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샘의 국어교실

(1) 삼국유사 중 마음에 든 이야기   선덕여왕이 병에 들었을 때였다. 흥륜사 승려 법척이 치료했으나 오래도록 효험이 없었다.그러자 좌우 신하들은 법력이 높기로 소문난 밀본법사를 부르자고 청했다. 이에 여왕은 대신들의 뜻을 받아들여 밀본을 궁으로 불러들였다.  궁에 온 밀본은 그저 침실 밖에서 <약사경>을 읽기만 했다. 그리고 경을 다 읽었을 때였다. 육환장이 침실 안으로 날아 들어가더니 늙은 여우 한 마리와 법척을 찔러 뜰 아래에 거꾸로 내던졌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여왕의 병이 나았다. 이때 밀본의 정수리 위에 오색의 신비로운 광채가 비쳐 보는 이들이 모두 놀라워했다. 또 재상 김양도가 어렸을 때였다. 갑자기 입이 붙고 몸이 굳어져서 말도 못하고, 팔다리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큰 귀신 하나가 작은 귀신 여럿을 데리고 와 집 안 음식을 모조리 씹어먹는게 아닌가. 또 무당이 와서 제사를 지내면 귀신들이 서로 다투어 가며 욕을 퍼부었다. 양도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 후 귀신을 물리치고 싶었지만 입이 붙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한편 양도의 아버지는 굿을 해도 소용이 없자, 법류사의 한 승려를 모셔다가 불경을 외게 헀다. 그러자 큰 귀신이 작은 귀신에게 명을 내려 철퇴로 머리를 때리게 했다. 곧 승려는 피를 토하고 죽었다. 그제야 예사로 처리할 일이 아님을 알고 사람을 보내 밀본을 찾아 오도록 했다.  "밀본법사께서 우리 청을 받아들여 곧 오신다 했습니다."  귀신들은 이 말을 듣고는 모두 얼굴빛이 변하니 작은 귀신이 말했다.  "법사가 온다니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나 큰 귀신은 코웃음 치며 말했다.  "무슨 해로운 일이 있겠는가?"  그때였다. 갑자기 사방에서 온 몸에 쇠갑옷을 입고, 긴 창으로 무장한 큰 귀신들이 나타나더니 양도의 집에 있던 악귀들을 모조리 붙잡아 갔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천신들이 둘러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니 곧 밀본이 와서 경문을 펴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양도는 병이 나아서 말도 하고 몸도 움직이고 있었다. 양도는 지금까지의 일을 자세히 말했다. 또한 이 일로 불교를 독실하게 믿고 한평생 게을리 하지 않았다. 흥룬사 법다으이 주불인 미륵존상과 좌우 보살상도 만들었으며, 또 금으로 벽화를 그렸다.  밀본이 일찍이 금곡사에 머물 때였다. 당시 김유신과 밀본은 친분이 두터웠는데, 사람들은 밀본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때 유신의 친척인 수천이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었다. 이에 유신이 밀본을 보내서 치료하게 했다. 때마침 수천의 친구인 인혜라는 중이 중악에서 찾아왔다가 밀본을 보더니 업신여기며 말했다.  "그대의 행색을 보니 간사한 사람이 분명한데 어찌 남의 병을 고친다고 하는가?"  이에 밀본이 말했다.  "나는 김유신공의 명을 받고 마지못해 왔을 뿐이외다."  "이왕 온 거 내 신통력이나 보고 가시게."  곧 인혜가 향로에 향을 피우고는 주문을 외우자 오색구름이 이마를 두르고 하늘에서 꽃이 흩어져 내렸다. 이를 보고 밀본이 말했다.  "스님의 신통력은 불가사의하군요. 저에게도 변변치 못한 기술이 있사온데 시험해 보기를 청합니다. 스님께서는 잠깐 제 앞에 서 게시겠습니까?"  인혜는 그대로 따랐다. 밀본이 한 번 손가락을 튕기자 인혜가 한 길 높이 공중으로 거꾸로 올랐다가 한참 만에야 서서히 거꾸로 떨어져 머리가 땅에 말뚝처럼 박혔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인혜를 잡아 당겼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밀본은 그 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나가 버렸다. 결국 인혜는 그대로 밤을 새웠다. 이튿날 수천이 유신에게 사람을 보내 알리니, 유신은 밀본에게 가서 인혜를 이제 그만 풀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인혜는 다시는 자신의 신통력을 자랑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 일을 찬양해 말했다.    홍자색 분분하여 얼마나 붉은색을 어지럽혔는고  아아, 물고기의 눈이 어리석은 자를 속였구나.  거사가 손가락을 퉁기지 않았던들  상자에 옥 같은 돌을 얼마나 담았을까.   이야기가 마음에 든 이유 : 삼국유사 속 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었고 귀신이나 신통력이라는 소재로 쓰여진 이야기라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밀본이라는 인물이 신비로운 능력을 가지고 이를 이용해 병을 고치고 귀신을 쫓는 등 선하게 행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