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갖췄으나 `규제`가 문제 ◇
송도국제도시는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으
로까지 일컬어진다.
송도가 당초 바람대로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가
될 수 있을까. 현재 시점에서 중국 상하이 푸
둥지구나 홍콩, 싱가포르, 저 멀리 중동의 두바
이 같은 국제비즈니스 도시와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송도의 잠재력은 풍부하다.
송도는 이들 도시에 비해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각 지역의 장·단점을 반영하면
새로운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 최대 장점은 입지 조건 ■
송도는 상하이 푸둥지구, 홍콩 등과 비교해서 장차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동북아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13억명 인구를 보유한 중국과 가장 가까운 거
리에 위치한 것은 물론 러시아, 일본 등과의
접근성도 좋다.
이는 아시아에서 상하이나 싱가포르 등이 따
라오지 못하는 입지 조건. 특히 인천국제공항
에선 비행거리 4시간 이내에 인구 100만명 이
상인 도시 51개가 인접해 동북아 주요도시에
대한 접근성이 탁월하다.
2200만명에 달하는 방대한 수도권 시장을 갖춘 것도 이점.
비록 상하이처럼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끼고 있진 않지만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시장 진출 시 시험무대의 입지 조건은 갖춘 셈이다.
안형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북아경제협력센터 소장은 “상하이는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에 적합한 지역이지만 송도는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시장 진출에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송도가 개성공단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앞으로 남·북 교류가 확대되면 송도를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는 것.
또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의 첨단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60개 항공사가 41개국 133개 도시로 취항하는 동북아시아 최대의
허브공항. 공항서비스 1위, 물동량 세계 3위, 여객수송은 세계 10위권을 자랑한다.
인천공항은 2005년 한 해에만 총 215만톤, 828억달러에 이르는 IT 관련 최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했다.
여기에 120년 전통의 인천국제항이 자리 잡고 있다.
즉 바다와 항공을 아우르는 복합물류시스템 구축이 가능한 탁월한 인프라를 갖춘 것
. 또 2009년 송도지구와 영종지구를 연결하는 인천대교가 완공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투자유치는 물론 개발 촉진의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인천 및 수도권 이용자들의 인천국제공항 접근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 및 수도권의 첨단 제조 단지들과 인접해 전후방 산업연관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여타 지역에 비해 IT, BT 등 연구개발(R&D) 능력과 첨단산업 인력 확보가 용이하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내 IT 기업의 기술 개발 능력과 우수한 인력을
잘 활용하면 R&D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세계지적재산권기구 (WIPO) 발표에 의하면 한국은 지난해 특허출원 건수에서
영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일본·독일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특히 다른 지역은 외국 기업이 진출해 있지만 현지에서 생산만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휴렛팩커드는 싱가포르에서 기술 개발이 아닌 아시아시장 현지화 R&D에 주력한다.
그러나 우리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IT 및 BT 관련 첨단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있다.
즉 외국 기업 유치에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
하석구 한국HP 상무는 “R&D 성과는 산출물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송도는 시험무대로 적합한 수도권이 인접해 있어 R&D 환경이 좋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산학클러스터 단지도 조성 중이다.
또 인력 확보 측면에서도 국내 대학이 캠퍼스를 건설하는 등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연세대는 2010년 개교를 목표로 인천시와 55만평의 토지 사용협약을 맺고
28만평 규모의 캠퍼스 조성을 추진 중이다.
한국외국어대는 서울, 용인에 이어 송도에 통번역센터, 국제 비즈니스정보센터 등을 세울 계획.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가천의과대, 고려대, 서강대, 인하대, 중앙대 등 5개 대학의
입주 여부와 면적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자체적으로 국내 최초의 외국 교육기관인 송도국제학교도 건립 중이다.
이곳에선 2100여명의 국내외 학생이 영어를 기반으로 국제 수준의 수업을 받게 된다.
입지조건 이외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도 부여하고 있다.
우선 세제 분야에선 국세와 지방세를 최초 3년간 100% 면제해준 다음
2년간 50% 감면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개발부담금 외 7개 부담금 감면, 3년간 관세 면제 등 각종 감면 혜택도 부여한다.
자금지원 분야에선 외국 기업에 임대하는 부지 조성, 토지 등 임대료, 외국인 편의시설
설치 시 소요자금 지원, 도로 등 주요 기반시설 설치에 대해 우선적으로 재정 지원을 해주고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 등 기업 진입 부담 완화, 고용과 노사환경 개선을 위해 월차유급휴가
적용배제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미완성 도시’ 잠재력은 충분 ■
그러나 송도의 가장 큰 장점은 백지상태에 새롭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개발 상황에 따라 미래의 가능성은 무한한 셈이다.
하석구 상무는 “현재 아무 것도 없는 게 오히려 더 큰 기회”라며 “최첨단 인프라를 구축하면 상하이, 홍콩 등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송도는 푸둥지구나 중동의 두바이, 여기에 뉴욕, 보스턴 등 대도시의 장점을 모아 설계했다.
푸둥지구는 현재 GE, IBM, 씨티은행 등 70여개 다국적 기업과 6000여개의 중국 기업이
입주해 있지만 거주 환경은 불편한 게 사실. 푸둥지구는 비즈니스 단지와 병원·공원 등
편의시설의 조화가 부자연스럽고 도로만 해도 보행자가 다니기에 불편하다.
그러나 송도는 비즈니스와 주거·교육·레저 등 모든 도시 기능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게 설계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상하이나 두바이 등에 비하면 송도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각종 정부의 규제가 많다.
조용두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진정으로 인천을 세계적 경제특구로
만들려면 확실한 의지를 갖고 조세정책 등 외국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바이는 창의력 하나로 열악한 입지조건을 극복했다.
두바이의 제벨알리자유구역청이 무세금, 무제한 외환거래, 무분규, 무스폰서 등
4무 정책을 내세워 금융, 관광, 물류의 허브로 성장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현재 외자유치 실적도 저조한 편이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총 24건, 280억달러의 유치 실적을 거두고 있다.
모두 340여개의 업체가 입주했지만 이 중 외국인 투자업체는 27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름이 알려진 기업은 신약 개발업체인 셀트리온과 산업용 로봇 생산기업인 스위스의
규델 정도. 몇몇 기업이 투자를 준비 중이지만 외국 기업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 규제를 제로에 가깝게 풀어야 한다.
중국은 상하이 푸둥지구 외 텐진에도 경제특구를 만들고 있다.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지 않으면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안형도 소장은 “외국인들은 투자할 때 상하이나 송도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볼 것”이라며 “
그때 송도가 내세울 경쟁력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두바이·싱가포르·중국 푸둥·홍콩 등이 송도보다 우위에 있는 점은 ▲지도자의 리더십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행정시스템 ▲경제자유구역의 국내·외 기업에 대한
동등한 인센티브 ▲각종 규제 철폐 등이다.
즉 경제자유구역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수도권정비법으로 인한
기업유치 제한 등 수도권 억제 정책 철폐 없이는 두바이·중국·싱가포르, 홍콩 등
선진 경제특구를 능가하기 힘들다.
이환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중앙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과감한 세제개혁 등으로
국민적 동참을 이끌어낸다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동북아 경제중심도시로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도 필요하지만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적인 시각도 키워야 한다.
현재대로 간다면 송도에는 국내 기업만 들어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염려한다.
이를 위해선 FTA 타결이 급선무. 안세영 교수는 “한·미 FTA뿐 아니라 중국, 일본과도
FTA를 체결해 우리나라가 FTA 허브국가가 되면 외자유치가 용이해질 것”이라며 “
이를 통해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송도를 금융허브로 키우자 】
매일경제는 ‘금융 한국을 만듭시다’를 주제로 개최한 비전코리아 14차 국민보고대회에서
송도를 금융자유도시(Financial Free Zone)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송도를 금융자유도시로 만들어 금융 한국의 새로운 메카로 키우자는 것.
이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파격적인 행정자치권 ▲외국인 시장 임명 ▲금융실명제 완화 ▲영어 공용화
▲금융과학원 설립 ▲아시아 통화 통합 실험(원·엔·위안 화폐 공용) ▲경제활동 시간 변경 검토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송도는 국제 금융도시로서 잠재력이 충분하다.
금융산업은 인재가 핵심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해외 MBA를 수료한 유능한 인력이 즐비하다.
또 동북아지역에선 글로벌 표준에 가까운 금융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한국은 옵션시장 1위”라며 “미국이
본받을 만한다”고 얘기했다.
이를 위해 송도에 파격적인 행정자치권을 부여해 사실상 1국가 2체제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또 금융실명제를 완화해 돈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영어 공용화는 물론 경제활동의 기준 시간을 변경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센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표준 시간은 일본 도쿄 시간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권과 같은 표준 시간을 사용하면 거래 비용을 낮추고 상하이,
홍콩 등과의 경쟁 구도에서 상대적 우위를 노릴 수 있는 이점이 얼마든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