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도슨트, 오르세 미술관] 1. 오래된 철도역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다
1848년 이후 작품을 담아내다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은 사실 루브르입니다. 하지만 루브르보다 오르세 미술관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널리 알려진 고흐, 고갱, 르누아르, 드가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오르세 미술관에 있기 때문입니다.
관람자의 편안한 감상을 위해 19세기 이전 작품들은 루브르 박물관, 그 이후 작품은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1914년 이후의 작품들은 퐁피두 센터에 있죠. 그래서 아주 오래된 작품을 감상하려면 루브르, 19세기 미술을 보려면 오르세, 현대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퐁피두로 가면 됩니다.
센강과 잇대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오르세 미술관은 이력이 독특합니다. 용도가 크게 한 번 바뀌었거든요. 원래 철도역이었던 곳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것입니다. 1939년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쓸모없어진 역사(驛舍)가 1986년 세계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낡고 오래된 건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특별한 용도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오르세 자체를 예술품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르세 미술관은 1986년 12월 1일 개장한 미술관이지만 역사보다 훨씬 깊은 맛을 풍깁니다.
그럼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19세기는 연이어 새로운 스타일의 미술이 생겨나며 발전하던 시기입니다. 그래서 상반된 경향을 지닌 미술 양식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오르세 미술관은 19세기 미술 사조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 입니다.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아카데미즘과 사실주의
먼저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신고전주의 화가 앵그르의 <샘>과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의 <호랑이 사냥>이 있습니다. <샘>은 그리스 조각처럼 우아합니다. 매끄러운 살결이 강조되었습니다. 표정도 잔잔합니다.
<호랑이 사냥>은 극적입니다. 호랑이는 말의 다리를 물어뜯고 말 위의 사냥꾼은 창을 높이 들어 호랑이를 찌르려고 합니다. 작품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격정을 표현한 낭만주의의 성격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즘과 사실주의는 어떤가요? 19세기 파리는 전통과 권위를 중시하는 아카데미즘 미술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아카데미즘을 추구했던 화가들은 신화를 화폭에 담는 것을 좋아 했고, 작품은 우아하며 고상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은 아카데미즘 미술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1863년 나폴레옹 3세가 구입한 그림입니다.
반면 귀스타브 쿠르베는 이런 그림을 경멸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비너스를 왜 그리냐’면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장례식 장면을 그렸죠. 바로 <오르낭의 매장>입니다.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19세기 미술 혁신과, 그 혁신을 계승하고 승화시킨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를 볼까요?
먼저 클로드 모네의 <수련>입니다. 가운데 아치형 다리가 있고, 그 아래는 수련이 떠 있는 연못이 있고, 멀리는 햇빛이 일렁이는 나무들이 보입니다. ‘빛’을 강조한 탓에 흐릿하게 그려졌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분위기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인상주의 화가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와 에드가르 드가의 <발레>는 어떤가요? ‘부드러운 빛의 표현, 순간 포착, 따스함’ 등이 인상주의의 특징인데, 많은 사람이 인상주의가 주는 이러한 느낌을 좋아합니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죠. 인상주의를 이어받으면서, 개성을 더한 것이 후기 인상주의입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작품군이 후기 인상주의 작품입니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분류되는 세잔과 반 고흐의 작품입니다. 폴 세잔의 <병과 양파가 있는 정물>과 반 고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교회>를 보시지요. 세잔의 정물화는 유명합니다. 후대에 수많은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지요. 모든 현대 미술이 세잔에게서 시작되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 고흐는 자신만의 시각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화가입니다. 우리는 그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다시 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가슴의 울림을 느낍니다. 이 작품은 반 고흐가 죽기 얼마 전 그린 것인데, 교회가 마치 살아서 꿈틀대는 것 같습니다.
상징주의와 표현주의
상징주의 화가 모로와 표현주의 화가 클림트의 작품도 오르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귀스타브 모로의 <오페라하우스>와 클림트의 <나무 아래 피어난 장미 덤불>입니다.
상징주의는 인상주의나 사실주의의 반대편에서 보면 쉽습니다. 인상주의, 사실주의는 모두 눈에 보이는 대상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상상이나 관념도 우리에게는 현실입니다. 상상과 관념을 강조한 것이 상징주의죠.
<오르페우스>를 보면 내용보다는 분위기가 특이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몽환적이고 현실세계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나무 아래서 피어난 장미 덤불>은 장식적인 미술이 뭔지를 보여준 클림트답게 예쁘고 아름답습니다.
어떤가요?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나요? 혹 여러 작품을 고르셨나요?
이렇듯 오르세 미술관은 너무 오래되어 멀게 느껴지거나 너무 혁신적이어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작품이 아니라 우리 눈에 편안한 19세기 작품으로 꽉 채워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