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와 놀부- (자료모음집 4권)
옛날 옛날 한옛날에 흥부와 놀부라는 형제가 살았습니다.
둘은 형제지만 닮은 데라고는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동생 흥부는 마음씨가 착하고 고와 우는 아이 달래주고, 길 잃은 아이 집 찾아주고, 짐든 노인 짐 들어주고, 배 곯는 사람 먹을 것 주고, 옷 없는 사람 옷 벗어주고, 물에 빠진 사람 있으면 뛰어 들어 구해주고, 남을 도와 주는 일이라면 늘상 앞장을 서서 도와 주었습니다.
하지만 형 놀부는 욕심쟁이였습니다. 불 난 집에 부채질하기, 애호박에 말뚝박기, 똥 누는 아이 주저 앉히기, 눈먼 사람 다리 걸기, 우는 아이 쥐어박기, 돌 던져서 항아리 깨기, 강아지한테 발길질 하기 등 온갖 못된 짓을 골라 하는 지라 사람들은 “우리는 오장 육부를 가졌는데 놀부는 심술보가 하나 더 있어 오장 칠부를 가졌다” 고 하며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게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집이며 논밭을 몽땅 혼자서 차지하고는 추운 겨울날 흥부네를 빈털터리로 내쫓아 버렸습니다. 흥부네 식구들은 집도 없이 쫓겨나 먼 산비탈에서 움막을 짓고 살았습니다. 놀부는 흥부네 식구가 굶든 말든 누더기를 입든 말든 눈도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흥부가 배고픔에 지친 식구들을 보다 못해 형 놀부 집으로 양식을 얻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형 놀부는 양식은 커녕 몽둥이로 흥부를 때리며 내쫓았습니다. 흥부는 도망을 가다 구수한 밥 냄새를 맡고 밥을 푸고 있는 놀부 마누라에게 “형수님, 밥 한 그릇만 주십시오.” 하고 사정하자 놀부 마누라는 “남녀가 유별한데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는 거요” 하며 밥주걱으로 흥부의 뺨을 철썩 때렸습니다. 흥부는 볼이 화끈거려 볼을 만졌더니 밥알 몇 개가 볼에 붙었습니다. 흥부는 “형수님, 감사합니다. 이왕이면 밥풀이 많이 붙은 주걱으로 이쪽 뺨도 마져 때려 주십시오.” 하자 놀부의 마누라가 이번에는 밥주걱을 물로 씻어서 흥부의 뺨을 철썩 때렸습니다.
그 후로 흥부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겨우겨우 죽이라도 먹으며 연명해 갔습니다.
햇살이 따뜻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삼월 삼짇날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 한쌍이 찾아와 흥부네 집에 날아들어 처마 밑에 둥지를 지었습니다. 얼마 뒤 둥지에서 예쁜 제비 새끼가 깨어났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스르르 나타나더니 제비 새끼들을 꿀꺽 꿀꺽 잡아 먹었습니다. 깜짝 놀란 제비 새끼 한 마리가 달아나려고 버둥대다가 땅에 떨어져 다리가 뚝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흥부는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 이놈, 구렁아, 어서 썩 꺼져라! 안 그러면 껍질을 홀랑 벗겨 놓을 테다.”
구렁이는 혀를 날름거리며 도망갔습니다. 흥부는 제비다리를 조기 껍질로 둘둘 말고 실로 꽁꽁 동여매서 정성껏 보살폈습니다.
가을이 되자 기러기는 찬바람을 찾아 날아오고 제비는 따뜻한 바람을 찾아 남쪽 나라로 날아가야 했습니다. 제비는 빨랫줄에 앉아 흥부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듯 지지배배 거리다 날아갔습니다.
새봄이 왔습니다. 따뜻한 봄이 되자 제비들이 하나 둘씩 돌아왔습니다.
하루는 제비 한 마리가 흥부네 집으로 날아오더니 흥부 집 주위를 빙빙 돌았습니다. 흥부가 제비를 살펴보니 작년에 구해주었던 그 제비였습니다. 흥부는 너무나 반가워
"아이고 제비야, 무사했구나. 건강하게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다." 하고 제비에게 인사를 하자 제비는 뭔가를 입에 물고 있다가 흥부의 손에 톡 떨어뜨렸습니다.
그것은 박씨였습니다.
흥부는 신기해하며 제비가 불쌍한 우리 형편을 알아 박이라도 심어 먹으라고 가져온 것이로구나 생각했습니다.
흥부는 흥얼거리며 울타리 아래에 박씨를 심어주었습니다. 박씨는 얼마 안 있다가 싹이 나더니 키가 쑥쑥 자라 어느새 커다란 박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여보 영감, 배고픈데 박이라도 먹읍시다."
"그럽시다 마누라, 박 속은 긁어서 박죽을 끓여 먹고 박 껍데기는 말려서
바가지로 만듭시다."
흥부는 조심조심 지붕으로 올라가 박을 따 왔습니다. 흥부와 마누라는 박을 가운데 두고 톱을 밀고 당기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슬근 슬근 톱질하세, 어기여차 당기어라."
"슬근 슬근 톱질하세, 어기여차 당기어라."
첫번째 박이 쩍 갈라지더니 느닷없이 오색 영롱한 빛이 쏟아지며 동자가 걸어나와 공손히 인사를 올리며
"나는 제비 다리를 고쳐 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제비나라의 임금님이 보낸 사신이옵니다. " 하며 흥부에게 보석함을 내밀고는 사라졌습니다. 보석함 속에는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에구머니, 이게 웬일이야. 우리 이제 옷 걱정은 없이 살겠구나."
흥부가 두번째 박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슬근 슬근 톱질하세, 어기여차 당기어라."
"슬근 슬근 톱질하세, 어기여차 당기어라."
두 번째 박이 쩍 갈라지자 이번에는 쌀이 좌르르 쏟아졌습니다. 쌀이 마당에 하나 가득 쌓였습니다.
흥부가 다시 세 번째 박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슬근 슬근 톱질하세, 어기여차 당기어라."
"슬근 슬근 톱질하세, 어기여차 당기어라."
세번째 박이 갈라지자 이번에는 박 속에서 사람들이 우르를 몰려 나왔습니다. 석수장이, 기와장이, 미장이, 목수들이 몰려나와 뚝딱 뚝딱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고 벽 바르고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금세 다 지었습니다. 흥부는 이 집이 누구네 집이냐고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마음씨 고운 흥부네 집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흥부와 흥부아내는 너무 좋아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좋아했습니다. 흥부자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놀부는 심술이 났습니다.
"흥부놈이 부자가 되다니 아이고 배아파, 아이고 배아파."
놀부의 아내는 소리를 지르며 제비를 잡아와서 박씨를 얻자고 했습니다.
놀부는 박씨를 얻어서 흥부보다 더 큰 부자가 되려고 제비를 잡으러 돌아 다녔습니다.
'제비야~~~ 제비야~~~
하지만 제비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비 한 쌍이 날아와서 놀부네 집 처마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제비는 알을 낳고 새끼가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놀부는 구렁이가 어서어서 나타나서 제비 다리를 부러뜨릴 날만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기다려도 기다려도 구렁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참다 못한 놀부는 슬그머니 제비 둥지에 손을 넣고 제비 다리를 뚝 부러뜨렸습니다. 그리고 시치미를 떼면서 구렁이가 제비 다리를 부러뜨려 불쌍하다며 울먹였습니다.
놀부는 제비 다리를 아무렇게나 실로 칭칭 감았습니다. 얼마 뒤 다리는 나았지만 제비는 절뚝절뚝 다리를 절게 되었습니다.
가을이 되자 제비는 남쪽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새 봄이 찾아오자 제비가 하나 둘씩 돌아왔습니다. 하루는 제비 한 마리가 놀부네 집에 날아오더니 놀부 손바닥에 박씨 하나를 톡 떨어 뜨렸습니다.
놀부는 부자가 되는 박씨라며 신이 나서 박씨를 심었습니다. 박씨에서 곰질곰질 싹이 나더니 쑥쑥 키가 자라 어느새 박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놀부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지붕 위로 올라가 박씨를 따왔습니다.
놀부와 놀부부인은 박 속에 온갖 보물이 가득 들어 있을거라는 생각으로 쓱싹쓱싹 박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슬근슬근 톱질하세, 어기여차 당기어라."
"슬근 슬근 톱질하세, 어기여차 당기어라."
첫 번째 박이 쩍 갈라졌습니다.
박 속에서 우락부락하게 생긴 장수가 나타나서는 천둥처럼 큰 소리로 놀부를 불러 말했습니다.
"네가 심술쟁이 욕심쟁이 놀부렸다! 네 욕심을 채우려고 제비 다리를 부러뜨렸으니 어디 혼 좀 나 봐라."
장수는 놀부를 흠씬 때려주고서 사라졌습니다. 놀부는 온 몸에 멍이 들고 혹이 났습니다. 놀부의 아내는 덜컥 겁이 나서 박을 타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놀부는 이번에는 틀림없이 보물이 나올거라며 쓱싹쓱싹 박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슬근슬근 톱질하세, 어기여차 당기어라."
두 번째 박이 쩍 갈라졌습니다.
박 속에서 거지들이 우르르 나오더니 곡식이며 비단이며 금은 보화를 몽땅 가지고 사라졌습니다.
놀부와 놀부의 아내는 발을 동동 구르며 비단과 보물을 불렀습니다.
놀부의 아내는 세 번째 박을 갖다 버리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놀부는 남아있는 박은 누런 빛이 나니까 틀림없이 금덩이가 가득 들어 있을 거라며 다시 쓱싹쓱싹 박을 탔습니다.
"슬근슬근 톱질하세, 어기여차 당기어라."
"슬근슬근 톱질하세, 어기여차 당기어라."
세번째 박이 쩍 갈라졌습니다.
박 속에서는 누런 똥이 콸콸 쏟아지더니 놀부네 집은 금세 똥바다가 되었습니다. 놀부와 놀부 마누라는
" 아이고, 망했네 망했어."
하며 가슴을 치며 통곡을 했습니다. 착한 흥부네 가족은 좋은 집, 보물을 얻어 행복하게 살았으나 놀부와 놀부 마누라는 거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야기듣기를 준비하며-
동화는 어린이의 발달하는 마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예술적으로 제시하면서 여러 서로 다른 분위기들을 생생하게 가져오는 것이 영혼 안에서 듣고 느끼는 힘들을 촉진한다. 이는 또한 하나의 이미지에서 다른 이미지로 떠도는 아이들에게 집중력을 발달시키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흥부와 놀부'라는 동화는 인간의 이중적인 특성이 표현된 동화라 여겨집니다.
내 안에 흥부와 놀부의 모습이 들어있지요.
놀부의 이미지는 하급적인 충동들 예를들자면, 물질적인 욕망, 자만심, 허영, 등등 물질세계에 빠져 살 경우 생겨나는 것들이겠지요. 이러한 하급적인 감각은 나 혹은 자아의식을 바르게 세우는데 걸림돌이 됩니다. 또한 정신이나 의식들을 어둡게 하여 세속적인 욕망에 잡아먹히게 되지요.
욕망의 성질이 영혼의 지혜에 의해 인도되어질때 인간의 영혼은 세상에 대한 이해력과 자아에 대한 의식 사이의 건강한 상호작용 속에서 살 수 있습니다.
참된 동화가 빛과 (흥부) 어둠(놀부)을 현명하게 다루는 방식은 듣는 이로 하여금 건강한 사실성의 감각을 창조해 준다. 선한 힘들의 승리에 깊이 몰두하는 사람은 누구나 동화의 마지막에서 항상 상징되고 찬양되듯이 세상의 필수적인 요소로서의 악을 경험한다. 선이 그 자신의 첫번째로 깨닫게 되는 것도 바로 그 악의 힘을 통해서이다. 인간의 왕국은 어둠의 배경의 반대편에서만 빛을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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