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와 바이오도 반도체기술 필수"
파올로 지우세페 카펠레티 박사(이탈리아 STMicroelectronics사 반도체연구소장)
"아마 지난 50년 동안 반도체만큼이나 우리의 일상생활과 문화를 송두리째 바꿔 놓은 기술이나 과학은 없다. 반도체가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쓰였던 아니면 오락적인 목적으로 쓰였던 간에 20세기의 대단한 발명품이라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파올로 지우세페 카펠리티(Paolo Giuseppe Cappelletti) 박사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반도체 회사인 STMicroelectronics社의 반도체 연구소장이다. 카펠레티 박사는 지난달말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12차 한국반도체학술대회에 참석해 "반도체는 이동통신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문화를 심어준 20세기의 가장 혁명적인 개발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는 크기와 용량에서 뿐만 아니라 기능에서도 앞으로 무한히 개발할 소지가 많은 부품으로 인류의 첨단과학기술에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이며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심지어 첨단 무기개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펠레티 박사는 "물론 생명공학과 나노테크가 새로운 기술로 떠오르고 있지만 반도체 기술은 생명공학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며 특히 나노 기술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은 하나하나 예를 들어 설명할 필요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대학(University of Milan)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카펠레티 박사는 1979년 졸업 후 바로 STMicroelectronics의 전신인 VLSI 프로세스개발 그룹인 SGS에 입사했으며 1984년까지 NMOS 프로세스 개발에 관여하면서 반도체 실험과 프로세스통합(integration)등에 대해 깊이 연구를 했다. 그리고 DRAM 프로세스 개발 등 반도체개발 분야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축적한 베테랑이다.
카펠레티 박사는 86년 이후부터는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가 소멸되지 않는 기억소자인 비휘발성기억장치(Non Volatile Memories) 연구에 참여하면서 CMOS 기술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플래시 메모리도 그의 중요한 연구 분야다.
반도체와 관련해 40권 이상의 책을 낼 정도로 저술활동에 왕성한 정열을 과시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직접회로와 비휘발성 기억장치 분야에서만 무려 30개나 넘는 특허를 낼 정도로 이 분야에서 대단한 능력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 연구가다.
"한국은 미래 산업의 주인공인 반도체 기술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와 있다"며 "반도체에 대한 선진 기술이 앞으로 모든 산업을 선진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본지는 카펠레티 박사를 만나 단독인터뷰를 했다.
▲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국은 자동차 기술과 함께 반도체 기술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은 반도체 때문 아니겠는가. 그리고 오늘 대회를 주관한 하이닉스 반도체도 그 기술력이 대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요즘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오르며 '또 하나의 삼성'을 예고하고 있는 LG전자도 반도체기술로 톡톡히 덕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은 반도체 기술이 대단한 나라다.
자동차도 한국의 경쟁력 있는 산업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볼 때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자동차 보다 반도체에서 높은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은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인력도 풍부하다. 재능 있는 젊은 맨파워가 한국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중국, 인도, 신흥산업국가로 떠오르는 동유럽 및 북유럽 국가의 추격세도 만만치 않다. 이런 도전을 받는 것은 반도체 강국인 미국, 일본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마찬가지다.
▲ 강연 내용과 관련해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반도체는 응용과학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전자제품은 응용과학이 만들어 낸 가장 성공적이며 대표적인 사례다. 인간이 이미 만들어낸 산업기술 가운데서 없어진 산업은 없다. 섬유산업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사양산업이라 할 수 있다. 섬유산업은 입기에 편하고 몸에 좋은 기능성 섬유를 만들어 내는 특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그래서 패션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의 경우, 기술은 끝이 없다. 반도체 칩의 경우 용량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요즘은 시스템온 칩, 유비쿼터스 칩 등 기능성에 초점을 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철강산업이나 조선산업과 다르며 '종합과학'의 산물이라는 자동차산업과도 다르다. 반도체기술을 제일 필요로 하는 IT제품은 이제 우리 삶의 일부가 돼 버렸다. 이제 휴대폰이 없는 사회는 생각할 수 없다. 또 MP3 플레이어가 없는 문화도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 유망한 산업으로 국가간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나노기술이나 생명공학분야에서도 반도체의 중요성은 대단하다. 나노 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에 따라 반도체기술도 발전할 것이다. 특히 나노 기술의 경우는 반도체 없이는 생각할 수도 없는 산업이다.
▲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반도체는 휴대용 전자제품을 위해 개발됐다. 제품을 소형화하는 데 있어서 반도체는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이다. 나노 기술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반도체 기술의 발전은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응용분야의 성격에 달려 있다. 이러한 제품의 진화가 어떤 방식으로 변하느냐에 따라 반도체기술도 변하게 된다. 그래서 통합성이 중요하다. 여러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다.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 역할을 동시에 하는 '디카폰'이 그러한 경우다. 그리고 심지어 여기에 MP3 플레이어는 물론 PDA와 컴퓨터기능을 동시에 하는 새로운 제품들도 쏟아질 것이다. 반도체 기술도 그에 따라 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