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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01:12:20, 조회 : 642, 추천 : 218 |
위빠사나의 성자로 불리우는 아잔 문(Ajahn Mun:1870~1950)은 타일랜드 북부지방 치앙마이 숲 속에서 치열하게 정진하여 아라한과(Arahat果)를 깨달았다. 아짠에게는 전생에 부부 인연을 맺었던 한 여인이 있었다. 그 부인과 미래에 붓다가 되기(成佛)로 서로 약속했었다. 스님에 대한 근심이 컸던 까닭에 그 곁을 떠나지 못하고, 영묘한 세계에 머물면서 스님이 수행하는 근처를 배회하였다. 부인은 더 자주 스님을 찾고 싶었지만 "마음은 미묘한 것이오. 미묘한 자극이라도 수행의 진전을 어지럽히는 장애가 될 수있어요"라는 아잔의 은근한 경책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런데 깨달음이 있은 뒤 얼마되지 않아 이상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잔의 깨달음에 모든 세계가 기쁨으로 진동하였건만, 부인에게는 기쁨대신 슬픔과 쓸쓸함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당신은 이제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났군요. 당신은 별처럼 하늘로 올라가겠지요. 저는 이 망망한 고해에서 홀로 남아 싸워야할 텐데. 당신은 자비의 빛을 놓아 저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군요." "당신이 슬픔과 비탄에 빠지는 것은 좋은 뜻을 지닌 사람으로서 스님을 대하는 바른 태도가 아니오. 당신은 우리가 자애.연민.수희.평정이란 사무량심(四無量心)의 덕을 함께 닦았던 시절을 기억하시오?" "전부 기억하지요. 우리는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함께 덕을 쌓았고, 그 인연으로 지금 당신은 속세에서 해탈하였지만, 저는 당신이 떠나기에 너무 슬프답니다." "당신은 공덕을 쌓는 근본 목적을 유념해야만하오. 다르마(Dharma,法)를 수행하는 목적은 고통의 소멸이며, 열반의 실현이라오." "저도 당신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번뇌가 남아있는 저로서는 마음에 넘쳐나는 이 격한 감정에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해요." "함께 식사 할 때에도 먼저 식사를 마치는 사람이 있고 뒤 늦게 마치는 사람이 있듯이, 수행을 하여 깨달음을 이룰 때에도 마찬가지라오. 붓다와 야소다라 태자비의 경우를 생각해보오. 붓다는 먼저 깨달음을 얻고난 후 야소다라의 정진을 도와주느라 고생을 하였다오. 이것이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이 되질않소. 당신은 푸념하며 슬픔에 잠겨있기보다는 이 이야기에서 무언가를 깨닫게 되기를 바라오." "저는 당신을 떠날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당신에 대한 자비와 당신이 평안하고 수행이 향상되기를 바라는 걱정 때문에 당신을 도와주러 찾아오곤 했지요." "당신이 자기 수행에 마음을 집중할 수 있다면 나에 대한 걱정은 불필요한 것이 될 것이오."
아잔의 해탈이 그녀를 버리는 것이 아닌데도, 그녀는 아잔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경지로 떠나간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아잔의 자비는 진심이었고 무한하였다. 아잔은 그녀가 홀로 버려진채 힘겹게 자기의 감정과 싸우는것을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묘한 세계에 잠겨있는 그녀에게 자비의 빛을 비쳐주어 가르침을 들을 기회를 얼마든지 주었던 것이다. 아잔의 자상한 설명은 마치 천상에서 내리는 빗물처럼 그녀의 흥분된 마음을 적셔 비탄과 고통의 불을 꺼 주었다. 그녀의 마음은 차분해졌고, 자기의 잘못을 깨닫게 되었다. 자기연민으로 아잔의 마음을 괴롭힌 것을 후회했다. 그녀의 마음은 상쾌해졌고, 이제 다르마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아잔이 말하길, "이제 미몽에서 깨어났으니 가고 싶은 세계로 가서 다시 태어나시오. 쓸데 없는 걱정과 동요로 더 이상 자기를 괴롭히지 마시오." "예, 그렇게 하겠어요. 다만 때때로 당신을 찾아와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 아잔이 허락하자 그녀는 홀연히 사라졌다. 이 모든 대화는 인간의 말로써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으로 이루어진 텔레파씨(telepathy)이다. 며칠 후 그녀는 아잔의 설법을 듣기 위해 찾아왔다. 이제 그녀는 도리천의 천녀(天女)가 되어있었다. 그 세계는 많은 종류의 안락함과 즐거움으로 가득찬 천상세계이다. 그후로 그녀는 자신이 누리는 모든 행복이 아잔의 충고와 가르침을 따른 결과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않았다. 아잔이 그녀에게 베푼 무량한 자비는 무엇으로도 갚을 길이 없는 것이었다. 아잔과 전생의 부인의 에피소드는 영적인 배우자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신심이 있고 수행에 뜻을 둔 배우자를 만나는 것은 축복이다. 부부는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서로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따라서 영적으로 고양된 배우자와 함께하는 가정생활이란 지상에 건립된 하늘나라 사람(天人)의 집이 될 것이다. 그녀는 이제 행복한 천녀가 되어 아잔을 오른편으로 세번 돈 뒤 공중으로 떠올라 자신의세계인 도리천으로 돌아갔다.
*<위빠사나 성자 아잔 문/ 아잔 마하 부와 엮음, 김열권 옮김>p173~179를 정리하여 작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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