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2.목.戊戌일
편재, 편재 묘지. 간여지동. 월살.
달이 떠 밤하늘을 비추니 어둠을 헤매던 내가 길을 찾는다.
주변의 희생으로 인한 부가이익을 얻는다는 월살.
매일 먹던 아마씨가 거의 바닥나 온라인으로 주문을 했다.
쿠폰과 포인트를 써서 80%가량 싸게 구매 성공! 흡족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어제 배송추적을 해보니 대전 허브에서 간선하차와 상차를 마쳤다.
서울 회기동에서 출발한 물건이 대전물류센터에 내려졌고 배달할 각 지역 차량에 다시 실렸다는 얘기.
이 정도면 내일 오후엔 집 앞 배송이 완료될 듯했다.
역시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뜬다.
온라인 쇼핑과 택배가 생활화되다보니 간선 상하차만 떠도 마음이 놓이고 기분이 급좋아진다.
예전에 엘리베이터없는 빌라 4층에 살 때는 4층까지 주문한 물건을 올려주는
택배기사의 노동이 마음 아프고 미안해서 택배를 끊었었다.
그때 그때 필요한 물건을 장봐서 낑낑대며 실어날랐다. 덕분에 물건을 소량으로 자주 구매하게 됐고
쟁여두겠다며 발동하는 지름신이 제어가 되어 의도치 않게 생활비도 줄었다.
하지만 아파트로 이사오며 죄책감은 엘베에 실어보내고 다시 택배 지름신을 영접했다.
그리고 코로나가 도래하여 더 감사하게도 비대면 배송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 쇼핑과 택배는
생활의 일부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았다.
간선상하차의 문자에 마음이 설렜던 나는 그때까지도 노예 알바 ‘까대기’를 알지못했다.
‘까대기’는 허브라 불리는 택배물류센터에서 자동으로 분류된 택배 상자를
차에서 내리고(하차), 다시 싣는(상차) 작업을 말한다.
이 일은 수십명 혹은 수백명의 사람 손에 맡겨져있는데
매일 저녁 8시30분부터 새벽 6시30분까지 일하고 일당 9만5천원을 받는다.
밥버거나 컵밥이 주어지는 저녁 시간 30분이 휴식시간의 전부.
속도가 느려지면 쌍욕이 날아오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야외에서 볼일을 봐야하고
무거운 짐을 빨리 날라야하니 몸 성한 데가 없다. 산재보상을 신청하면 다음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렇게 환경과 처우는 열악하고 ‘절대 하지 말라’는 후기가 줄을 잇지만
알바로 벌기 힘든 금액 때문에 사람들은 택배상하차 일로 되돌아온다.
‘일당 보다 병원비가 더 나온다’는 지옥의 알바, 현대판 노예, 남한의 아오지 탄광,
법도 인정도 통하지 않는 사각지대, 택배 물류센터에 대한 기사를 읽고서야
나는 오늘도 청년 일용직들이 까대기한 물건을 배달받았음을 알았다.
오늘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부가이익을 얻고, 내일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내가 희생될 것이다.
그것이 섭리에 맞다. 억울할 필요가 없다.
첫댓글 누군가가 누린다는 건
또 다른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있기때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