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콧물
감기인가 비염인가
아침이면 주르륵 흐르는 콧물
코가 싫어하는 환절기
겨울은 콧물의 계절
눈코가 하나로 연결된 관에서
배설하는 눈물 콧물
눈물의 마지막 종착지는 콧속
눈물은 정서가 있는 샘이고
콧물은 눈물의 하수구이다
눈물은 위력을 가진 최후의 물약이고
코는 공기정화기이다
펑펑 울 때 눈물은 진정한 눈물이다
눈 안의 눈물은 건강한 눈을 유지시키고
눈 밖의 눈물은 마음의 눈을 확장시킨다.
코 안의 콧물은 공기 속에 이물질을 제거하고
코 밖의 콧물은 세균 덩어리를 배출한다.
아주 어린 시절
말 안 들어 실컷 회초리로 얻어맞고
잠들었을 때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소리 없이
뚝뚝 흘리시던 어머니의 눈물
꾹꾹 누른 인내의 눈물
손가락 마디마디 고행의 흔적
까맣게 몰랐던 속울음
목구멍으로 삼킨 눈물의 흔적
세상의 부조리에 흐르는 눈물
덫에 걸려 못다 푼 옛 이야기
눈빛에 아른거리는 눈물
때늦은 참회의 눈물은 침묵이거나 비명이거나
삶의 가치를 빚어주는 절대자가 주신 눈물
송골송골 맺힌 눈물
거친 입을 타고 흐르는 콧물
바람과 섞이어 씁쓸한 맛
삶의 무게를 포장한
격렬한 육체의 시간은 길고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들
삶을 견뎌내는 눈물의 온도
사랑과 이별을 녹여주는 온도
나를 찔러대는 눈물
혼자 기울이는 술잔의 눈물
그것은 눈물이 아닌 피눈물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인생의 무게감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적이 없는 자
밤에 한 번 이라도 침상에서 울어본 적이 없는 자
그는 당신을 알지 못하오니 하늘의 권능이시여
당신을 통하여 삶의 길을 우리는 얻었고
불쌍한 죽을 자들 타락케 하시어 고통 속에 버리셨다. *
* 괴테
카페 게시글
♣ 김영철
눈물과 콧물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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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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