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들'을 읽으며 [혼불소리에서 펌]

[김 명]

삼류들

이재무

삼류는 자신이 삼류인 줄 모른다

삼류는 간택해준 일류에게, 그것을 영예로 알고

기꺼이 자발적 헌신과 복종을 실천한다

내용 없는 완장 차고 설치는 삼류는

알고 보면 지독하게 열등의식을 앓아온 자이다

삼류가 가방 끈에 끝없이,

유난 떨며 집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것이 성희롱인 줄도 모르고

일류가 몸에 대해 던지는 칭찬

곧이곧대로 알아듣고 우쭐대는 삼류

삼류는 모임을 좋아한다 그곳에서 얻을 게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류와 어울려 사진을 박고 일류와 더불어 밥을 먹고

일류와 섞여 농담 주고받으며 스스로 일류가 되어간다고 착각하는 삼류

자신이 소모품인 줄도 모르고 까닭 없이 자만에 빠지는

불쌍한 삼류 사교의 지진아

아 그러나, 껍질 없는 알맹이가 없듯

위대하게 천박한 삼류 없이

어찌 일류의 광휘가 있으랴

노래를 마친 삼류가 무대를 내려서자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삼류의 얼굴에 꽃물이 든다

삼류는 남몰래 자신이 여간 대견하고 자랑스럽지가 않은 것이다

사실 열렬한 박수갈채는 노래 솜씨보다 월등한

그녀의 미모에게 보낸 것인데 그 사실을 그녀만 모르고 있다

삼류는 일류들이 앉아 있는 맨 앞줄을 겸손하게 지나서

이류들이 앉아 있는 중간을 우아하게 지나서

삼류들이 뭉쳐 있는 후미에 뽐내듯 어깨 세우고 앉는다

삼류는 생각한다 이렇게 열심히 노래 부르다 보면

언젠가 저 중간을 넘어 저 맨 앞줄에 의젓하게 앉아 있는 날이 올 거야

삼류는 가슴을 내밀어 숨을 크게 마셨다 내뿜는다

그러나 그날은 언제 올 것인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삼류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온다

그녀도 세상은 이미 각본대로 연출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채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삼류는 어제 그러하였고 오늘 그러하였듯

내일 또 무대에 올라 노래 부를 것이다

그러다 자신의 자리와 역할이 일류를 위한 영원한 들러리요, 삐에로요,

악세사리라는 것을, 뼈저리게 무슨 회한처럼 문득 깨달을 것이다

(<현대시학> 2008년 5월호)

흐르는 물 조회 143 |추천 0 | 2010.06.25. 08:07

 

삼류를 폄하한 어느 시인에게 / 복  기  완

잘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인다는데

삼류는 자기가 삼류라는 인식을 못한다고

일류 속에 어쩌다 운 좋게 끼어 희희낙락 하지만

피에로를 의식하는 순간의 비애를 느낀다고

충고 하던데

삼류 없는 일류는 존재하지 않는 허무의 계층인 것을

저주스러울 정도의 운명적인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그렇게 가볍게 삼류라는 허울로 폄하해도 되는가?

일류라는 값 비싼 먹물들 모여 학연, 혈연, 지연

다 동원하여 검은 휘장 가리고 갖은 추태 부리며

접근금지 팻말 걸어놓고 배춧잎만 헤아리고 앉아서

저들끼리 나눈 감투 크기대로 차례로 얻는 밥상에

꼬리치며 박수치며, 미로를 즐기는구나.

첨단 광케이블 타고 외치는

수단이 비열하면 목적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진리를 못 찾아 허우적댄다.

초등학교에서 배웠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너무 쉬워서 그대들은 잊었는가?

더러운 치매아닌 치매가 문학세계에 창궐하는구나!

그대들은 언제 한 번 따뜻한 손 내민 적 있더냐?

언제 한 번 잘한다고 추임새 넣어준 적 있더냐?

운명적으로 타고난 끼를 꺾지 못하고

차라리 저주처럼 받아드리고 사랑하는 열정이란다.

글쓰기란 것이

감정 같아서는 필을 꺾어 기름진 너의 배를 향하여

던져 버리겠지만

숙명처럼 타고난 글에 대한 애정이 그대들의 폄하보다

더 많으니 이 또한 서글프면서도 분노 하노라

오물로 채워진 혐오스런 일류보다는 진실로 양식하는

삼류로 남아 자연과 벗 삼고 풍류를 즐기리라

눈물로 잉크삼아 죽도록 사랑하는 시를 쓰며

잘난 그대들의 변방에서 체제를 부정하며 살겠노라

기웃거리지도 않을 것이며 피에로도 되지 않을 것을

세상에 공포 하노라!  

[출처] 이재무의 삼류들을 읽으며|작성자 복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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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뽕 10.06.25. 09:31

허허... 허허.. 팔류나 구류쯤 되는 사람들 눈에는 삼류도 대단해 보이는데.., 무애 그리 화가 나시는지..어제 마신 술이 덜깨서 

잘 모르겠지만.. 열등감이 없으니 감탄도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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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르는 물 10.06.25. 09:57

그도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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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랑 10.06.25. 10:03

다른 건 몰라도 이재무 시인이 삼류라 이야기 할 때, 삼류시인이라고 한 적은 없고
이재무 시인의 글을 읽을 때, 읽기에 따라서는 다소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어디라도 그런게 있겠듯) 일류, 이류, 삼류...의 구분에 대한 총체적 비판의식이랄까
그렇게 읽혔었습니다.
스스로가 그런 테두리를 지어놓고 그 부류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고, 또 다르게
대우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들어 있구요.
이재무시인이 자신은 일류라 생각하여 삼류를 비판, 폄하하려고 쓴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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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르는 물 10.06.25. 09:57

저도 꽃사랑님과 비슷하게 받아들였는데 다르게 받아들인 사람도 많은 모양입니다.

"출처" - 시하늘 http://cafe.daum.net/sihanull

삼류가 본 삼류들 / 정겸

- 이재무 시인의「삼류들」을 읽고

녹산문고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신간 시집코너 앞에서,

나는 본다, 이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의 냉기보다 무수히 쏟아지는 역겨운 시집들을.

누구도 읽지않은 일류의 시집들을.

한때 가이아의 향기가 흘렀던 이 시집의 종이,

폐지도 되기 전에 벌써

썩은 냄새를 풍기며

한물간 채소처럼 버려지고 있다.

아직도 착각에 빠져있는 배우들이

검정천으로 가려진 무대에서

저희들만의 유령 왕국을 만들고

북을 치고 장구도 치며 공연을 하고 있다.

대본에도 없는 왕을 옹립하고

군주가 되어 옥새도 찍히지 않은

교지를 남발하며

누구는 정승이 되어 우쭐거리고

누구는 남원고을 원님이 되어 주색잡기로 하루를 보내고

누구는 고부군수가 되어 수탈을 일삼고 있다.

누구는 관기가 되어 소모품처럼 노리개가 되었고

누구는 미관말직이라도 얻어보려고 산해진미를 진상하고 있다.

매관이 성행하는 이상한 왕국

백성들이 이반한 유령 왕국

백색의 양귀비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그 향기에 취해 흔들거리는 폐허가 된 왕국

사방을 둘러보아도 관객은 없다

저희들끼리 웃다가 울다가

박수를 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날이 어두워 지자 공연을 마친 속물들이 가면을 쓰고

굶주린 승냥이로 변하여 먹잇감을 사냥하고 있다.

하늘을 막 날려던 가냘픈 까투리 한 마리

목덜미를 물려 피를 흘리고 있다.

<현대시> 2008. 8월호

 정겸 시인

 2003년 『시를사랑하는사람들』로 등단

이 재무의 삼류//

이 글을 읽고 나서 많은 이들이 분노하거나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은근히 외면하려 한다.

요즘 세상은 한 집 건너 시인이라 한다. 소똥이도 개똥이도 짱구도 언순이도 시를 쓴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글을 쓰게 된 배경이나 이유, 동기는 어디에 있을까? 

1. 당사자의 오만으로 말미암은 우월감이나 약자 경멸

2. 사실대로의 자기 느낌과 생각을 토로

3. 앞의 두 가지를 떠난 순수한 상상력의 작품

4. 어떤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하여

그렇다면 본인은 이 글의 여파를 조금도 짐작하지 못한 것인가? 짐작했더라도 무시할만한 배짱이 있어서인가?

아니면 진실을 진실대로 말했을 뿐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었을까?  알고자 하면 알 수는 있다.

그의 시풍이나 정신적 구심점이 무엇인지 그의 다른 글들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문상을 가서 죽은 이의 험담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말하는 이는 있었던 사실을 본대로 있었던 대로

이야기를 한다. 죽은 이의 능력이나 성격, 처세는 적당한 상상에 맡기기로 하고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사람은 표리부동한 이기적인 동물이다. 더러는 사회적 명분이나 도덕적 명분으로 사실을 은폐하거나 피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성격상 직시하고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출판사가 왜 이런 글을 뽑아 실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반적인 도덕적 견해인지 모른다. 명분과 연민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천륜이거나

도덕적 당위는 아니다.

어쩌면 어떤 이의 마음속에는 그래 맞는 말이야 하는 속삭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예민한 것을 그리 함부로

말하면 안 되지

하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글을 침 바르지 말고 한 번 강평해보라. 그것이 아무리 순수한

동기에서라 해도

다들 기분이 상한다. 공식적으로 하는 전문적 비평이면 그렇지 않을까? 우리의 자만심이나 허영, 자존심 또는 

자기 만족감은 이런 것을

어찌 받아들일까? 자괴감은 들지 않을까?  글을 쓰는 사람이 버려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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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을 할 때는 누구나 삼류이다. 완성도, 작품성, 예술성, 우리는 이런 말들을 자주 하고 자주 듣는다. 위의 글들은

완성도는 있을지 몰라도 작품성이나 예슬성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글은 우선 완성도가 먼저이다. 아무리 글이 좋아도(작품성이 그리고 예술성이) 완성도가 떨어지면 그 글은

그저 글의 소재일 뿐이다.

완성도를 /문장의 형식과 /내용의 질서, /적절한 표현/ 으로 나누어 보자.

소월의 진달래를 들어보자.

                    시집 「진달래꼿」(1925년)

진달래꽃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말업시 고히 보내드리우리다

寧邊에藥山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거름겨름

노힌그꽃츨

삽분히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죽어도아니 눈물흘니우리다

문장의 형식과/

나보기가 역겨워 당신이 가실 때에는 당신이야(너야) 아무소리 없이 간다 할지라도

나는 죽으면 죽었지 눈물 따위는 아니 흘릴 것이다.

내용의 질서와 / 

말업시 고히 보내드리우리다

가실때에는

나보기가 역겨워

寧邊에藥山  

아름따다 가실길에 뿌리우리다

진달래꽃

노힌그꽃츨

가시는거름겨름

가시옵소서 즈려밟고삽분히 

역겨워 가실때에는

나보기가

죽어도아니 눈물흘니우리다

적절한 표현이/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나보기가 좋아서 가실때에는

나보기가 미워서 가실때에는

나보기가 싫어서 가실때에는

어느 표현이 적절한가. 또한, 누가 보더라도 원문보다 한층 더 좋은 작품(일부분이 아닌 全文)이 될 수 있다면

모작의 한계를 벗어난 재창출(재창조)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글이 아무리 좋은들 완성도가 떨어지면 작품이라 말하기 어렵게 된다.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

완성도가 있어야 작품이 되고 작품이 있어야 예솔성이 나온다. 작품을 다듬고 다듬는 이유도 여기 있다.

//////

혼불에서의 /아버지의 시집/은 완성도가 어느 정도 떨어지는 글이지만 작품성이나 예술성에서는 돋보이는 글이다.

완성도가 글의 작품성을 인정해주는 것이라면 작품성은 글의 내용울 말해주는 것으로 좋은 글이 될 수 있는

조건(소재의 완성)이라 하겠다.

문학에서의 예술성은 작품성을 바탕으로 한 가치성이다, 문학의 가치란 문학의 기능인 교시성과 쾌락성(쾌락

중에서도 주로 情操的 쾌락)의 가치를 말한다.

예술성은 바로 잘된 글이다. 좋은 글과 잘된 글은 차이가 있다. 좋은 글은 읽는 이들의 개인적인 성향이지만

잘된 글은 비평의 논전에서 인정되는 글이다.

또 하나의 글... 한줄방에서 찾아낸 봄밤/을 읽어보자.

이 글의 원문은 아래와 같다. 제시어가 눈인데 눈을 나타내다가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잠재능력이 튀어나온 글이다.

제시어보다 더 좋은

폭 너른 상상이 전개되어 제목을 바꾸어야 하는 그런 경우이다.

봄밤(퇴고문)

             김영원

영등포 사냥꾼들과
답십리 불여시들이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났는데요
술잔이 돌고 조명이 돌고
음악 또한 죽여주는데요
서로서로잘도잘도 돌아가는데요

술병을 지키는 남자와
가방을 지키는 여자가
공연히 뚜껑 열리는 밤인데요
옆구리가 근질거리는 밤인데요
힐끗힐끗 눈독들이다 
저절로 눈이 맞는 밤인데요
아무튼 고런 밤인데요
어때요 자기,
한잔하시겠어요?

그런데 원문이 더 좋아 보인다. 이 글은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다만, 아쉽다면... 

제시어 - 눈 (원문)

한 패거리의 남자들과
한 패거리의 여자들이
나이트클럽에서 만났는데요
술잔이 돌고 조명이 돌고
음악 또한 죽여주는데요
서로서로잘도잘도 돌아가는데요

술병을 지키는 남자와
가방을 지키는 여자가
공연히 뚜껑 열리는 밤인데요
옆구리가 근질거리는 밤인데요
힐끗힐끗 눈독들이다 
저절로 눈이 맞는 밤인데요

마지막 행의 /저절로 눈이 맞는 밤인데요/라는 평이한 끝맺음과 /눈독들이다/ 부분이다.

다행히 퇴고에서의 마지막 행이 있어 그것을 떼어다 부치면 좋을 법 하다.

아무튼 고런 밤인데요/ ......... 이 행만을 덧붙이는 게 좋다고 보인다. 아래의 두 행은 사족이다.
어때요 자기,
한잔하시겠어요?

이리 사족이 달리는 이유는 쓴 이가 무심히 써놓고 지나가려고 한 글이 작품으로 눈에 뜨인 탓에 작자가 자기감정에 

빠져버린 탓이다.

이 글은 누구나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회생활의 한 단면과 보통 사람들의 심리, 모임의 뒤풀이쯤으로 놀러 간

어느 클럽에서

자의 아닌 타의이거나 자의이긴 해도 은근히 왕따 당하는 듯한 느낌의 욕구 소외감을 우연히 자리를 이웃한 두 남녀의

색다른 반전 심리로 아주 잘 형상화했다.

그래서 마추치는 눈빛이 어디 보통 눈빛이랴. 저절로 스리슬쩍 마주치는 고런 눈빛이기에 그것으로 여운을 남기고

맺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글의 분위기가 상상할수록 감칠맛이 나게 된다.

이것이 이 글의 작품성이 돋보이는 이유이고 또 달리 예술성이 있어 보이는 것은 도덕심을 고취하는 차원에서

선의시되고 장려되며 우리의

옛 어른들이 사용하던 말 /착한 일 하면 복 받는다/는 남을 위해 자신의 욕구가 희생(절제 억압, 양보 등)되다가

그 대가(對價)로 찾아온 보상, 요즘

세상에선 도외시되기 십상인 객관적 의미에서의 어떤 아름다움(양보성에 대한 )이 보여주는 시원한 재미와 클라이맥스가

아주 짧게 잘 함축이

되어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물론 읽는 이들은 약간의 비도덕적 상상도 함께하면서 일테지만 재미있는 글이다. 

더군다나 그 소외가 본인의 직접적 체험이든 관찰에서 온 것이든지 간에 냉철한 이성과 예민한 감성으로 잡아낸 창작물이다.

무심히 써 내려간 글과 의식적으로 퇴고한 글과는 약간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런 자기감정의 끼어듬이 나타난 부분은 봄밤에서의 

영등포 사냥꾼들과

답십리 불여시들이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났는데요/ 표현이다.  이 표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원문의...

한 패거리의 남자들과
한 패거리의 여자들이
나이트클럽에서 만났는데요/ 의 표현은 아주 평범하고 평범한 갑남이나 을녀들의 상황과 그 심리적 현상을

수학공식이나 어떤 원리처럼 아주 개관적(개념적 전개)으로 보여주는 담백한 맛이 있지만  

봄밤의 표현들은... 아주 자극적이고 감각적 이미지를 펼쳐 보이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눈독들이다가/ 의 표현은

원문에서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 눈독을 들임은 처음부터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그리 뚜껑이 열릴 것까지는 없다.

술병을 지키는 남자와
가방을 지키는 여자가
힐끗힐끗 눈독들이다 / ....   오히려 술병을 지키고 가방을 지키는 것이 더 잘된 일이다.

원문에서 이것은 어디까지나 뚜껑 열리다가 또는, 지키면서... 힐끗힐끗 쳐다보다가 우연히 일어난 의기투합인 것이다.

물론 옆구리가 근질거리다가 힐끗힐끗 눈독들이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봄밤의 영등포 사냥꾼들과/ 답십리 불여시들에게는

어울리지만

한 패거리의 남자들과/ 한 패거리의 여자들에게는 안 어울린다. 개관적 갑남과 을녀가 아예 사냥꾼과 불여시가 되기 때문이다 .

그리고 이글이 내용과 맞아떨어져 특징적으로 살아나는 이유는 그 빠른 언어적 운율과 아주 세속적인 어투 탓이다.

낭송한다면 어떤 재미가 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빠른 언어적 운율/

돌고 돌고
서로서로잘도잘도 돌아가는데요
힐끗힐끗 눈독들이다 
저절로 눈이 맞는

세속적인 어투/

영등포 사냥꾼
답십리 불여시
"물 반 고기 반"

죽여주는데요
뚜껑 열리는

옆구리가 근질거리는

 눈독들이다

끝으로 제목이 어울리지 않는다. 

공연히 뚜껑 열리다가, 옆구리가 근질거리다가, 힐끗힐끗 눈독들이다가 눈이 맞는 게 봄을 타기 때문인지... 
클럽의 분위기 탓인지...  글의 전체적 분위기라면 눈도 아니고 봄밤도 아니다. 그냥 클럽의 분위기 탓이다.

그러니 클럽에서.../ 정도면 어울리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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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럽에서 ?

한 패거리의 남자들과
한 패거리의 여자들이
나이트클럽에서 만났는데요
술잔이 돌고 조명이 돌고
음악 또한 죽여주는데요
서로서로 잘도잘도 돌아가는데요

술병을 지키는 남자와
가방을 지키는 여자가
공연히 뚜껑 열리는 밤인데요
옆구리가 근질거리는 밤인데요
힐끗힐끗 눈독들이다(쳐다보다가)
저절로 눈이 맞는 밤인데요

아무튼 고런 밤인데요

/ 클럽에서 ?

영등포 사냥꾼들과
답십리 불여시들이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났는데요
술잔이 돌고 조명이 돌고
음악 또한 죽여주는데요
서로서로잘도잘도 돌아가는데요

술병을 지키는 남자와
가방을 지키는 여자가
공연히 뚜껑 열리는 밤인데요
옆구리가 근질거리는 밤인데요
힐끗힐끗 눈독들이다 
저절로 눈이 맞는 밤인데요
아무튼 고런 밤인데요  .......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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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글... 이 글도 좋은 작품이다.

눈

눈이 눈을 보고 '누나' 한다 

누나도 아닌 눈이 소리에 녹는다

늦은 저녁 쓸쓸한 상가을 지키는 국화송이 아래

다소곳이 앉아있는 꽃 한송이

'눈아'하고 불렀는데

'누나'하고 불렀는데

그자리에 스르르 녹는다

한참 읽고 나서도 적응이 될까 말까 하다.

물론 동의어의 어감에서 오는 혼란 탓이지만 표기의 혼란에서 오는 것이 더 크다.

전부를 눈으로 표기하면 읽는 사람이 알아서 읽는 것이 더 좋지 않나 싶다.

오타도 한 군데 상가을(를)

눈

눈이 눈을 보고 '눈아' 한다 

눈도 아닌 눈이 소리에 녹는다

늦은 저녁 쓸쓸한 상가를 지키는 국화송이 아래

다소곳이 앉아 있는 흰 꽃 한송이

'눈아'하고 불렀는데

'눈아'하고 대답하면서

그 자리에 스르르 녹는다  / ....................정도로 읽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