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고덕동 일대 주택시장이 심상찮다. 재건축 추진 단지는 물론 일반 아파트값도 오름세가 뚜렷하다. 그렇다고 매물이 많은 것도 아니다.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때문이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고덕동 아파트값은 한달 새 7.09%나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1.43%)은 물론 강동구 전체 평균(3.26%)을 크게 웃돌았다. 이번 주 들어서는 고덕동 일대 집값 상승 폭이 더 컸다. 일주일 새 고덕동 아파트값이 0.78% 오른 것이다. 반면 이 기간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은 0.30%를 나타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에서는 고덕동 일대 집값 강세의 진원지로 내달 입주할 고덕 아이파크(옛 고덕 주공1단지, 1142가구)를 지목한다. 입주를 앞두고 아파트값 들썩이면서 주변 단지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곳에선 입주 쇼크 몰라요”
대단지 입주를 앞두고는 매매·전세 물건이 쏟아지면서 가격이 약세를 나타내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 곳 고덕 아이파크 단지에서는 입주 물량 쇼크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집값이 떨어지기는 커녕 매매·전셋값이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고덕 아이파크 114㎡ 매매가격은 7억5000만~8억2000만원 선으로 한달 전보다 5000만~7000만원 올랐다. 올 초와 비교하면 1억원 넘게 뛰었다. 이 아파트 147㎡도 이달 들어 5000만원 이상 올라 9억5000만~11억7000만원을 호가한다. 대형 아파트인 179㎡도 매도 호가는 12억5000만~14억7000만원 선으로 3.3㎡(1평당) 2300만~2710만원을 웃돈다. 강동구 일대에서 재건축 추진 단지를 제외하고 가장 비싼 아파트로 떠오른 것이다.
강동구에서 그동안 가장 비싼 일반아파트로 꼽히는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옛 강동시영1단지, 3226가구) 112㎡ 매매가는 6억5000만~7억2000만원 선(3.3㎡당 1915만~2121만원), 145㎡는 9억~9억6000만원(3.3㎡당 2048만~2184만원)으로 고덕 아이파크에는 한참 뒤진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입지 여건과 주거 환경이 워낙 좋다는 평가다. 이마트(명일점)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고,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은 도보로 10분 걸린다. 지하철 5호선 고덕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고덕동 길을 통해 올림픽대로로 바로 진입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묘곡초·명덕초·배재중·명일중·한영중·배재고·명일여고·한영외고 등이 있다.
9월 110여가구 일반분양 예정
이 때문에 아이파크 아파트값이 뛰고 있지만, 이 가격에도 사려는 사람은 적지 않다. 그런데 매물이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입주를 한달 앞두고는 매매·전세 물건이 쏟아지기 마련인 데도 이 아파트에서는 매물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전셋값도 오름세다. 이 아파트 114㎡는 2억8000만~3억원 선으로 한달 전보다 2000만~3000만원 올랐다.
고덕 아이파크는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가격 선도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인근 배재 현대 102㎡는 3억5000만~4억원 선으로 일주일 새 1000만원 가량 올랐다.
고덕 주공2단지 42㎡도 이달 들어 5000만원 정도 올라 5억5000만~5억6000만원을 호가한다. 인근 실로암공인 양원규 사장은 "아이파크 아파트값이 뛰자 주변 단지도 일종의 보상심리가 작용한 때문인지 덩달아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덕 아이파크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오른 만큼 매입보다는 9월로 예정된 일반분양 물량을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고덕 아이파크에서는 9월 중 111가구(85~215㎡)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아직 일반 분양가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3.3㎡당 2000만원 선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이 경우 조합원 물량의 매매가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어 당첨만 되면 상당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반분양 분의 절반 이상이 저층(1~4층) 물량인 점은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