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가 가까워지자 후다닥 세수를 한다.
열평집밥까지 부지런히 걸어가 김치찌개를 주문한다.
소주가 생각도 나지만 몸이 영 아니다.
뜨거운 밥을 우겨넣고 풍암저수지 정류장에 가 45번을 기다리니
10분 가까이나 남았다.
난 버스정보 앱도 사용하지 않은 미개인이다.
40분이 다 되어 온 버스는 영화 시작 시각인 1시에 충파에 내려준다.
시간이 지나 매표하며 5,000원 결재하겠다기에 시니어 아니라고 한다.
담요한장 들고 부지런히 3층으로 올라가 어둠 속에 서 잇다가
위로 가 자릴 잡는다.
나 혼자만은 아닌지 저 가 쪽에 머리 두개가 보인다.
영화는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고 문학강의를 하는 이혼녀가
러시아인 남자의 전화를 기다려 만나 성애하는 것이 주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누군가 자기를 찾아와 주는 걸까? 자기가 이 세상에 의미있는 존재라고 인정받는 것일까?
그걸 몸으로 확인하는?
성애 후에 돌아가버리는 남자에게는 무얼 기대할까?
벌써 얼른 연락오기를?
사랑?에 빠진 여성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성애 장면은 어떤 것일까?
사랑의 이유나 매력이나 이런 건 의미가 없다.
프랑스의 성풍속도나 여성의 인식 등에 대한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벌거벗은 남녀의 성애모습이 많은 건 조금 불편하다.
성매력이 느껴지지 않은 것은 내가 늙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밝은 거리로 나오니 2시 40분을 지난다.
4시 2분 소태역에서 보성가는 직행버스를 타려면 아직 시간이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지나 아문당을 들를까 하다가
발길을 광주천쪽으로 돌린다.
옛태평극장 앞을 걷는데 나 또래의 남자 둘이 지나며
동시상영관 영화 이야기를 한다.
중앙대교에서 계단을 내려가 광주천을 따라 걷는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대부분이지만 젊은 여성이 이어폰을 꽂고 빠르게 걷거나
옷입은 작은 개를 앞세우고 걷는 이도 보인다.
사직 파출소ㅗ 앞에서 도로로 올라와 양림동으로 들어간다.
최승효가옥은 여전히 잠겨 있다.
이장우가옥도 개방 안하는 중이란다.
호랑가시나무도 오방기념관도 두고 양림교회를 찾아간다.
간호대학과 아파트에 싸여 교회는 첨탑만 높다.
빨간 벽돌 교회를 돌아 회벽돌의 오웬기념관을 본다.
3.1만세운동 거리를 지나 정율성 거리를 멀리 보며 남광주 옛철교 아래에서
신호등을 건넌다.
다시 광주천으로 내려간다.
하얀 신천옹이 물을 내려다보다가 내가 다가가자 자릴 옮긴다.
무등산 조형물의 폭포를 지나 구비진 광주천을 걷자니 작년 518기념 무돌길 종주가 생각난다.
올해도 참가할 수 있을까?
4시가 가까워지니 마음이 바쁘다.
못보던 아파트들이 생겨 무등산이 안보이니 소태역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다행이 골드클래스르르 지나니 소태역 주차장이 나타난다.
표를 사고 아래 화장실에 다녀와도 버스는 오지 않는다.
4시 2분 차라더니 10분에 온다. 사람이 각기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거의 맨 뒷쪽까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