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지난 10여년간 야심차게 준비해온 첫 '해상 원전' 이 모든 준비를 끝내고 23일 가동 현장으로 떠난다. 세계 최초의 해상 원자력발전소(원전) ‘아카데미크 로모노소프’ академик ломоносов는 그동안 북극 항구도시 무르만스크에서 선체 건조와 원자로 설치및 테스트 등을 받아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핵추진 쇄빙선에서 사용된 KLT-40S급 원자로(발전 용량 70mW/h) 2기를 장착한 '아카데미크 로모노소프'는 23일 3척의 예인선에 끌려 북극항로를 통해 최종 목적지인 극동 추코트카로 향한다. 환경단체들은 "떠다니는 체르노빌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러시아측은 '원전의 안전성'을 담보하면서 해외진출까지 자신했다.
이 해상원전은 출항 한달 뒤 추코트카주 페벡에 도착해 이 지역의 광물 채굴현장과 가정에 전기를 공급한다. 추코트카 현지에는 해상원전이 정박할 시설과 전력 전송 네트워크 등을 마무리하는 중이라고 한다. 본격 가동은 12월이다.
서방 전문가들은 '아카데미크 로모노소프'의 출항을 핵 에너지 분야의 새 기원을 여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하면서도 원전 안전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무르만스크 인근 군사기지에서 핵 미사일 실험 중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도 이같은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원자력공사(로사톰) 측은 "새로운 핵 미사일 엔진의 실험과, 이미 가동 노하우가 풍부한 KLT-40S급 원자로 운용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고 반박한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러시아지부 측은 “무엇보다 해상 원전은 해적들의 습격이나 자연재해 등 외부 위협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로사톰 측은 “아카데미크 로모노소프는 원전이면서 동시에 선박”이라며 “자연 재난에 해상 원전이 침몰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러시아군이 외부의 침입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크 로모노소프는 앞쪽과 중간에 원자로를, 뒤쪽에 원전 관리 인력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배치했다.
그렇다면 경제성은 어떨까? 아무리 오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 경제성은 확보하거나, 대체 에너지에 대해 상대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안톤 클로프코프 러시아의 민간 에너지안보연구소장이 “해상 원전의 건설 비용은 육지의 원전보다 적게 들겠지만, 전력량 당 단위비용은 더 높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로사톰 측은 "오지에도 에너지(전기)를 공급하는 건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육지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비용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라고 반박했다.
'아카데미크 로모노소프' 배치가 노리는 것은 또 있다. 북극권 개발이다. 북극해에 배치된 석유시추선에 전력이 공급되면, 러시아의 북극권 개발은 더욱 활기를 띨 게 분명하다. 북극해에는 전 세계 미개발 원유의 25%, 천연가스의 45% 정도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 국방부는 지난 5월 '아카데미크 로모노소프' 배치가 (자국의) 북극해 진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로사톰은 지난 2015년 이미 해상 원전을 최소 7기를 건조,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가 200여년만에 개통되고 대부분 항로에서 쇄빙선 없이 일반 상선으로도 출입이 가능하게 되자 벌써부터 북극해 19개 군용 공항 및 항구들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하고 있다. 또 북극항로 개척 등을 목적으로 핵추진 쇄빙선 '우랄'을 최근 진수하기도 했다.
로사톰은 또 해상원전 기술의 수출을 노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로사톰이 남미, 아프리카및 아시아 지역의 일부 국가들과 해상원전 수출을 협상중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