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금요일 맑다. 공항 극장에서 《명량》을 구경하다.
지은이가 한 달반 만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여 인천공항까지 내외가 전송하러 나갔다. 갈 때는 구파발 역을 지나가는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탔고, 올 때는 전철을 세 번 갈아타고 시내버스를 또 한 번 갈아타고 왔다. 가는 차비는 개인당 1만원이나 들었지만 한 시간 남짓 편하게 갔고, 올 때는 시간은 그 보다 좀 더 걸렸으나 전철은 경로 활인을 받아 무료로 탔으니 각각 좋은 점이 있다.
오고 가는 길에 잘 다듬어진 도로와, 무성한 신록, 시원한 바다, 훌륭한 공항 시설 등등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보는 것 마다 이만하면 정말 세계에 어느 곳에 가도 빠지지 않는 문화시설이라고 생각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을 이용하는 우리 한국인들의 공중도덕, 문화 수준도 과연 그만큼 높아 젓는지는 의심스럽다.
아침 11시 시카고 행 아세아나로 지은이는 떠나고 우리는 공항 구내에 있는 극장에 들어 가서 《명량鳴梁》이란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하는 전쟁영화 한 편을 구경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싸우는 장면만 연속이었는데, 보청기를 꽂고도 말을 다 못 알아들으니 특별히 잘 된 점은 모르겠다. 공항 안에 극장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또 작별을 하고 나니 그냥 집에 돌아가기가 허전하여 한 번 들려 보았을 뿐이다. 집에 들어오면서 내자가 "빈 껍대기만 돌아오는 것 같내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