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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농촌 지역에서 겪고 있는 구매난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사용됩니다.
12월 첫번째 이동장터입니다.
이제 올한해 이동장터를 할 날도 몇번 안남았습니다. 이동장터를 담당해서 운영하다보니 일주일의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흘러갑니다.
그래서 그런지 12월도 그렇게 금방 찾아온듯 싶습니다.
오늘도 어르신들 방문하여 물건드릴 수 있도록 출발해봅니다.
9시 15분,
지난주 김장 때문에 여러 물건을 사시던 어르신, 저 멀리 하우스 내에서 김장하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다른 집들 김장 다 도와주시고 본인 김장 작업하시는 어르신 모습.
마을에서 가장 젊은 편에 속하다보니 일이 많습니다. 인사라도 건네볼까 하다가 괜히 방해될 것 같아서 조용히 나옵니다.
9시 30분,
어르신 마당에 밀차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주에는 밀차는 보였지만 집이 비었고, 오늘은 밀차까지 안보이니 어르신께서 오전에 어디 나가셨나 싶습니다.
아마도 병원가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다음주에 봬면 여쭤봐야겠습니다.
9시 40분,
불가리스 어르신 집, 아랫집 어르신도 같이 계십니다.
오늘은 아랫집 어르신도 2줄 사신다고 합니다. 아이스박스 확인해보니 3줄 밖에 없었습니다.
어르신께 양해를 구하고 점심시간에 1줄 배달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이따 나 없으면, 울집 현관문 열고 안에 갖다 놔잉~"
9시 45분,
내려가는 길, 아랫집 남자 어르신이 손짓하십니다.
집안에는 김장을 한창하고 계십니다.
"막걸리하고, 계란 하나 주소."
새 김치에 먹어야하는데, 막걸리가 꼭 필요하지요. 인사드리고 갑니다.
9시 55분,
어르신 창가에 앉아 물끄러미 점빵차 쳐다보십니다.
잠시 물 한 모금 마시고 올라갑니다.
안쪽에 옆집 어르신도 함께 계십니다.
"커피 한 잔 할텨?"
아침에 늘 믹스 커피 2잔을 먹고 출발하는지라, 마시고 왔다고 말씀드리며 사양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옆집 어르신은,
"아니, 이렇게 늘근이 혼자산다고 면에서 와서 대비도 해주고~ 참 세상좋아~" 하십니다.
대비? 라고 하시길래 뭔가 싶었더니 '도배'를 말씀하셨던것이었습니다.
어르신 집 안에 도배 장판을 새로 하셨다며,
"요즘엔 젊은 여자들도 많이 오대~ 어디 사냐 물어봤더니, 광주 였어~" 하시며
"기술을 배우는게 좋아~ 오래오래 먹고 살잔아~" 하십니다.
곳곳에서 주거환경 지원사업으로 도움 받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십니다.
어르신들 집은 워낙 오래되고 노후되서 손 볼 곳들이 많은데, 이렇게 알아서 지원받고 계시니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10시 15분,
어르신 골목에서 나오십니다.
"물엿 있어?" 하시는 어르신.
지난번에 김장하시더니, 오늘은 고추장 담그십니다.
둘다 작업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르신은 매년 해오시던 일이시겠지요.
물엿 2통 드렸습니다.
10시 20분,
어르신댁에 가니 차가 안보입니다.
요 몇일전 전화가 왔었는데 못받았습니다. 그냥 가야하나 싶었는데 사모님 나오십니다.
"울 집에 소주 2박스 내려주소."
지난번 김장 다 마치고, 이후에 일이 또 있으신가봅니다.
요즘 어르신댁으로 아랫마을 어르신들이 자주 올라오시던데, 연말되어 미리 술을 받아놓는 어르신 보니,
곧 잔치를 또 하실련가 싶습니다.
10시 40분,
마을에서 기다리다보면 늘 총무님이 오십니다.
"울 회관에 화장지 3통 갖다놔주쇼."
올해들어 회관에서 필요한 물품을 이동장터에서 잘 구매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연말이 다되는 날까지도 적극적으로 이동장터에서 구매해주십니다.
회관납품하고 돌아가는 길,
우리 어르신 지난번에 이어 이번주도 사십니다.
"여까정 왔는데, 갈아줘야지~"
어르신의 반복적인 멘트입니다. 지난 상반기도 그러셨는데 올 하반기도 똑같이 반복하시나 봅니다.
한 동안 안사시다가 지난 추석 이후 급 다시 반복하시는 어르신.
늘 사시는 물건은 요구르트, 우유.
어르신의 반복적인 행동에 유의깊게 더 살펴봐야겠다 싶습니다.
11시 15분,
회관서 잠시 기다리는 시간.
회관 옆에 소 풀밭이 햇살에 비춰 평화롭게 보입니다.
잠시 평안을 얻습니다.
그 사이 건너편 아랫집 어르신 밀차 밀고 오십니다.
"액체 비누 하나 주쇼."
아직까지 가루비누 쓰는 어르신들이 계시지만 최근엔 액체 비누(비트)를 쓰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 이야기를 들어서 그럴까요?
11시 30분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왔어? 1시간을 넘게 걸어다녔네." 하시는 어르신.
점빵차에서 구입하려고 아들과 함께 내려와서 걷다가 힘들어 앉아계셨던듯 싶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찰보리 3개랑, 미원 큰거 하나, 그리고 사이다 하나 주쇼." 하십니다.
어르신께 야채호빵 드셔보셨는지 여쭤보니,
"이거 어떻게 먹어야해?" 하셔서,
"밥솥에 둬도 되고, 전자렌지에 돌려도 되요~"
"그럼 두개 줘~" 하십니다.
식사 준비가 어려울 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따금 어르신들은 빵이나 다른 대체식품으로 식사를 넘기시곤 합니다.
아들은 수레에 짐 실어가고,
어르신은 그 뒤를 따라갑니다.
"어르신 여기는 꼭 11시~11시 30분 사이에 나오셔요~" 라고 말씀드리며 나섭니다.
13시 30분,
어르신 마당에 김장이 한창입니다.
아들인지, 사위인지 막걸리 달라고 합니다.
안에 어르신 앉아 계셔서 인사드리니, 옆에 있던 며느님,
"이거 한 쪽 드셔보셔~" 하며 한쪽 찢어주십니다.
역시 전라도 김치는 양념이 찐하고 많습니다.
얼얼한 김치 한쪽 먹고 막걸리 3통 드립니다
어르신, 본인이 직접 농사지은 배추로 며느리, 딸 와서 김장하는 모습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모두 와서 이렇게 있으니, 한동안 또 좋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14시,
도착하고나니 생각났습니다.
지난번 삼촌이 2리터 물 3묶음 달라고 했었는데...
뵙자마자 말씀드리니,
"급한거아니니, 담주에 갖고 와요~" 하십니다.
그러면서 지난번 주문하신 야채호빵 하나 챙겨가십니다.
떠나려던 찰나 정류장에 계셨던 어르신이 소리지르십니다.
"사이다 두개 거기 창고에 둬!!"
어르신 말씀듣고 창고에 사이다 2개 두고 내려갑니다.
어르신꼐서 읍에 나가시려다가 생각나서 급 이야기를 하셨던듯 싶습니다.
물건은 사야겠고... 집에 갈 시간은 안되고... 버스는 곧 올 것 같고...
마음이 참 조마조마 하셨겠다 싶었습니다.
14시 20분,
오늘은 어르신댁에가니 밥그릇에 돈이 있었습니다.
어르신이 퇴원하셨구나 싶었습니다.
두부 두모 놓을려고했다가 5천원이 더 있는것을 보고 "중멸치"도 필요하시는구나 싶었습니다.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병원을 잘 다녀오셨구나 싶었는데, 마침 어르신을 마주쳤습니다.
읍에서 들어오는 버스에서 내리신 어르신입니다.
근황 확인하고 여쭤보니 괜찮다고 하시는 어르신.
"앞으로는 내가 5천원씩 더두면 그냥 멸치 두면 되~ 알았지? 고마워~" 하시는 어르신.
중멸치 가격은 그 때 그 때 다르지만, 어르신의 누적포인트가 많으니 괜찮습니다.
어르신께 알겠다고 말씀드리며 나섰습니다.
14시 30분,
오늘은 계실지 싶어 두유 하나 갖고 올라갑니다.
"지난번에도 있었는데, 내가 깜박하고 문을 잠궜지 뭐야~" 하시는 어르신.
"나 계란 두판도 좀 줘봐~ 저 윗집서 사달라고 하네~" 하십니다.
멀리 사는 어르신의 생필품을 대신해서 사주는 어르신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14시 45분,
아직 나오지 않으신 어르신, 잠시 기다려보니 어르신 나오십니다.
"나 오늘은 두부2모랑 가루 비누 하나 주쇼."
오늘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어르신 물건 드리고 나섭니다.
14시 55분,
마당에 주차하고 보니 어르신께서 쳐다보고 계십니다.
"물엿 있어?" 하시는 어르신.
물엿 큰거 통 보여드리니,
"아니 그건 너무 크고~ 거보다 좀 작은거~" 하십니다.
2.45키로 통통한것 보여드리니 잠시 고민하시다가 큰거 달라고 하십니다.
2.45키로와 8키로 사이의 물엿 사이즈가 필요하셨나봅니다.
그것이 있는지 제품을 확인해봐야겠다 싶습니다.
15시,
마당서 불피우고 계시는 어르신.
"어~ 돼지 등뼈 삶아." 하십니다.
"나 코다리 하나랑, 두부 하나만 주쇼. 끓여먹어야겠네."
어르신 처마 밑에는 지난 겨울 매단 감이 곶감으로 익어가고 있습니다.
어르신의 겨울 풍경, 가마솥, 곶감.
어르신께 윗집 들렸다 간다고 말씀드리며 나섭니다.
윗집가니 텃밭에 계시는 어르신.
"아휴. 이제 못헤먹어, 내가 이거 공짜로 누구 헤먹어라고 내놨는데, 누가 헤먹을려나 모르겠어." 하십니다.
"빨래비누 하나 있나? 그거 갖다 줘~"
오늘은 요양보호사가 안계셔서 어디가셨는지 여쭤보니,
"어~ 오늘 김장한다 했어~" 하십니다.
어르신께서는 돈을 가질러 집으로 들어가는데 문턱도 발을 올리기 힘들어하십니다.
안방까지 들어가는 시간, 한 발 한 발 조심히 떼서 가십니다.
신체적으로 이렇게 어려운데 500평 남짓한 땅을 혼자 다 메신 그간의 세월이 놀랍습니다.
어르신께 안부 전해드리고 나섭니다.
15시 10분,
"지비 왔는가~ 나 자네에게 설탕 하나 사려고 지금까지 기다렸다네." 하시며
설탕 3키로 한 봉지 사가십니다.
회관에는 어르신들 전기장판 위에서 함께 티비보고 계십니다.
어르신들은 오늘은 괜찮으시다며 인사드리고 나섭니다.
이 시간, 어르신들은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탄핵상황을 지켜보고 계십니다.
15시 30분,
다리건너서 어르신 오십니다.
"나 계란하나랑 설탕 하나 주쇼. 아휴, 지비 오니깐 내가 물건 사지. 내가 이거 못 들고 와~" 하십니다.
어르신들은 읍에 버스를 타고나가도 들고 오는것이 문제입니다.
어르신댁에 갖다놓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많이 못사줘서 미안하다... 지비 와서 고맙다.. 늘 반복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일상을 어르신들의 삶을 채워갑니다.
15시 40분,
어르신댁 위에 올라가니 마당이 오랜만에 열려있습니다.
집에가니 보일러를 교체하고 계십니다.
"오늘은 내가 미리 말을 하지 않아서 살게 없는데 어쩌지~" 하시는 어르신.
"앞으로 어르신 댁 앞에 계속 올라올테니, 편안하게 이용하세요~"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 알겠다며 고맙다고 하십니다.
15시 50분,
회관에 어르신들 모여계십니다.
"담주 10일날, 우리 잔치할건데, 이것저것 좀 놓고 가게." 하시는 어르신들.
일단 총무님하고 만나서 이야기하겠다고 말씀드리며 올라가봅니다.
총무님 집엔 한창 김장이 준비중입니다.
"어 우리 회관에 담주 먹어야하는데... 일단 일회용기 밥그릇, 국그릇하고.. 코다리 조금, 콩나물 조금 좀 갖다놓게." 하십니다.
총무님 주문대로 물건 챙기고 연말 필요하신것 무엇 또 있으신지 확인합니다.
그러고 윗집 올라가니, 어르신도 무시를 다듬고 계십니다.
"오늘은 살게 없네, 담주에 보게나. " 하시는 어르신
인사드리고 건너 아랫집 갑니다.
어르신 오늘은 혼자 계십니다.
"점빵엔 고양이 간식은 없지?" 하시는 어르신.
"아니 요녀석들이 참 많이 먹어~"
그래서 인터넷가로 함께 찾아보고 보여드린것이 고양이 츄르, 10개 묶음 8000원대 보시곤
"아이구 비싸구만 안되안되~" 하십니다.
어르신은
"나 그냥 두유 하나랑, 계란 한판, 소면 하나 주게. 내가 두유에다가 소면 삶아서 같이 섞어 먹으니 좀 넘어가대." 하십니다.
이상한 조합인데, 어르신은 어르신 나름의 식사 방법을 찾으신것 같았습니다.
어르신께 물건드리고, 겨울 감기 조심하라고 인사드리며 나섰습니다.
계엄령으로 오늘 하루 정말 심난했지만,
어르신들의 일상은 늘 비슷했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달라지지 않게, 언제나 안전하게 살 수 있게,
그런 일상으로 돌아오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