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되지만 저는 화천의 7사단 신교대로 배치를 받아 와있습니다. 이제겨우 하루가 지났고 정식훈련기간도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런게 신병 생활 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식대로 행동하다보니 금방 지쳐버리는 자신을 볼때면 항상 운동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시던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알 듯 합니다. 제가 오기전에 한 선배분이 이런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군대는 잊어버리는 곳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찾아내고 아로 새기는 시기라고요. 이제 하루하루 가까이에서 따듯하게 감싸주던 부모님.친구들.선배들.동생들.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고 추억인지 확실히 알겠습니다.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항상 낙오하면 어쩌나, 정말로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불안이 들지만 최대한 열심히 해보려고합니다. 주위사람들에게 항상 격려를 받아왔던 저 이니만큼 좋은 동기 많이 사귀어서 함께 이겨내겠습니다. 여기에서 나를 잊어도 안되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도 안되겠다는 생각 가지고 의지력이나 체력이 부족한 단점들 고치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인면도 아주 버리기 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하는 정도로 발전하도록 해보겠습니다. 앞으로 6주. 진짜 신병교육이 시작되면 정말로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 많겠지만 엄하시면서도 잘해주시려고 노력하시는 소대장님 내무실장님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집에서 기도해주시는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등 여러사람들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기 236명중에 63명은 전경이 됩니다. 철책앞에서 근무를 서는게 아직 구타가 있다는 전경보다 낫다는 얘기도 있지만 둘러치나 메치나 거기가 거기인게 강원도라고 하니 큰 차이야 없겠다고 생각합니다. 잠깐 나가서 정신교육 받은 바로는 여기7사단이 박정희 대통령이 소장일때 사단장으로 있었다고 하네요. 그럼 최전방부대겸 쿠데타 경험도 있는 부대라는 거네요.(신기 겸 새삼) 참. 여유되시면 제 핸드폰 메모리가 남았다면 0번에 있는 스피라는 친구에게 훈련소 7사단 됬다고 전해주세요. 번호도 적어놔 주시고요. 제일 친한 친구인데 지금 상당히 궁금해 할거에요. 만약에 메모리 없어졌으면 제 서랍장 두번째 열어보면 노트한장 찢은거에 제가하던 게임 스탯 스킬 계획써놓은 종이에 네모쳐서 스피 전화번호만 적어놨어요. 나중에 자대 나와서 연락드리면 그것도 전해 주셨으면하고요. 메모리 남아있으면 그중에 '세이'라는 녀석한테도 부탁드려요. '세이카'아니고'세이'에요. 2월 14일에 저처럼 춘천으로 입대하는 친구에요. '진원이'라고 해서 잘모르면'유성'이라고 하면 알거에요. 첫 편지에서 이런부탁드려서 죄송하지만 제가 따로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부탁드려요. 이녀석은 저 자대갈때는 훈련소에서 뒨굴고 있을테니 그때는 연락 안하셔도 되고요. 보충대 앞에서 받은 펜이 잘 안나오더니 어디로 갔는지 잃어버려서 엄마가 준 펜으로 쓰다가 다시 찾았따. 일요일은 훈련이 없는듯해요. 이 편지를 며칠에 걸쳐서 쓰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월요일부터는 진짜 훈련이 시작될테고, 4주후에는 전경이 될 사람들이 떠날테고 6주가 지나면 오기전엔 쉬워 보였던 작대기 하나를 달고 어느부대의 막내가 되어 가겠지. 그렇게 또 100일이 오면 엄마를 아빠를 집을 친구를 한번더 볼테고 머리에 어깨에 선이 하나씩 늘어나고 친구들이 나를 기다리던 시간은 가고 내가 친구소식을 기다리는 때가 올테지. 오즘은 체력도 문제지만 직사각형으로 딱 각을 잡아줘야하는 관물정리에 손재주가 없어서 잘 안되는게 걱정이에요. 어제는 우리보다 1년 선배인 훈련병들의 기록을 봤어요. 오늘 훈련 받을때 입는 침투복을 점검 하면서 옷에 깊이 배인 땀냄새도 느꼈고요. 일단 지금까지로봐서는 운은 좋은거 같아요. 최대한 자율적으로 배려해 주시는 분을 만났으니까. 물론 내일부터는 어떻게 변한 진짜 훈련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러다보니 이틀동안 쓰는 편지가 되버렸네. 지금 일요일에 나온다는 부식인 건빵과 맛스타를 먹고 있는데 맛있네. 편지지도 주고. 봉투도 주고. 수첩에는 배운 내용을 적고. 틈틈이 편지도 쓰고. 그리고 여유생기면 지금 쓰고있는 물건 중에 유일하게 남는 노트 한권에 뭔가 내 스스로의 일을 해볼까해요. 계급이 익숙해지고 점점 오를때 쯤이면 여유가 많아질테니 길고 긴 프로젝트로 해 보고 싶어요. 지금생각으로는 한권 가득할 정도의 스케일인 소설을 쓸까 하는데. 엄마 보기엔 뭐하는게 제일 나을거 같아요? 아빠는 혹시 아직 관물대에 옷이나 물건들 접고 각잡는 노하우 기억나면 좀 가르쳐줘요. 맘대로 안되서 짜증나는 중. 여기선 이 필체처럼 말했다간 바로 날 박살낼 사람만 넷쯤 되는군. 쓸 얘기가 많은듯 하면서도 별로없는 느낌도 있어요. 일단 첫 편지. 지금 쓸 얘기는 더 없는거 같으니까 여기까지 쓸게요(또 다른 일 생기면 덧붙일지도 모르지만)여기는 7사단 칠성부대. 강원도 화천 산속 신병교육대. 신교대와서 처음으로 교회에 다녀왔어요. 아빠가 맨 첫장에 써주신 도움이 될만한 성경구절. 엄마가 마지막장에 써놓으신 기도 잘 봤어요. 군대와서 정말로 배우는게 있다면 정말 사랑받는다는게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건지 깨닫는게 아닐까해요. 발이 조금까지고. 항상 제식으로 걷다보면 금방지치고. 작년 이맘때 다폈던 허리도 조금 아파요. 감기같은 증상을 느낄 때마다 겨울이란게 참 싫기도 하구요. 하지만 엄마 아빠랑 기도해주시는 사람들. 하나님 믿고 건강하게 잘있을게요. 기도하는 만큼 절 믿고 걱정마세요. 그럼 다음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을때까지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