 비장하게 그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생전의 말투와 습관, 생활 감각 그대로 다시 등장시키셨기 때문에 독자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잠시 고향집 사랑방에서 함께 TV를 보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특히 작품 전체에 흐르는 이런 정서가 참 좋습니다.
아버지는 방송 연출가처럼 화면 구성까지 분석하시고,
축구 해설가처럼 현장 분위기를 짚으시고,
농사꾼다운 생활 감각으로 수건과 벽시계를 반가워하시고,
손자 세대에게는 디지털 저장까지 당부하십니다.
이런 입체감 때문에 작품 속 아버지가 매우 실제적으로 살아 움직입니다.
또 하나 인상 깊은 점은, 윤승원 수필가님 특유의 “품위 있는 유머”입니다.
예를 들면,
“평소 너의 차분한 충청도 본토박이 목소리가 한 옥타브 세게 올라가더라.”
이 대목은 독자들에게 특히 오래 기억될 가능성이 큽니다.
꾸짖는 것도 아니고 칭찬만 하는 것도 아닌, 아버지만 할 수 있는 미묘한 관찰과 애정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이 부분은 참 뛰어난 마무리입니다.
“또다시 KBS ‘추억 복원소’ 제작팀이 새벽부터 서울에서 불원천리 달려오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여기에는 웃음도 있고, 시대 변화도 있고, 손자 사랑도 있고, 방송 제작진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추억 복원’이라는 방송 제목 자체를 작품 결말 속 의미로 다시 되살린 점이 매우 세련됩니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방송 출연 후일담을 넘어,
공직자의 기록 정신,
부모 세대에 대한 효심,
가족 기억의 전승,
월드컵이라는 시대 체험,
그리고 “기억을 남기는 문학의 역할”
까지 함께 담아낸 매우 따뜻한 생활 수필로 읽힙니다.
특히 “방송 출연”이라는 자칫 일회성 화제를, ‘선산의 아버지와 대화하는 문학적 장치’로 승화시킨 발상이 참 돋보입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전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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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독자 소감
어제(5월 12일 17:30) KBS1TV <6시 내 고향> '윤승원 출연'을 보시고
전국 경향 각지에서 따뜻한 격려와 축하해 주신 문인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시청 소감' 주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손자가 보내온 카톡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