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方[7637]梅溪조위(曺偉)先生-聞鄭子健 錫堅 赴洛。作詩寄之。
聞子健卽眞赴洛
들을문 존칭자 튼튼할건 곧즉 참으로진 갈부 물이름락
자건(이) 곧 참으로 낙양(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子健: 조선 전기에, 병조참의, 대사간, 이조참판 등을 역임한
정석견을 가리킨다.
그의 자(字)가 자건이다.
◆洛: 낙양(洛陽)을 가리킨다.
그런데 정석견은 1483년 북경(연경)으로 사신단 수행을 했을 뿐,
낙양으로 간 기록은 없다.
조위는 친구의 중국행을 ‘낙양(洛陽)’이란 단어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作詩寄之
지을작 시시 부칠기 대명사(그에게)지
시(를) 지어 그에게 부치다.
西掖罘罳隔霧看
서쪽서 곁채액 그물부 부시시 사이뜰격 안개무 볼간
서액(의) 부시(는) 안개 사이로 보이고
◆곁채: 몸채 곁에 딸려 있는 집채
◆西掖: 중서성(中書省)의 별칭이다.
이 시에서는 중서성의 전통적 별칭을 빌려 쓴 시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관청 이름이 아니라, “궁중 서쪽 관청”을 우아하게 지칭한 문학적 장치다.
◆罘罳: 새가 앉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전각(殿閣)의 처마에 둘러치는 철망
宮槐葉落曉光寒
궁궐궁 홰나무괴 잎엽 떨어질락 새벽효 빛광 차가울한
궁궐 홰나무(의) 잎(은) 떨어져 새벽 빛(은) 차갑네.
◆宮槐: 대궐의 풍경을 표현한 말이다.
주(周)나라 때 궁정에 홰나무 세 그루를 심어 놓고
삼공(三公)의 자리로 삼았는데,
후대에 내려오면서 이를 본받아 왕궁에
이 나무를 많이 심었던 데에서 나온 말이다.
秋風江海金虀鱠
가을추 바람풍 강강 바다해 금빛금 양념제 회회
가을 바람 (부는) 강(과) 바다(에는) 황금빛 양념(의) 회(있을 텐데)
◆金虀鱠: “황금빛 양념을 곁들인 최고급 생선회”라는 뜻으로,
남쪽 바다(강남·동남 지역)의 진미를 상징한다.
중국 고전에서 “金虀玉膾”로 자주 쓰이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중 하나로 칭송받았다.
爲問何如苜蓿盤
하다위 물은문 어떨하 같을여 거여목목 거여목숙 소반반
물어보자, 어떨지? (이곳의) 목숙 소반(과) 같은 것은.
◆苜蓿: 콩과의 두해살이풀. 높이는 30~60cm이며, 잎은 어긋나고 겹잎이다.
봄에 노란 잔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피고 열매는
용수철 모양의 협과(莢果)를 맺으며
거름, 목초로 쓰인다. 유럽 원산의 귀화 식물로 들에 자라는데
경남, 전남, 제주, 평북, 황해 등지에 분포한다.
◆소반: 자그마한 밥상.
◆批: 곡조가 탁월하다.
조위가 중국으로 떠나는 벗 정석견(鄭錫堅, 자 자건)을 송별하며 지은 시
「聞子健卽眞赴洛 作詩寄之」는 깊은 우정과 관직 생활의 고뇌,
그리고 미식(美食)의 비유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제목의 ‘낙양’은 본래 중국의 고도(古都)를 뜻하지만,
여기서는 정석견이 사신단의 일원이 되어 중국(북경)으로
먼 길을 떠나게 된 것을 우아하게 표현한 문학적 장치다.
조위는 새벽녘 안개에 싸인 궁궐을 바라보며 시를 시작한다.
“서쪽 관청의 처마 밑 철망은 안개 사이로 가물가물 보이고,
궁궐 홰나무 잎은 떨어져 새벽빛이 참으로 차갑구나.
(西掖罘罳隔霧看, 宮槐葉落曉光寒)”
여기서 ‘서액’과 ‘부시’, ‘홰나무’는 모두 임금을 모시는
엄숙하고 높은 조정의 풍경을 뜻한다.
안개와 낙엽, 그리고 차가운 새벽빛은
시각적·촉각적으로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친구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일 긴장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조정(관직) 생활의 가공할 만한 냉혹함과 답답함을 은유하기도 한다.
조위는 이 차가운 조정에 홀로 남겨진 자신의 처지와,
이제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친구의 행보를 대비하며
다음 구절로 시상을 전환한다.
“가을바람 부는 저 넓은 강과 바다에는
황금빛 양념을 곁들인 최고의 생선회가 기다릴 텐데,
물어봄세, 자네가 보기에 이곳의 척박한 거여목 나물밥상과 비교하면 어떠한가?
(秋風江海金虀鱠, 爲問何如苜蓿盤)”
‘금제회(金虀鱠)’는 중국 고전에서 천하진미로 꼽히는 명물 요리로,
여기서는 친구가 가게 될 드넓은 중국 대륙과
그곳에서 누릴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반면 ‘목숙반(苜蓿盤)’은 말이나 소가 먹는 흔한 거여목 풀로 차린
소박하고 맛없는 밥상으로, 벼슬아치들이 궁궐에서 먹는
단조롭고 고달픈 녹봉(봉급) 생활을 뜻한다.
조위는 친구에게 묻는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넓은 세상에서 맛볼 천하진미에 비하면,
우리가 이 답답한 궁궐에서 매일 마주하는 뻔한 나물밥상이
얼마나 보잘것없겠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갈 수 없는 길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다.
벼슬길의 명예에 얽매여 아등바등 살아가기보다는,
자연과 넓은 세계를 호쾌하게 넘나드는 삶이 훨씬 값지다는
인생의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허균은 이 시에 대해 “곡조가 탁월하다”라는 평을 남겼다.
허균이 쓴 ‘조(調)’라는 글자는 시의 가락과 풍부한 흐름,
즉 운율과 격조가 대단히 뛰어나다는 뜻이다.
허균은 조위가 차가운 궁궐의 홰나무와 넓은 세상의 생선회를
시각적·감각적으로 완벽하게 대비시킨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잘 가라”는 이별의 인사를 넘어,
시 전체에 흐르는 격조 높은 비유가 감탄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또한 시 구절이 시원스럽게 뻗어 나가면서도,
그 안에는 친구를 향한 따뜻한 애정과 관직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정교하게 녹아들어 있어 탁월하다고 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울림을 준다.
매일 똑같은 일상과 좁은 일터(목숙반)에 갇혀 지내는 현대인들에게,
가을바람을 맞으며 드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이의 호방함(금제회)을 보여주며
“당신의 삶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고 가볍게 묻고 있기 때문이다.
원문=梅溪先生文集卷一 / 七言絶句
聞鄭子健 錫堅 赴洛。作詩寄之。
西掖罘罳隔霧看。宮槐葉落曉光寒。
秋風江海金虀鱠。爲問何如苜蓿盤。