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하면 길가에 회색 옷을 입고 덕지덕지 어지럽게 붙은 광고지를 떠올리곤 한다. 담장은 또 어떠랴. 쓰레기를 놓아둔 곳이 많아 동네 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이런 고민을 작은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곳이 있다.
바로 남가좌2동이 그렇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한국전력공사 성서지사, 학생, 지역 주민들이 함께 거리를 활짝 피어나게 하고 있다.
그동안 동네 곳곳은 광고 전단지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는데, 민화를 그리면서 거리도 깨끗해지고, 구경거리도 생겼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로 강석순(46세)씨의 아이디어와 노용식 화백의 재능기부를 통해서다.
“급하게 완성하느라 그림들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예쁘게 봐줘서 다행입니다. 더운 여름에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서서 작업하느라 무척 힘들었지요. 평생 민화를 그려왔기에 지역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이 되어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림마다 그 그림의 이야기 설명을 달아 지역 주민들이 지나가다가 보더라도 그림 이해가 좀 더 쉬울 것 같아요.” 노용식(56세) 화백은 민화 거리를 조성한 소감을 말했다.
명지대학교 앞에는 김홍도 그림, 일월오봉도, 호랑이, 고양이 등을 그렸다. 반면, 상가 쪽은 부귀영화 뜻하는 민화를 그렸다. 노 화백과 명지대 동아리, 예일디자인고등학교 학생들, 지역 주민들이 함께 기존의 전봇대를 민화 전봇대로 탈바꿈 시켰다.
유성렬 주민자치위원장은 “훌륭한 노용식 작가의 재능기부가 있었고, 주민들이 봉사를 했기에 이렇게 변화할 수 있었다”며, “마을을 좀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고, 다 같이 그리고 나니 아름다워진 거리가 생겨 뿌듯하다”고 말했다.
예일디자인고등학교 김재경(19세) 학생은 “전봇대가 도로와 인접해서 작업하는데 위험하기도 했지만,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거리를 민화를 그려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친구를 통해 명지대 근처 남가좌2동 주민센터에 봉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림에 전문적이지 못하지만 편안한 마음과 자세로 열심히 노력했어요. 벽화 색칠할 때 가루와 접착제인 액체를 섞어서 그린다는 것을 배웠지요. 색칠을 할 때는 이 작품의 화가인 것처럼 예술의 혼을 불태웠어요. 7시간 이상 햇빛을 받으면서 끈기와 인내로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로 그렸고요. 다소 미숙했지만 노용식 선생님께서 잘 가르쳐 주셔서 점점 더 잘 그릴 수 있었어요.” 이번 민화 그리기 봉사에 동참한 박규리(17세) 학생도 소감을 밝혔다.
한편, 남가좌2동의 민화거리 조성은 지난 6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진행됐으며, 명지대학교 후문에서 남가좌동사거리, 동 주민센터 일대에 조성됐다. 민화거리는 상가를 활성화시키고 마을 외관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시민의식이 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가좌2동에 들를 일이 있다면, 동네의 새로운 명소 ‘민화를 품은 전봇대 거리’에 가족과 친구와 함께 천천히 걸어 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